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위 국민보고대회서 금융당국 조직개편안 빠져제4인뱅 ·부동산PF·가계부채·디지털금융 등 표류 우려정책 공백 장기화 불가피···"현안별 우선 처리 필요"
국정기획위원회는 13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이재명 정부의 국정운영 계획을 발표하는 국민보고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열린 보고대회에서는 5대 국정 목표, 23개 추진전략, 123개 국정과제, 564개 실천과제 등이 발표됐다.
하지만 금융당국을 포함한 정부 조직개편 방안은 이날 공개되지 않았다. 앞서 국정위는 금융위원회의 금융정책 기능을 기획재정부에 넘기고 감독 기능은 금융감독원과 합쳐 '금융감독위원회'를 신설하는 방안을 이재명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이와 더불어 금감원의 금융소비자보호처를 분리해 금융소비자보호원을 신설하는 방안도 개편안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 조직개편 발표가 뒤로 밀린 배경으로는 국정위 내부 이견 등이 거론된다. 국정위 내부에서는 금융위 해체와 금감원 통합 여부, 금융소비자보호처 분리 신설 등 개편안 방향에 대해 찬반이 엇갈린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금감원 노조는 금융소비자보호원 신설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유기적으로 연결된 금융회사의 건전성 감독과 금융소비자보호 기능을 분리하면 소비자보호 기능 약화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 감독·검사와 소비자보호 업무가 연계된 원스톱 서비스를 지원할 수 없어 소비자 권익보호 기능이 후퇴할 우려가 크다는 게 노조의 입장이다.
다가오는 한·미 정상회담(25일) 일정도 발표 시기 조정의 배경으로 꼽힌다. 관세와 정상회담 등 외교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금융당국 개편안을 발표하기에 적절치 않다는 분위기가 형성됐다는 해석이다.
현행 경제부처 조직체계는 2008년 정부조직 개편 이후 큰 변동 없이 유지되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예산, 경제정책, 국제금융을 맡고 금융감독체계는 정책 수립 기능을 담당하는 금융위원회와 집행기능을 담당하는 금융감독원으로 이원화돼 있다. 이번에 금융당국 조직개편이 단행되면 기존 금융위원회는 사실상 해체되고 2008년 폐지된 금융감독위원회가 17년 만에 부활하게 된다.
끝나지 않은 개편 논의···4분기까지 '안갯속'
정부가 추진해온 금융당국 조직개편 논의가 길어지면서 주요 금융정책 추진, 수장 인선 작업 등에 제동이 걸린 모습이다. 금융당국 조직개편 최종안 발표가 한·미 정상회담 이후인 올 4분기로 미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더욱 짙어지는 모양새다.
조직개편안 발표가 미뤄지면서 금감원장 인선 작업도 안갯속에 빠졌다. 지난 6월 이복현 전 금감원장이 퇴임한 뒤 원장 자리는 두 달 넘게 공석인 상태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의 유임 여부도 결정되지 않아 '반쪽 리더십' 상태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금융정책의 컨트롤타워 공백이 길어지면서 새로운 정책 추진 동력이 떨어지고 업계와 대외 소통도 위축될 것이란 우려가 짙다. 각종 규제 완화나 혁신 과제 추진이 늦춰지고, 이는 금융산업의 국제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미국·유럽 등 주요국이 디지털 자산 규제 정비나 핀테크 산업 육성 정책을 발 빠르게 내놓는 동안 한국은 감독체계 개편 진통으로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는 얘기다.
특히 금융당국의 정책 공백과 인사 정체로 인한 시장 혼란도 커지고 있다. 당초 6월 예정이었던 제4인터넷전문은행 인가 심사는 기약 없이 미뤄졌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사실상 인가가 무산된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점검과 가계부채 후속대책 마련 등도 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디지털 금융 부문에서는 스테이블코인과 가상자산 감독체계, 핀테크 규제 정비 등 굵직한 과제들이 표류 중이다.
전문가 "조직 틀보다 문화·전문성이 개편 성패 좌우"
이런 상황에서 긴급 현안들은 조직개편과 별개로 우선순위를 정해 신속히 처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짙어진 영향으로 시장 참가자들이 정책 표류의 장기화를 버텨내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현재 상황에서 금융회사들은 신규 사업 인가, 자본·리스크 관리 계획, 규제 대응 전략을 세우기 어렵다. 선제적인 중장기 경영 전략 수립이 어려운 것은 물론이고 늘어난 비용과 위험까지 전부 떠안게 될 것이란 우려가 적지 않다. 조직개편 시기와 범위를 투명하게 알리고 현안별 처리 일정과 우선순위를 제시하는 등 시장 불안을 줄이기 위한 조치가 시급하다는 평가다.
일각에선 금융당국 조직개편의 형태와 권한 조정보다 개편의 실질적 효과를 높이는 기반부터 다져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조직 형태나 권한 배분에 대한 논의가 반복되고 있지만 실제 감독 성과는 감독기관 내부의 문화와 운영 역량에 달려 있다는 얘기다.
김동원 고려대학교 경제학과 초빙교수는 "소비자 보호를 강화하기 위해 감독정책의 최종결정기구인 위원회 자체를 건전성 감독과 영업행위 감독으로 분리(쌍봉형)할 것인지가 금융감독체계 개편의 핵심 쟁점"이라며 "어떤 감독조직체계도 그 자체로 효과적인 감독 성과와 감독 실패 예방을 보장하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이어 "금융기관의 문제를 찾아낼 수 있는 직원들의 전문성과 책임성을 확보하는 게 우선"이라며 "적절한 조치를 단행할 수 있는 의사결정 문화를 갖춘 임원진이 운영하는 감독기관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박경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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