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어닝서프라이즈 실적 발표D램·낸드 수요 회복이 실적 견인SK하이닉스와 격차 좁힐지 주목
삼성전자는 14일 연결기준 매출액 86조원, 영업이익 12조1000억원이라는 올해 3분기 잠정실적을 발표했다.
매출액은 전년대비 8.7% 증가한 수준이고 영업이익은 31.8% 늘어난 수준이다. 특히 매출액은 분기 기준 역대 최대치이며 영업이익은 지난 2022년 2분기 14조1000억원을 찍었던 이후로 가장 많은 이익을 거뒀다.
이는 앞서 증권가들의 컨센서스마저 훌쩍 뛰어넘는 어닝 서프라이즈다. 시장에서는 삼성전자의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을 10조원대로 예상했지만 이보다 2조원 더 높은 영업이익을 낸 것이다.
잠정실적은 결산이 종료되지 않은 상태에서 투자자들의 편의를 돕는 차원에서 제공된다. 이에 부문별 상세한 실적은 공개되지 않는다.
다만 시장에서는 삼성전자가 이번에 깜짝 실적을 낼 수 있었던 배경으로 AI발 슈퍼사이클로 인한 DS부문의 선전이 컸다고 보고 있다. 이번만큼은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한 셈이다.
올해 상반기까지만 하더라도 DS부문은 삼성전자 전사 실적의 발목을 잡는 모양새였다. 올해 2분기 실적을 되짚어보면 스마트폰 사업을 담당하는 모바일경험(MX) 부문만이 1년 전보다 성장세를 보이며 고군분투했다. 생활가전 및 TV 사업 등 MX 사업부를 제외한 전반적인 사업들이 다소 아쉬운 성적을 거두긴 했지만 가장 뼈아픈 곳은 DS부문이었다.
당시 DS부문의 매출액은 27조9000억원, 영업이익은 4000억원이었다. 매출액은 전년보다 2% 줄었고 영업이익은 6.1% 쪼그라들었다. 경쟁사인 SK하이닉스의 성적표와 비교하면 더욱 도드라졌다. SK하이닉스는 2분기 매출액 22조2320억원, 영업이익 9조2129억원을 달성한 바 있기 때문이다. 2분기에만 SK하이닉스가 삼성전자 DS부문에 비해 23배 이상의 영업이익을 거둬들였다는 얘기다.
그러다 올해 3분기 반도체 부문이 반전을 꾀한 것이다. 이는 AI가 불러온 반도체 슈퍼사이클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범용 D램 등 D램 전반에 대한 수요가 많아지고 가격도 상승하면서 삼성전자의 이익에도 훈풍이 불었다는 해석이다. 더불어 서버용 SSD 등 낸드플래시 역시 AI로 인해 업황이 개선되면서 삼성전자에 호재로 작용했다.
실제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의하면 PC용 D램 범용제품(DDR4 8Gb)의 9월 평균 고정거래 가격은 전달대비 105% 오른 6.30달러였다. 또한 메모리카드·USB용 낸드플래시 범용제품(128Gb 16Gx8 MLC)의 9월 평균 고정거래가격도 3.79달러로 전월보다 1.1% 가량 올랐다.
그간 삼성전자를 둘러싼 '위기설'은 괜한 말이 아니었다. 이미 작년부터 삼성전자 내외부에서 경고음이 울렸고 반도체 부문의 경쟁력 상실은 위기의 진앙지와도 같았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올해 3월 임원 대상 세미나에서 "삼성다운 저력을 잃었다"며 "사즉생의 각오로 위기에 대처해야 한다"고 쓴소리를 했던 것도 이를 방증한다.
DS부문의 수장인 전영현 부회장도 올해 3월 주주총회에서 고대역폭메모리(HBM) 초기 대응 실기를 인정하며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던 바 있다.
이같은 위기 극복에 대한 절실함은 결과물로도 나오고 있다. 반도체 부문 회복 신호탄을 날린 것은 파운드리 부문이었다. 수년간 적자를 지속해오며 아픈 손가락으로 꼽혀왔지만 미국 전기차 회사인 테슬라와 다년간에 걸친 약 23조원대 규모의 계약을 따낸가 하면 미국의 애플도 고객사로 확보했다는 소식을 알리면서부터다.
당장 올해 3분기도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부문은 적자를 벗어나지 못했을 것으로 보이는 데다 이번 거래 성사 건들이 삼성전자 실적에 온기 반영되기까지는 시일이 걸리겠지만 고무적인 소식이다.
여기에 삼성전자가 좀처럼 힘을 쓰지 못했던 HBM 시장에서도 점차 성과가 드러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HBM 시장은 AI로 인해 폭발적으로 성장한 시장이다. HBM에서 선두를 잡은 SK하이닉스가 실적 고공행진을 할 수 있었던 것도, '33년 글로벌 시장 D램 시장점유율 1위'라는 삼성전자의 아성을 꺾을 수 있었던 것도 모두 HBM의 힘이었다. HBM의 큰손인 엔비디아를 SK하이닉스가 사로잡은 덕분이다.
이에 삼성전자는 엔비디아를 뚫으려는 시도와 함께 AI 칩을 두고 경쟁하는 AMD와도 끈끈한 파트너십을 유지하며 우군으로 만들었다. 그 결과 AMD는 최근 오픈AI와 연 수백억달러 규모의 AI칩을 공급하는 다년간 계약을 맺었는데, 최대 수혜자로 삼성전자가 꼽힌다. AMD가 오픈AI에 내년 하반기부터 공급하는 차세대 AI 가속기에 탑재될 HBM4(HBM 6세대)를 삼성전자가 납품할 가능성이 높다고 점쳐진다는 이유에서다.
더불어 엔비디아의 문턱도 조만간 넘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최근 시장에서는 삼성전자의 HBM3E 12단 엔비디아 승인이 임박한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삼성전자는 다음 주류로 자리 잡을 HBM4에 대한 샘플 역시 경쟁사 대비 가장 높은 성능(11Gbps)의 샘플을 엔비디아에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채민숙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하반기에는 엔비디아 외 고객향 HBM3E 중심 판매를 이어가겠으나, 2026년 이후 엔비디아를 포함한 다양한 고객사로 HBM 매출이 확대되면서 HBM 출하량이 시장 평균을 상회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또한 "HBM 매출이 증가함에 따라 경쟁사와의 이익률 격차를 점차 줄여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뉴스웨이 정단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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