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국민 기업 흔들면 안돼"...삼성전자 노조 파업 임박에 내외부 경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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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기업 흔들면 안돼"...삼성전자 노조 파업 임박에 내외부 경고음

등록 2026.04.22 17:42

정단비

  기자

노사 입장차 지속···23일 결의대회 촉각파업 시 반도체 생태계 타격 불가피AI 호황 속 성과급 갈등···여론은 '냉담'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 지부 조합원들이 17일 오전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 정문에서 과반노조 공식 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이수길 기자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 지부 조합원들이 17일 오전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 정문에서 과반노조 공식 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이수길 기자

삼성전자 노사 간 갈등이 첨예해지는 가운데, 노조가 총파업을 예고하며 초강수를 두자 대내외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글로벌 반도체 패권 경쟁이 정점에 달한 시점에 터져 나온 파업 위기는 기업 실적을 넘어 국가 경제와 글로벌 공급망 전체에 치명적인 '사건'이 될 수 있다는 경고다.

글로벌 기업이자 '국민기업'으로 불리는 삼성전자의 상징성을 고려할 때 파업 결정 역시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파업으로 인한 업무 차질은 단순히 기업 손실을 넘어 유기적으로 엮여있는 반도체 생태계 및 산업 전반에 타격을 입힐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겨우 회복한 삼성 반도체에 대한 신뢰도와 경쟁력에도 치명상으로 작용할 여지가 있다는 분석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최대 노조인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 지부(이하 초기업노조)는 오는 23일 오후 경기도 평택사업장에서 투쟁 결의대회를 열 예정이다.

이는 5월 21일부터 6월 7일까지 예정된 총파업에 앞서 열리는 집회다. 초기업노조는 이날 3만7000여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집회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초기업노조는 이번 집회가 성과급 투명화 및 상한 폐지의 제도화라는 공동투쟁본부의 요구를 관철하고 삼성전자의 인재 제일 원칙이 현장에서 구현되도록 조합원의 결집력과 투쟁 의지를 대내외에 알리는 자리라고 설명한다.

삼성전자 노사는 지난해 말부터 임금협상 및 단체협약을 수차례에 걸쳐 진행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사측에서는 국내 1위를 달성할 경우 영업이익의 10% 이상을 재원으로 사용하고 메모리사업부에는 경쟁사 이상의 성과급을 보장하겠다는 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노조는 이를 받지 않았다. 노조는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활용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는 올해 반도체 부문 연간 영업이익이 270조원으로 전망되는 만큼 이의 15%인 40조5000억원을 성과급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해당 요구안이 반영될 경우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직원들에게 돌아가는 1인당 평균 성과급은 6억2000만원 수준으로 파악된다.

노사 간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하자 노조에서는 파업까지 예고한 상황이지만 이를 바라보는 대내외적인 시선은 우호적이지 않다. 이찬희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이하 준감위) 위원장도 노조 파업과 관련해 미칠 파장과 책임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위원장은 지난 21일 준감위 정례회의에 앞서 "근로자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방법을 선택하는 것은 노조의 권리"라면서도 "삼성은 단순한 사기업이 아닌 '국민의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노조에서도 주주와 투자자 등 직간접적으로 연결된 국민을 고려해 조금 더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외신들도 삼성전자 노조 파업에 대해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삼성전자 노조 파업과 관련해 인공지능(AI) 주도권을 둘러싼 글로벌 경쟁이 정점에 달한 시점에서 발생한 심각한 악재라고 진단했다.

로이터통신은 삼성전자가 파업에 돌입할 경우 세계 최대 메모리 반도체 기업이라는 점에서, AI 수요 증가로 이미 타이트한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의 병목 현상이 더욱 심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스마트폰, 자동차, 컴퓨터 등 주요 산업 전반에도 영향이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결국 삼성전자 노조의 파업은 삼성전자만의 손실에 그치지 않고 파장이 더욱 클 수 있다는 의미다. 초기업노조는 이번 파업으로 인해 발생할 손실액을 20조~30조원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만 생산 차질은 수치상으로 따지기 어려운 고객과의 신뢰도 훼손, 경쟁력 저하 등으로 번질 가능성도 높다.

삼성전자 반도체는 작년까지만 하더라도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 고전하며 SK하이닉스의 최대 실적 행진을 지켜봐야만 했다. 이후 삼성전자는 지난 2월 세계 최초로 HBM4를 양산 출하하는 등 엔비디아·AMD 등 주요 고객사에 차세대 메모리를 본격 공급하는 전환점에 놓여있다. 경쟁력에서 다시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삼성전자 내 스마트폰, TV, 가전 등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경험(DX) 부문 직원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DX부문은 메모리 가격 급등 등 원가 압박으로 수익성 악화가 예상되면서 성과급 기대가 제한적이라는 점에서다.

노조를 향한 여론도 차갑다. 이를 두고 '미래 성장을 위한 투자에 집중하기 보다 황금 거위의 배를 가르려 하는 것이냐', '반도체 업황 개선 효과가 큰 상황인데도 노조 요구가 과도한 것 아니냐' 등의 목소리가 나온다.

성과급에 대한 기대감이 반도체 부문, 그중에서도 메모리사업부를 중심으로 퍼지고 있지만, 사실상 이번 실적 개선이 삼성전자 고유 경쟁력이라기보다 AI발 수요 증가에 따른 영향이 크다는 점에서다. 실제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범용 D램 계약가격이 전분기 대비 90∼95%, 낸드플래시는 55∼60% 상승했을 것으로 보이는 등 가격이 크게 오르며 실적 반등에 큰 몫을 했다.

또한 삼성전자 주주들도 반발하고 있다. '대한민국 주주운동본부'는 노조 결의대회에 반대해 23일 오전 10시 맞불 집회를 벌인다는 계획이다. 집회 참가자 규모는 약 20명 남짓으로 알려졌다. 지난 15일에는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노조를 비판하는 내용을 담은 피켓을 든 1인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 노조 파업은 경쟁력을 저하할 뿐만 아니라 연쇄적으로 관련 산업들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성과급 6억2000만원이면 평생 직장 생활을 하면서 모으기도 힘든 돈인데, 성과급을 명분으로 파업을 운운한다는 것 자체가 국민 정서를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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