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틱스 바이오텍 아시아 294억 규모 선급금 미지급글로벌 분자진단 시장 확대 노림수 차질신규 파트너사 모색·멀티벤더 전략 전환 검토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진시스템은 인도 기업인 제네틱스 바이오텍 아시아(Genetix Biotech Asia Pvt. Ltd)와 체결한 판매·공급 계약을 해지한다고 지난 1일 공시했다. 계약 해지 사유는 상대방의 선급금 지급 불이행이다.
해당 계약은 지난해 12월 30일 체결됐으며, 현지 생산설비와 진단장비, 진단키트 및 기타 소모품을 공급하는 조건으로 2027년 3월 28일까지 진행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계약 체결 후 6개월이 지나도록 선급금 납입이 이루어지지 않자 지난 1일자로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이번 해지로 무산된 금액은 2000만달러(약 294억8200만원)로, 이는 지난 2023년 기준 진시스템 전체 매출액(약 8억9700만원)의 32배가 넘는 규모다.
진시스템 측은 "계약상대방에게 지속적으로 기한 내 선급금 지급을 요청했으나, 불이행이 계속돼 부득이하게 계약을 종료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분자진단 플랫폼 전문 기업인 진시스템은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진단키트를 공급하며 급성장한 곳이다. 2019년 11억3500만원 수준이던 매출액은 2020년 132억5800만원으로 10배 넘게 늘었고, 영업손익 역시 흑자로 전환했다. 2021년에도 132억3700만원을 기록하며 2년 연속 흑자를 지속했다.
다만 엔데믹 전환이 시작된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매출은 다시 팬데믹 이전 시기 수준으로 축소됐다. 코로나 진단키트 수요가 급감하며 매출은 ▲2022년 37억원 ▲2023년 9억원 ▲2024년 12억원을 기록했다. 이 기간 영업손익은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이런 상황에서 진시스템이 새로운 먹거리로 낙점한 곳이 바로 인도 결핵 진단 시장이다. 인도는 인구 규모와 높은 결핵 발병률로 인해 세계 최대의 결핵 진단 수요국 중 하나로 꼽힌다. 세계보건기구(WHO) 글로벌 결핵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23년 기준 국가 결핵퇴치 프로그램을 진행 중인 인도 정부의 결핵 진단 관련 예산은 3억9970만달러(약 5500억원)에 달했다. 민간 부문까지 포함하면 진단 시장은 더욱 확대된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에 따르면, 인도 체외진단(IVD) 시장 내에서 결핵을 포함한 분자진단 부문은 2022년 기준 약 9억5000만달러(약 1조3000억원) 규모로 평가됐으며, 2030년까지 16억달러(약 2조2000억원) 수준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진시스템은 지난 2022년 2월 제네틱스 바이오텍과 유통 총판 및 현지 생산 제휴 계약을 체결하는 등 오랫동안 시장 진출을 준비했다. 인도 시장 진출을 계기로 인도네시아와 카자흐스탄 등 공략 지역을 확대하고, WHO를 비롯한 주요 국제기구 입찰에도 적극 참여한다는 전략이었다.
특히 최근 국내 기업 중 유일하게 상용화에 성공한 4세대 분자진단기기 'UF-400'을 중심으로 장기적으로는 미국 등 선진 시장 진출까지 바라보던 상황이었으나, 첫 단추인 인도 시장 진출이 계약 파행으로 좌절되며 단기 목표였던 분기 흑자 달성도 요원해진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인도 시장에서 국내 기업이 겪는 이와 같은 불합리한 상황이 낯설지 않다는 반응이다. 실제로 의료로봇 전문기업 큐렉소는 지난 2022년 인도 파트너사 메릴 헬스케어(Meril Healthcare)와 체결한 '큐비스‑조인트' 인공관절 수술로봇 독점 판매 계약을 상대방의 유사 제품 개발 움직임을 근거로 해지한 바 있다.
당시 큐렉소 측은 메릴이 큐렉소 제품에 대한 역설계를 시도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며 독점권 회수 사유를 설명했다. 결국 지난해 인도 현지법인을 설립하고, CDSCO(인도 중앙약품표준관리청) 판매 인허가를 획득하며 독자적인 시장 대응에 나선 상태다. 현재는 바이오래드와 쉘비 등 다른 로컬 파트너사와 두루 판매 계약을 맺어 경쟁유통체제를 도입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예전에는 중국도 비슷한 상황이었지만 최근 들어서는 많이 나아진 것으로 안다"면서 "이번 일은 인도 시장 특성을 고려하면 놀랍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한편 진시스템 측은 인도 시장 진출을 위한 새 파트너사를 찾는다는 방침이다.
서유진 진시스템 대표는 "이 상황은 진시스템 의도와 무관하게 발생한 것"이라며 "인도 시장은 여전히 성장 가능성이 높은 시장이며, 기존 허가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파트너사와의 협업이 신속하게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단독 대리점 방식이 아닌 멀티벤더 기반의 전략적 유통구조로 전환을 검토 중"이라며 "더 공격적인 마케팅과 안정적인 매출 확대가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회사는 인도 사업에만 머무르지 않고 글로벌 확장에도 속도를 낼 계획이다. 서 대표는 "신제품 UF-400이 업계의 주목을 받으며, 미국·유럽·중국 등 선진시장으로의 진출 기회가 현실화되고 있다"며 "OEM 비즈니스 모델의 본격 실행 기반이 마련됐고, 특히 중국 시장 진출도 UF-400을 교두보로 본격 추진 중"이라고 강조했다.

뉴스웨이 이병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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