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인건비·자재값 상승에 분쟁 확산협상 결렬 시 사업 지연 및 공사 중단분양 지연·조합원 부담 증가로 이어져
27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을 중심으로 재건축·재개발 사업장에서 공사비 인상을 둘러싼 갈등이 확산되고 있다. 안전 강화 비용, 인건비 상승에 더해 최근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로 유가까지 오르면서 공사비 상승 압력이 확대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특히 중동 지역 긴장 고조로 국제 유가가 출렁이면서 건설 장비 유류비와 아스팔트·윤활유 등 석유화학 제품 가격이 동반 상승하고 있다. 여기에 철근과 시멘트 가격까지 영향을 받으며 공사비 전반에 상승 압력이 확대되고 있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유가가 20% 오를 경우 토목공종은 약 7%, 건축공종은 4% 수준의 원가 상승이 불가피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프로젝트 특성상 발생하는 자금 공백과 금리 상승에 따른 이자 비용 부담까지 더해지면서 건설사의 수익성도 악화되고 있다.
공사비 급등은 조합원 분담금 증가로 직결되며 갈등을 키우고 있다. 시공사는 원가 상승분 반영을 요구하는 반면, 조합은 사업성 악화를 이유로 이를 제한하려 하면서 입장 차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 모습이다. 일부 사업장은 협상이 결렬돼 소송으로 번졌고, 공사 중단 사례도 적지 않다.
실제 현대건설이 시공하는 은평구 대조1구역 재개발 사업(힐스테이트 메디알레)은 공사비 증액 갈등과 조합 내부 분쟁이 겹치며 공사 중단이 반복됐다. 이후 조합·시공사·서울시·자치구가 참여하는 협의체를 통해 증액 요구액 3771억원을 2566억원으로 조정하는 데 합의하면서 지난해 4월 도급계약을 체결하고 사업 정상화에 들어갔다.
GS건설·SK에코플랜트 컨소시엄이 시공하는 동작구 노량진6구역(라클라체 자이드파인) 역시 2194억원 규모 증액 요구를 둘러싼 갈등으로 착공이 지연될 위기에 놓였지만, 1976억원 수준의 중재안에 합의하면서 도급계약을 체결하고 정상 착공이 이뤄졌다.
준공을 앞둔 청량리7구역(청량리 롯데캐슬 하이루체)도 공사비 인상 흐름에서 예외는 아니었다. 조합과 시공사인 롯데건설은 협의 끝에 지난해 말 공사비를 189억원 추가 증액하는 데 합의했다.
이처럼 공사비 갈등은 개별 사업장을 넘어 구조적 리스크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공사비 산정 시점과 실제 착공 간 시차로 초기 계약에 반영되지 못한 비용이 뒤늦은 증액 요구로 이어지는 구조다.
설계 변경도 주요 갈등 요인으로 꼽힌다. 인허가 조건 충족이나 상품성 강화를 위한 설계 수정이 반복되면서 공사비가 증가하고, 입찰 당시 제시된 특화 설계가 현실화되는 과정에서 비용 부담을 둘러싼 이견이 확대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공사비 갈등을 줄이기 위해 비용을 둘러싼 '선순환 구조' 구축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발주처가 일정 수준의 공사비 증액을 수용하고, 시공사도 이를 하도급 단가에 반영하는 구조가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착공 이후 물가 상승분을 공사비에 반영하지 않는 관행이 분쟁을 키우는 핵심 요인으로 지목된다. 최근 법원이 물가 상승 배제 특약에 대해 무효 판단을 내리면서 제도 개선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최근 발주된 서울 주요 사업장의 평당 공사비가 1000만원을 넘어서는 사례가 적지 않다"며 "이처럼 공사비가 높아졌음에도 경쟁 입찰은 사실상 이뤄지지 않고, 상당수 사업이 단독 또는 수의계약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공사비와 물가 연동 체계 마련과 금융 규제 완화 등 제도적 보완이 병행돼야 정비사업이 정상 궤도에 오를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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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박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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