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석유화학산업이 어렵다는 소식이 들린 지 2~3년이 됐고, 난관은 해결되기는커녕 점점 더 악화일로에 있다. 석유화학단지가 입주한 울산, 충남 대산(서산-당진 일원), 전남 여수(여천 단지)는 모두 공장폐쇄와 적자의 늪에 빠져 있다. 특히 여수의 경우 여천NCC 3공장, LG화학 스티렌모노머, 롯데케미칼 2공장이 가동 축소, 일부 라인 중단 또는 생산 전면 중단을 결정 내리고 있다.
중국 석유화학산업의 팽창으로 인한 생산과잉은 이미 익숙하게 들려온 문제의 원인이다. 애초 마지막 석유화학단지인 대산단지를 구축하던 1990년대에도 생산과잉에 대한 우려가 있었으나, 시장경제의 팽창은 모든 우려를 덮고 업계를 약진하게 했었다. 대산과 여천단지는 중국 수출을 통하여 높은 수익을 올리기도 했다.
그러나 석유화학 사이클의 침체기와 중국의 '제조업 굴기' 기조 하에서 나프타 및 에틸렌 증산, 노후화된 장비와 증산의 어려움, 여천단지의 상대적으로 단조로운 범용재 위주 포트폴리오가 결합되면서 업계의 구조조정은 불가피한 것이 됐다. 여수는 산업위기선제대응지역으로 지정됐고, 조만간 고용위기 지구로도 선포될 것이다. 2010년대 중후반 조선업계가 흘렸던 눈물을 석유화학업계 또한 별 도리 없이 겪게 될 전망이다.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일단 '버티는 데 까지'는 버텨야 한다. 석유화학은 철강처럼 전략적 자산의 특징을 가진 산업의 핵심 재료다. 선가가 떨어져도 최소한의 수주를 조선소가 유지해야 하는 것과 동일한 이유로 기초유분을 확보하고 핵심 제품들을 생산할 수 있게 지원해야 한다.
두번째로 전환 속도를 더 빠르게 내는 것만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석유화학산업은 대표적인 탄소 배출 산업이다. 탈탄소 공정과 탄소 포집을 빠르게 적용하고 이를 경쟁력의 해자로 쓸 수만 있다면, 중국과 경쟁할 수 있는 가능성도 생길 수 있다. 비용절감에 목매서 해결할 수 있는 시간은 이미 선진국에 진입한 한국에 많이 않다.
마지막으로 조선업에서 겪었던 핵심인력 재교육의 시행착오를 빠르게 숙지하고 다른 산업으로의 질서 있는 전환을 수행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제공해야 한다. 유사 업종으로 전환할 수 있는 경로와 디지털 전환에 걸맞게 직무 수준을 높일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 이들을 타 산업과 잘 연계할 수 있는 기존보다 훨씬 더 정교한 매칭을 고안해야 한다.
선제적으로 대응할수록 피해는 적다. 지금도 이르지 않다. 집중적으로 산업 구조조정에 대응하길 바란다.

뉴스웨이 차재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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