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빙·웨이브 통합요금제선 'SBS·애플TV+' 콘텐츠 제한합병 논의 늦어지며 넷플릭스에 역공 허용한 결과티빙 2대주주도 "웨이브와 합병 효과엔 의문 커"
40% 저렴한 통합요금제, 콘텐츠도 '일부'만 공급
26일 업계에 따르면, 티빙과 웨이브가 합병을 앞두고 선보인 통합요금제 '더블 이용권'이 제공하는 콘텐츠 수는 두 플랫폼을 따로 구독할 때보다 현저히 적다.
더블 이용권은 티빙과 웨이브의 요금제를 하나로 묶은 요금제다. ▲더블 슬림(티빙 광고형 스탠다드+웨이브 베이직·7900원) ▲더블 베이직(티빙 베이직+웨이브 베이직·1만3500원) ▲더블 스탠다드(티빙 스탠다드+웨이브 스탠다드·1만5000원) ▲더블 프리미엄(티빙 프리미엄+웨이브 프리미엄·1만9500원)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두 플랫폼을 이용할 때보다 최대 39% 할인된 합리적인 가격으로 이용 가능하다"고 홍보했다. 단순 가격을 비교하면 틀린 말은 아니지만, 제공되는 콘텐츠 수와 질을 면밀히 비교하면 가격 경쟁력이 뛰어나지는 않다는 평가다.
두 회사의 합병은 양쪽이 강점이 있는 콘텐츠를 모두 경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웨이브와 티빙이 각각 송출하는 지상파 3사(SBS·KBS·MBC), 종합편성채널(JTBC·TV조선·채널A 등)·애플TV+의 콘텐츠를 모두 보고자 티빙과 웨이브를 모두 구독하는 이들이 많았는데, 앞으로는 더 저렴한 가격에 즐길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컸다.
그러나 최근 론칭한 통합요금제는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많다. 대표적인 사례는 예능·드라마 명가(名家) SBS의 이탈이다. 개별 구독 시 볼 수 있는 SBS 콘텐츠를 통합요금제에서는 시청할 수 없다는 얘기다.
SBS는 전통적인 콘텐츠 명가로 꼽힌다. 2020년대에만 ▲스토브리그 ▲펜트하우스 ▲천원짜리변호사 ▲모범택시2 ▲굿파트너 등 히트작을 양산했다. 런닝맨을 비롯해 ▲미운우리새끼 ▲동상이몽 ▲골때리는그녀들로 이어지는 예능 라인업도 평가가 좋다. 지난 16일 기준으로 시청 불가 VOD 채널 콘텐츠는 770개나 된다.
티빙이 제공하는 애플TV+도 최고가 요금제(더블 프리미엄)를 제외하면 마찬가지다. 애플TV+는 파친코와 같은 국내 자체제작 콘텐츠를 비롯해 세계에서 인정받는 명작들이 많다. 특히 티빙과 웨이브가 제공하는 콘텐츠 중 겹치는 작품도 많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통합요금제의 콘텐츠 경쟁력에 의문부호가 켜진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합병 늦어지는 새 넷플릭스에 다 빼앗겨
이런 문제가 발생한 데는 플랫폼과 CP(콘텐츠 프로바이더)가 맺은 복잡한 계약 관계가 있다. 앞서 SBS는 넷플릭스와 지난해 12월 콘텐츠 공급 파트너십을 맺었는데, 세부조항에 일부 플랫폼에 상품을 제공할 수 없는 제약이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웨이브 관계자도 통합요금제에 SBS 콘텐츠가 빠진 배경을 묻는 말에 "권리사의 요청이 있었다"고 답해 이런 의혹에 힘을 더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은 넷플릭스에 골칫덩어리였을 것"이라며 "결정이 늦어지는 사이 그들 입장에서는 현명한 선택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이 경쟁력을 잃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최민하 삼성증권 연구원도 "콘텐츠 공급 상황은 가변적일 수 있지만, 지난해 11월 지상파 3사와 웨이브의 콘텐츠 독점 공급 계약 종료와 SBS의 넷플릭스 콘텐츠 공급 계약 등으로 인해 합병 효과가 당초 기대보다 약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합병법인 측은 앞으로 양질의 콘텐츠를 확대해 경쟁력을 높인다는 구상이다. 웨이브 관계자는 "(통합 요금제 가입 고객들에게는) 가입 과정에서 (해당 사실을) 안내하고 있다"며 "(SBS 콘텐츠가 많이 제외됐으나) 다른 인기 콘텐츠를 확대하고, SBS와도 재협력에 대해 지속 논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티빙과 웨이브는 앞서 2023년 12월 플랫폼 합병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 이후 합병 절차를 밟아왔다. 지난 10일 양사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기업결합 심사에 대한 조건부 승인 결과를 받았다.
그러나, 티빙의 지분 13.5%를 보유한 2대 주주 'KT스튜디오지니' 측이 부정적인 시각으로 합병을 바라보고 있어 양사 주주 동의를 얻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김채희 KT 미디어·콘텐츠 부문장은 지난 4월 기자간담회에서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이 KT 주주 가치를 높이는 데 어떤 도움이 될지 의문"이라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인 바 있다.

뉴스웨이 김세현 기자
xxian@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