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 오너일가 불화설에 "사실무근" 선 그었지만 그룹 곳곳 '창업회장 그림자'에 시장선 의구심 ↑이수광·김정남·고원종·이재형 등 '측근' 영향력도 주목
2일 재계에 따르면 김준기 창업회장과 김남호 명예회장의 불화설이 고개를 들면서 DB그룹이 연일 화제를 모으고 있다.
발단은 사내이사 교체설이었다. DB의 사내이사 교체 가능성에 김남호 명예회장이 법적 대응까지 고려하고 있다는 말이 돌면서다. 결과적으로 사실이 아니었지만, DB가(家) 창업주 부자의 불편한 관계를 다시 들여다보는 계기가 됐다.
재계에선 '언젠간 나올 법한 얘기'였다는 분위기다. DB가 동부화재 CEO 출신 이수광 회장을 불러들여 경영을 맡긴 직후인 데다, 그룹 지배구조나 인사의 흐름 등을 고려했을 때 외부에서 쉽게 받아들일 전개였다는 인식에서다. 무엇보다 타 기업과 달리 창업주가 그룹 운영에 영향력을 미치는 DB 특유의 구조를 소문의 배경으로 지목한다.
실제 김준기 창업회장은 2017년 공식적으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고, 2020년엔 아들 김남호 명예회장 중심의 세대교체를 예고했으나 그룹 곳곳에서 여전히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오너일가의 DB Inc(아이엔씨) 지분 보유 현황에서도 부자 간의 미묘한 분위기가 포착된다.
먼저 김남호 명예회장의 경우 DB Inc 지분율을 수년째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그가 들고 있는 주식은 3385만6750주(지분율 16.83%)인데, DB가 10대1 액면분할을 마친 2017년 이래 단 1주도 늘지 않았다. 다른 재계 인사가 상속 부담을 낮추고 책임경영을 이행하는 차원에서 회사 주식을 사들이는 것과 대조적이다.
반면 김준기 창업회장의 보유주식은 2252만2980주에서 현재 3199만7041주(15.91%)로 크게 늘었다. 부인의 보유분을 상속받고, DB김준기문화재단으로부터 지분을 넘겨받는 등 거래를 거듭한 결과다.
특히 김남호 명예회장은 어머니 고(故) 김정희 여사의 유산을 상속받는 과정에서도 DB Inc 주식을 확보하지 못했다. 당시 220만5140주 가운데 137만5359주가 누나 김주원 부회장에게, 82만9781주는 김준기 창업회장에게 돌아갔기 때문이다. 물론 김남호 명예회장도 DB저축은행과 DB투자증권 지분 등을 상속받았지만, 지주사 역할을 하는 DB Inc의 주식을 받지 못했다는 데 뒷말을 낳았다. 명목상 최대주주는 아들 김남호 명예회장이지만, 영향력은 아버지 김준기 창업회장이 더 크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렇다보니 재계 일각에선 과연 김준기 창업회장의 세대교체 의지가 진심이었냐는 의구심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인사 구도 역시 비슷한 양상을 띤다. '동부 시절'부터 함께 한 김준기 창업회장의 최측근이 요직을 차지하고 있다. 이수광 회장과 김정남 보험사업그룹장, 고원종 금융사업그룹장, 이재형 제조서비스사업그룹장 등이 그 주인공이다. DB는 2022년말 사업구조를 보험·금융·제조서비스 등 세 개 그룹으로 개편하고 이들에게 각각을 맡겼다. 다만 이를 놓고는 DB가 선제적으로 전문경영인 체제를 갖췄다는 호평과 막 경영을 시작한 김남호 명예회장에게 부담을 안겼다는 반론이 공존한다.
재계 관계자는 "부자 간 불편한 관계와 그룹 경영진 변화 등 여러 상황이 맞물리며 이러한 소문이 확산된 것 같다"면서 "김준기 창업회장과 DB그룹엔 교통정리를 명확히 해야 한다는 과제를 남긴 셈"이라고 진단했다.

뉴스웨이 차재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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