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영상으로 선대 경영철학 복원위기 속 해법, 선대 지혜서 모색과거와 미래 잇는 전략 전면에
"그간 축적해온 자산과 가치를 바탕으로 새로움을 만드는 법고창신(法古創新)의 마음가짐으로, 다가오는 파도를 헤쳐 나가는 승풍파랑(乘風破浪)의 도전에 나서자"(최태원 SK그룹 회장 2026년 신년사 가운데)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선대회장의 '창업정신 DNA'를 다시 꺼냈다. 침체된 시장과 격화되는 경쟁, 미·이란 전쟁 등 글로벌 변수까지 겹치면서 반도체를 제외한 대부분 산업이 흔들리는 위기 국면에서 꺼내든 카드다. 이는 선대의 지혜를 바탕으로 인공지능(AI)과 배터리 등 미래 사업을 키워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구상으로 읽힌다.
15일 재계에 따르면 SK그룹은 지난 13일부터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 1층 미디어월(전광판)에서 최종건(1926~1973) 창업회장, 최종현(1929~1998) 선대회장의 AI 제작 영상을 상영 중이다.
이번 제작 영상에는 창업회장과 선대회장이 구성원들에게 전하는 메시지가 담겨있다. 두 창업세대 회장이 생전 남긴 어록과 경영 일화를 엮어, 6·25 전쟁으로 잿더미가 된 선경직물을 1953년 재건한 과정부터 SK그룹의 성장사를 회고하는 내용으로 구성됐다.
영상에는 최종건 창업회장이 "잿더미 밖에 안 남은 공장을 보고 다들 끝났다고 했다. 세상 사는데 쉬운 일이 있나? 경영도 늘 마찬가지였다"며 "하지만 기회 앞에서는 망설이지 않았다"고 말하는 장면이 담겼다.
최종현 선대회장 역시 "위기를 두려워하지 마라. 기업가라면 늘 10년을 내다봐야 한다"며 "우리 안에 있는 원칙과 기준, 그걸 지키면서도 끊임없이 새로 써야 한다"고 강조한다.
위기 속 기회를 읽는 실행력과 장기 시야라는 SK 창업세대의 DNA가 응축된 장면이다.
이 같은 영상은 최태원 회장의 제안으로 만들어졌다. 최 회장은 "AI를 활용해 SK그룹 창업세대가 간직한 패기와 지성의 DNA를 구성원과 나누면 좋겠다"고 주문했고 AI를 통해 선대 회장의 정신이 되살아났다.
SK는 앞서 창사 70주년을 맞은 지난 2023년부터 지난달까지 약 2년간에 걸쳐 그룹 수장고 등에 보관해온 선대회장의 경영철학과 기업활동 자료를 디지털로 변환해 보존·활용하는 '디지털 아카이브'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AI 영상 역시 해당 사료를 토대로 제작됐다.
해당 영상은 지난 8일 SK그룹이 창립 73주년을 맞아 서울 종로구 선혜원에서 진행한 메모리얼 데이 행사에서도 상영되기도 했다. 과거의 경영 철학을 디지털로 복원해 현재 전략과 연결하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최근 기업 경영 환경은 AI로 촉발된 경쟁 심화에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겹치며 셈법이 한층 복잡해지고 있다. 반도체 관련 산업의 경우 AI발 슈퍼사이클을 마주하며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지만 이를 제외한 나머지 산업들의 전망은 썩 밝지 않다.
SK그룹도 마찬가지다. SK하이닉스는 올해 연간 200조원대 영업이익을 달성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 같은 실적은 국내는 물론 글로벌 시장에서의 위상도 바꿔놓을 전망이다. KB증권은 SK하이닉스가 올해 연간 영업이익 251조원을 거둬 마이크로소프트, 구글(알파벳) 등을 제치고 글로벌 영업이익 4위를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뒤이어 내년에는 영업이익 358조원을 달성해 글로벌 영업이익 톱 3위 자리까지 넘볼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다만 SK하이닉스를 제외한 다른 계열사들은 부진한 성적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 기준 SKC, SK케미칼,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 등은 적자를 기록했다. 또한 그룹 내 핵심 계열사이자 안정적인 캐시카우 역할을 해온 SK텔레콤을 비롯해 SK네트웍스 등은 전년대비 성장세가 꺾였다. SK온, SKIET, SKC 등 계열사들의 희망퇴직이 줄을 잇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결국 최 회장이 '창업정신 DNA'를 꺼내든 것은, 경영 파고를 넘을 해법이 선대의 지혜에 있다는 판단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최 회장이 올초 신년사를 통해 강조한 '법고창신(옛것을 본받아 새로운 것을 창조한다)'과 궤를 함께한다.
재계 관계자는 "최근 기업들의 경영 환경은 변수도 많고 녹록지 않은 상황"이라며 "이에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백 투 더 베이직(Back to the Basic)', 초심으로 돌아가는 것이 본원적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안이라고 진단한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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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정단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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