한은, 4월 금통위서 기준금리 동결···예상 부합환율·가계부채 변수 고려해 통화정책 '속도조절' 성장 전망치 하향조정 유력···5월 금리인하에 무게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7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마친 후 통화정책방향 기자 간담회를 열고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5.04.17. 사진공동취재단 사진=사진공동취재단
이 총재는 17일 오전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통화정책방향 본회의 직후 기자간담회를 열고 "성장의 하방위험이 커졌지만 미국 관세정책 변화 및 무역협상 전개, 정부의 경기부양책 추진 등에 따른 불확실성이 크고 환율의 높은 변동성 및 가계대출 흐름을 좀 더 살펴볼 필요가 있어 현재의 기준금리 수준을 유지한다"며 이 같이 밝혔다.
이날 한은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기존 2.75%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이 총재를 비롯한 금통위원 6명은 불확실한 대내외 여건을 고려해 일단 기준금리를 현재 수준에서 유지하면서 금리인하 기조를 이어나가기로 의견을 모았다. 성장률에 대한 하방 압력이 뚜렷해졌지만 환율 불안과 가계부채 증가 우려, 재정정책 불확실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일단 숨고르기에 들어간 모습이다.
"시나리오조차 못 세운다"···불확실성에 발목 잡힌 통화정책
이 총재는 "지금은 3개월 후의 기본 시나리오조차 설정하기 어려운만큼 속도를 조절하면서 불확실성 해소를 기다리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갑자기 어두운 터널에 들어간 상황에서 조급하게 속도를 내는 것이 아니라 조심스럽게 상황을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라고 강조했다.
금통위원들은 원·환율이 단기간에 급격한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금리 인하가 외환시장의 기대심리에 미칠 영향에 대해 유의할 필요가 있다는 게 이 총재의 설명이다.
현재 원·달러 환율은 1420원대로 떨어졌지만 변동성은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4월 들어 원·달러 고저차는 62.5원으로 확대됐고 30일 기준 변동률은 0.4%에 달한다. 특히 2월 금통위 이후 달러는 6.5% 절하됐지만 원화는 0.6% 절상되는데 그쳤다.
이 총재는 "금리가 환율에 미치는 영향은 정책의 효과성, 기대 형성, 자본 유출 등 세 가지 측면에서 봐야 한다"며 "환율은 단기적으로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지만 물가나 금융안정과 함께 균형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장금리가 이미 중립금리 이하로 내려온 상황에서 정책 효과는 상당 부분 반영됐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한은 금통위원들은 물가 인상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진단했다. 높아진 환율이 물가에 상방요인으로 작용하겠지만 유가 하락, 낮은 수요압력 등이 이를 상쇄하고 있다는 평가다.
이 총재는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1%, 근원물가는 1.9%로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가고 있고, 향후 물가상승률은 2% 내외로 예상한다"며 "연간 소비자물가 및 근원물가 상승률은 기존 전망과 대체로 부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가계부채가 반등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은 금통위원들의 기준금리 동결 결정에 큰 영향을 미쳤다. 높은 환율 변동성과 금융완화 기조로 인한 가계부채 재확대 가능성이 금리인하의 발목을 잡았다는 얘기다.
이 총재는 "3월 가계대출 증가를 이례적 현상으로 봐야하는지는 4~5월 데이터를 보고 판단해야 한다"며 "만약 금리 인하가 가계부채 증가와 맞물릴 경우 금융안정 측면에서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7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마친 후 통화정책방향 기자 간담회를 열고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5.04.17. 사진공동취재단 사진=사진공동취재단
신성환 위원 소수의견 "성장률 고려하면 큰 폭 인하 필요"
이날 신성환 위원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p) 인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소수의견을 냈다. 환율과 가계부채 같은 금융안정 요인에 대한 우려가 있지만 성장률과 물가 흐름만 보면 인하 여건이 충분하다는 판단에서다. 신 위원은 성장 둔화에 대한 선제적인 대응을 위해 오히려 큰 폭의 금리 인하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추경으로 성장률 0.1%p 상향 가능···"앞으론 언급 않겠다"
이 총재는 "금통위원 6명 모두가 향후 3개월 내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며 "5월 수정 경제전망에서 성장률이 1.5%를 하회할 가능성이 높고, 그에 따라 추가 인하 시기와 속도를 다시 논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총재에 따르면 정치 불확실성과 글로벌 무역 둔화, 수출 부진, 소비 위축 등으로 연간 성장률 전망치 하향 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따라서 성장 전망치가 얼마나 내려가느냐에 따라 5월 금리인하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이 총재는 앞으로 추경 등 재정정책의 필요성을 언급하지 않겠다는 뜻도 전했다. 이 총재는 "앞서 추경 이야기를 꺼낸 것은 당시 통화정책만으로 대응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라며 "지금은 정부가 재정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고 앞으로는 추경에 대해 언급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현재 검토되고 있는 약 12조원 규모의 추경이 실제로 집행될 경우 성장률에는 약 0.1%포인트(p)의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본다"며 "추경 편성이 늦어졌고 지출 항목도 달라져 효과가 그리 크지 않을 수 있다"며 "고 부연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7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마친 후 통화정책방향 기자 간담회를 열고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5.04.17. 사진공동취재단 사진=사진공동취재단
한은의 경제전망이 불확실하다는 지적에는 "지금처럼 변동성이 큰 상황에서는 3개월 포워드가이던스를 주는 것이 오히려 시장에 혼란을 줄 수 있다"며 "때로는 방향을 명확히 말하지 않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하고, 정책 신뢰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일관성과 유연성을 함께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답했다.
대선을 1주일 앞두고 열리는 금통위 본회의에 정치적 판단이 개입할 가능성이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이에 대해 이 총재는 "대선 일정이 기준금리 결정에 영향을 줘서는 안 된다고 본다"며 "정치 불확실성이 큰 시기일수록 한국은행은 중립성과 일관성에 대한 인식을 더욱 명확히 가져야 한다"고 답했다.
이 총재는 정년 연장 필요성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이 총재는 "정년연장은 고령자 고용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가야 하는 건 맞지만 임금체계가 개편되지 않으면 오히려 부작용이 생길 수 있고, 2016년 정년연장 당시에도 청년 고용이 줄어드는 문제가 있었다"며 "정년 이후에도 일정 기간 재고용하는 방식이 더 현실적이라고 보고, 임금체계 개편을 전제로 사회적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뉴스웨이 박경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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