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T·바이오 '국대 선발전' 낙마에도 '네이버 AI' 기대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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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대 선발전' 낙마에도 '네이버 AI' 기대되는 이유

등록 2026.01.27 09:15

유선희

  기자

국내 AI 기술 중 독보적···옴니모달 AI 모델로 증명정부 소버린 AI 정책 강조 협력 기회 확장 전망

네이버가 독보적인 수준의 인공지능(AI) 모델 개발 역량을 기반으로 빠르게 전진 중이다. 정부 독자 파운데이션 모델 사업에선 고배를 마셨으나, AI 주권(소버린 AI)을 강조하는 정책 기조 속에서 토종 정보기술(IT) 대기업인 이들의 존재감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래픽=박혜수 기자그래픽=박혜수 기자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의 AI 모델 제작 역량이 국내 개발자 사이에서 주목받고 있다. 기술 경쟁력과 정부 정책의 정합성 측면에서 모두 상대적으로 앞서 있다는 진단에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독자 파운데이션 모델 사업에 제출한 '하이퍼클로바X 시드 8B 옴니'를 대표 사례로 꼽을 수 있다. 이는 경선 모델 중 유일하게 이미지와 오디오를 텍스트와 함께 공동 학습하고, 결과물 역시 이미지와 음성으로 내놓을 수 있는 옴니모달이다. 텍스트, 이미지를 함께 지원한다는 것은 챗GPT, 제미나이처럼 사진·영상·문서 등 이용자의 다양한 입력에도 맥락을 이해하고 대처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네이버의 옴니모달 AI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시도된 것으로, 평가는 고무적이었다. 글로벌 AI 성능 평가기관 아티피셜 애널리시스(Artificial Analysis)의 진단 결과를 보면 이는 종합지식, 고난도 추론 등 10개 주요 벤치마크를 종합 산출한 지수 기준에서 한국 모델로 처음 등재됐다. 점수는 44점으로 챗GPT‑5.2·제미나이3 프로(73점)와 차이는 있지만, 미국과 중국이 주도하는 AI 모델 시장에서 평가 대상에 올랐다는 점 자체가 긍정적이란 반응이 뒤따랐다.

작년 8월 독자 파운데이션 모델 사업 공고 후 짧은 준비 기간에도 기술력을 인정받은 셈이다. 이에 네이버가 1차 평가에서 탈락한 것을 두고 AI 석학으로 불리는 조경현 뉴욕대학교(NYU) 교수는 "안타깝다"는 견해를 내비치기도 했다. 조 교수는 이번 1차 평가를 통과한 정예팀 중 하나인 업스테이지 이사회 멤버이자 거대언어모델(LLM) 훈련 기술 자문을 맡은 인물이다.

네이버의 역량은 국내 AI 산업이 지금보다 더 빈약했던 시기부터 막강한 자금력을 기반으로 꾸준히 연구개발을 이어온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네이버는 2017년 클라우드 기반 AI 플랫폼 CLOVA(클로바)를 공개하며 초기 AI 모델을 선보였고, 2021년 '하이퍼클로바'를 발표하는 등 다양한 모델 라인업을 구축했다.

또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엔 AI 산업 육성이란 정책 과제와 맞물려 네이버 출신 인사가 주요 보직에 연이어 발탁되기도 했다. 전 네이버클라우드 AI이노베이션센터장인 하정우 대통령실 AI미래기획 수석비서관, 전 네이버 대표인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그 주인공이다.

아울러 정부가 소버린 AI를 강조하는 가운데 네이버가 국내 IT 분야에서 독보적인 대기업이고, 토종 기업이란 점이 장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네이버가 한국은행과 금리·물가 등 방대한 경제·금융 시계열 데이터를 분석하고 예측하는 AI 모델 'BOKI'(보키)를 만든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이들은 보키 개발을 위해 약 1년 반에 걸쳐 한은 내부 자료를 디지털화하고, 네이버의 하이퍼클로바X 모델을 내부망에 설치해 AI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했다. 중앙은행의 특성상 보안이 핵심이기에 보키는 외부와 완전히 차단된 폐쇄망 내에서 학습과 추론이 이뤄지도록 설계됐다. 이를 통해 국가 핵심 데이터의 외부 유출 우려를 차단했다.

세계 중앙은행 중 자체 AI 플랫폼을 구축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폐쇄망을 별도로 구축할 정도로 보안이 엄격한 국책은행과의 협업이라는 점에서 네이버가 글로벌 기업이었다면 해당 프로젝트 참여 자체가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업계는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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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는 독자 파운데이션 모델 재도전은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며 국가대표 AI 모델을 제작했다는 타이틀은 내려놨다. 그러나 국내는 물론 글로벌에서 AI 주권이 중요시되는 만큼 향후 정부와 공공 영역에서 많은 기회를 얻을 것으로 점쳐진다.

AI 업계 한 관계자는 "네이버는 자체 기술력으로 수년 전부터 AI 모델을 꾸준히 개발해온 독보적인 국내 기업"이라며 "이번 과기정통부 사업에서 탈락했어도 소버린 AI 기조가 이어지는 한 공공 부문 협력 기회도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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