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48 I/O로 대역폭 두배 증가, 전력 효율 40%↑엔비디아 공급 위한 품질 테스트 최종 단계 진입삼성전자 반격 가능성 속 업계 선두 굳히기
SK하이닉스는 초고성능 AI용 메모리 신제품 HBM4 개발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양산 체제를 세계 최초로 구축했다고 12일 밝혔다. 사실상 SK하이닉스의 HBM4 출격 준비는 다 마친 셈이다.
HBM은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연결해 기존 D램보다 데이터 처리 속도를 혁신적으로 끌어올린 고성능, 고부가 가치 제품이다. HBM은 1세대(HBM)-2세대(HBM2)-3세대(HBM2E)-4세대(HBM3)-5세대(HBM3E)-6세대(HBM4) 순으로 개발됐다.
SK하이닉스는 그중에서도 HBM 시장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2분기 SK하이닉스의 HBM 시장점유율은 62%에 달할 정도다. SK하이닉스는 고부가 가치 제품인 HBM 시장에서 선두를 달리면서 삼성전자 영업이익을 제치는 등 승승장구하고 있다.
SK하이닉스가 시장을 선점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는 HBM 적기 개발 및 공급이 꼽힌다. 실제 SK하이닉스는 지난 2022년 HBM3를 시작으로 2024년 HBM3E 8단, 12단도 업계 최초 양산에 연이어 성공한바 있다. 또한 SK하이닉스는 HBM4 12단 샘플도 지난 3월 경쟁사들을 제치고 주요 고객사들에게 가장 먼저 제공했다.
더불어 HBM의 큰 손인 엔비디아를 주요 고객사로 사로잡은 것도 주효했다. 이번 HBM4 역시 내년에 출시될 엔비디아의 AI 가속기 시리즈 후속작인 루빈에 탑재될 예정이다. SK하이닉스는 현재 HBM4 관련 엔비디아의 최종 품질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SK하이닉스는 "새로운 AI 시대를 견인하게 될 HBM4 개발에 성공하고 이 기술적 성과를 기반으로 세계 최초의 HBM4 양산 체제를 구축했다"며 "이를 통해 당사의 AI 메모리 기술 리더십을 글로벌 시장에서 다시 한번 입증했다"고 밝혔다.
개발을 이끈 SK하이닉스 조주환 부사장(HBM개발 담당)은 "HBM4 개발 완료는 업계에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이라며 "고객이 요구하는 성능, 에너지 효율, 신뢰성을 모두 충족하는 제품을 적시에 공급해 AI 메모리 시장에서의 경쟁 우위를 확보하고 신속한 시장 진입(Time to Market)을 실현할 것"이라고 밝혔다.
AI 수요와 데이터 처리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더 빠른 시스템 속도를 구현하기 위한 고대역폭 메모리 수요가 최근 급증하고 있다. 여기에 막대한 전력을 소모하는 데이터센터 운영 부담까지 가중되면서 메모리의 전력 효율 확보가 고객들의 핵심 요구사항으로 부상했다. SK하이닉스는 향상된 대역폭과 전력 효율을 갖춘 HBM4가 이 같은 요구를 해결하는 최적의 솔루션(Solution)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새롭게 양산 체제를 갖춘 HBM4는 이전 세대보다 2배 늘어난 2048개의 데이터 전송 통로(I/O)를 적용해 대역폭을 2배로 확대하고 전력 효율은 40% 이상 끌어올렸다. 세계 최고 수준의 데이터 처리 속도와 전력 효율을 실현한 것이다. 이 제품을 고객 시스템에 도입 시 AI 서비스 성능을 최대 69%까지 향상시킬 수 있어 데이터 병목 현상을 근본적으로 해소하는 동시에 데이터센터 전력 비용도 크게 줄일 것으로 회사는 전망했다.
SK하이닉스는 또 이 제품에 10Gbps(초당 10기가비트) 이상의 동작 속도를 구현해 HBM4의 JEDEC(국제반도체표준협의기구) 표준 동작 속도인 8Gbps를 크게 뛰어넘었다.
SK하이닉스는 HBM4 개발에 시장에서 안정성이 검증된 자사 고유의 어드밴스드(Advanced) MR-MUF 공정과 10나노급 5세대(1bnm) D램 기술을 적용해 양산 과정의 리스크도 최소화했다.
MR-MUF는 반도체 칩을 쌓아 올린 뒤 칩과 칩 사이 회로를 보호하기 위해 액체 형태의 보호재를 공간 사이에 주입하고 굳히는 공정을 말한다. 해당 공정은 칩을 하나씩 쌓을 때마다 필름형 소재를 깔아주는 방식 대비 공정이 효율적이고 열 방출에도 효과적이라는 설명이다.
SK하이닉스 김주선 AI Infra 사장(CMO, Chief Marketing Officer)은 "이번에 세계 최초로 양산 체제 구축을 공식 발표한 HBM4는 AI 인프라의 한계를 뛰어넘는 상징적인 전환점으로, AI 시대 기술 난제를 해결할 핵심 제품"이라며 "당사는 AI 시대가 요구하는 최고 품질과 다양한 성능의 메모리를 적시에 공급하여 풀 스택 AI 메모리 프로바이더(Full Stack AI Memory Provider)로 성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HBM4부터는 이전 세대와 달리 베이스 다이를 메모리 제조사들이 아닌 파운드리 공정을 활용해 만든다. 이에 메모리, 파운드리, 패키징 등 '턴키 솔루션'을 갖춘 삼성전자가 반전을 꾀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그간 HBM 초기 대응에 실기하며 고전해왔던 삼성전자가 강점을 살려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예측이다.
궁극적으로는 엔비디아 등 주요 고객사의 품질 테스트를 가장 먼저 통과하는 곳이 HBM4에서도 선두를 차지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는 HBM4에서도 샘플 공급에 이어 제품 개발을 완료하고 양산 체제 구축까지 가장 앞서면서 이번 역시 리더 자리를 지킬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고영민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HBM4에서 기존 3E 대비 기술 변화는 발생하나 공정 변화는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HBM4 양산은 4분기부터 시작될 예정이며 초기 물량 대응을 시작으로 SK하이닉스의 선도적 입지는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뉴스웨이 정단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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