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청산 사태·은행 신용위기가 불안 자극연준 금리 인하에도 시장 반응 관망세 전환연말 경제지표 주목···11월 변곡점 맞이할까
4일 오전 9시 30분 기준 가상자산 통계사이트 코인게코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전일 대비 3.8% 하락한 10만6495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이는 지난달 대비 14% 가까이 떨어진 수치다.
비트코인은 10월 초만 해도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강한 상승세를 보였다. 미국 정부 셧다운 상황 속에서 달러 가치 하락을 우려한 투자자들이 '디지털 금'으로 불리는 비트코인을 안전자산으로 선택하면서 지난달 7일 12만6200달러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미국 셧다운 장기화 우려가 겹친 데다 금값이 연일 최고가를 터치하면서 투자 매력이 반감됐다. 비트코인이 최근 10년간 10월에 월간 하락을 기록한 것은 단 두 번째로, 시장에서는 매우 이례적인 일로 평가하고 있다.
8월 급등 피로···최고가에 차익실현 압력
시장 전문가들은 비트코인이 8월부터 지속적으로 상승하며 연일 최고가를 경신한 것이 오히려 10월 하락의 주요 원인이 됐다고 분석한다.
지난해 11월 도널드 트럼프 당선 이후 친(親) 가상자산 정책 기대감과 함께 비트코인 현물 ETF 자금 유입이 급증하면서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했고, 이는 자연스럽게 차익실현 압력으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특히 10월 초 12만 달러를 돌파하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한 직후 투자자들의 수익 실현 욕구가 한꺼번에 분출되면서 급격한 조정이 발생했다. 더군다나 미중 무역 갈등 지속으로 지난달 11일 사상 최대치인 26조8000억 원가량이 선물 시장에서 청산된 것도 업토버 기대감에 찬물을 끼얹었다.
여기에 뉴욕 지방은행의 익스포저 노출, 중복 담보 설정 논란 등이 부각되면서 신용 위험 우려가 확산한 것도 한몫을 했다.
이는 과거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가 투자자들의 뇌리 속에 떠오른 탓이다. 당시 SVB는 급격한 금리 인상과 벤처 기업 중심의 취약한 대출 구조를 이기지 못하고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이 시작된 지 단 하루 만에 파산했다.
서클은 자신들의 스테이블코인인 USDC를 SVB에 8%가량 예치했는데, 이 과정에서 대규모 상환 요구가 발생하면서 위기에 직면한 바 있다. 은행을 상대적으로 불신하는 미국 투자자들 사이에서 이 같은 불안감이 커지면서 업토버 효과도 감소했다는 것이다.
선반영된 금리 인하 기대감
비트코인 가격에 영향을 미친 또 다른 요인으로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을 꼽을 수 있다. 시장에서는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이미 비트코인 가격에 선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연준은 9월과 10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각각 0.25bp씩 두 차례 금리를 인하하며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로 전환했다. 연준은 12월 1일자로 양적긴축(QT)을 중단하기로 공식 발표했다.
연준의 결정에도 시장은 이를 주시하고 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최근 FOMC 직후 "연내 추가 금리 인하가 확정된 것은 아니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시장이 관망세로 돌아섰고 연준 위원들도 비교적 매파적 입장을 내비친 탓이다.
대표적인 비둘기파인 스티븐 미란 연준 이사조차 "경제에 중차대한 문제가 없기 때문에 75bp 인하는 불필요하다"고 선을 그었다.
오스틴 굴스비 시카고 연은 총재는 보다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그는 "물가 데이터들은 여전히 우려스럽다"며 "다음 회의에서 금리 인하 필요성은 지난 두 차례 회의보다 낮아진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연말 미국 경제지표 발표 주목
따라서 시장은 연말 미국의 주요 경제지표 발표 일정에 주목하고 있다. 이달과 다음 달에는 각각 고용지표, 소비자물가지수(CPI), 생산자물가지수(PPI) 등 핵심 경제지표가 집중적으로 발표될 예정이어서, 이에 따라 연준의 추가 금리 정책 방향이 결정될 전망이다.
만일 미국 정부 셧다운 해제로 인한 경제지표 발표 지연이 해소돼 그동안 불확실했던 경제 상황이 명확해질 경우, 비트코인을 포함한 위험자산 시장에 중요한 변곡점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그간 분열됐다고 평가받던 연준도 최근 들어 발언의 강도를 일정하게 조율하는 상황이어서 컨센서스가 맞춰질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리사 쿡 연준 이사는 "연준은 사용 가능한 많은 대체 데이터들을 보유해 정책 결정에 큰 문제는 없다"며 "그러나 셧다운이 장기화될 경우 상황 파악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고용시장은 여전히 견조하지만 일부 데이터는 고용이 둔화 중임을 시사한다"며 "실업률 상승 리스크를 걱정해야 할 때"라고 했다.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은 총재는 "평소보다 적은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지만 결정을 내리는 데에는 지장이 없다"며 "연준은 분열되지 않았고, '분열(divided)'이라는 단어를 쓰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 10월 기준금리 인하는 적절한 결정"이라고 덧붙였다.
트레이딩 기업 윈터뮤트의 제이크 오스트롭스키스 OTC 책임자는 "시장 참가자들은 여전히 10월 최대 규모 청산 사태의 여파를 소화 중이며, 시스템 내 잠재적 취약성에 대한 추측이 이어지는 가운데 신중한 관망세가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한종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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