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갈대같은 기준에 결국 재공모···'독파모' 이대로 괜찮을까

오피니언 기자수첩

갈대같은 기준에 결국 재공모···'독파모' 이대로 괜찮을까

등록 2026.02.04 17:01

유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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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추진 중인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사업이 결국 재공모라는 초유의 상황으로 이어졌다. 이미 1차 평가에서 업계 전반에 혼선을 불러온 상황에서, 과연 어떤 기업이 이번 독파모 사업에 다시 뛰어들 수 있을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

재공모까지 불러일으킨 논란의 핵심은 '프롬스크래치(From Scratch)' 기준의 모호성이었다. 정부는 독자적인 기술 개발 능력을 평가 기준으로 내세웠지만, 정작 업계에서는 그 '독자성'의 정의가 지나치게 추상적이고, 평가의 일관성 또한 부족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AI 모델은 특성상 공개된 오픈소스를 활용해도 차별화된 성능과 기능 구현이 가능하지만, 이를 무조건 배제하거나 불이익을 주는 식의 평가가 이어졌다는 지적이다.

문제는 이런 불투명한 기준이 기술 개발을 장려하기보다 도전 의지를 꺾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업계에서는 '재공모에 다시 도전했다가 탈락하면 괜히 문제 기업이라는 낙인이 찍힐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하다. 투자 유치가 중요한 스타트업의 경우 정부 사업에서의 부정적 이력이 장기적으로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 도전보다 탈락이 부정적으로 소비되는 현재의 경선 구조는 건강한 AI 산업 발전 환경 조성과도 거리가 멀다. 이미 1차 평가에서 고배를 마신 네이버클라우드, NC AI는 물론 KT와 코난테크놀로지와 KAIST까지 2차 공모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배경과도 직결된다.

요즘 AI 업계는 대규모 데이터, 고도화된 모델 설계, 강력한 컴퓨팅 자원이라는 세 요소가 녹아든 기술 경쟁에 접어들고 있다. 기술력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긴 호흡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정부가 독자 기술을 육성하고 싶다면 일관된 기준과 투명한 심사를 통해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우선이다. 한국을 대표할 AI 모델 구축에 뛰어든 기업에 상처가 남지 않도록 2차 평가에서는 보다 치밀한 행정적 판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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