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T·바이오 임금이냐 인사 실책이냐···삼성바이오로직스 노사 갈등 본질은 어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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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이냐 인사 실책이냐···삼성바이오로직스 노사 갈등 본질은 어디에

등록 2026.04.23 15:13

현정인

  기자

올해 12차례 교섭 진행에도 양측 입장 차이 여전내달 1일~5일 파업 예고···인력 가치 인식도 충돌6400억원vs3000억원대 파업 손실 규모 논쟁

홍광흠 삼성그룹 초기업노조 총위원장이 22일 오후 인천 연수구 삼성바이오로직스 바이오캠퍼스 1게이트 1 앞에서 열린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생지부 투쟁결의대회에서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사진=강민석 기자홍광흠 삼성그룹 초기업노조 총위원장이 22일 오후 인천 연수구 삼성바이오로직스 바이오캠퍼스 1게이트 1 앞에서 열린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생지부 투쟁결의대회에서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사진=강민석 기자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사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가운데 그 '진짜 이유'를 놓고 뒷말이 무성하다. 임금 협상, 인사·권한 등 여러 쟁점이 한 번에 수면 위로 떠오른 탓이다. 궁극적으로는 교섭 장기화 속에 보상과 권한 이슈가 복잡하게 얽히며 갈등의 본질을 둘러싼 해석도 엇갈리고 있다.

취업규칙·인사 문건···신뢰 균열이 갈등 불씨


2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내부 갈등은 지난해 취업규칙 변경과 인사 문건 사태 등을 계기로 노사 간 신뢰가 훼손되면서 본격화됐다. 사측이 과반 노동조합 동의 없이 취업규칙을 변경한 데 이어 인사 문건 유출을 둘러싼 개인정보 활용 적정성 논란도 제기됐다. 이에 대한 명확한 해명이나 재발 방지 대책이 부족했다는 점이 신뢰 훼손의 배경으로 지목된다.

교섭 과정에서 나타난 방식에 대한 불신도 갈등을 키운 요인으로 지목된다. 노조 측 주장을 들여다보면 교섭 초기 5차례에 걸쳐 안건의 배경과 목적에 대한 설명 요구가 반복되며 실질적인 협상이 지연됐고, 7차 교섭에서도 복리후생안이 테이블에 오르지 않았다. 이후 9차 교섭에서야 일회성 복지안이 제시되면서 협상의 본질이 흐려졌다는 인식이 확산됐다는 것이다.

좁혀지지 않은 입장···임금·복지·인사 모두 충돌


실제 노사는 올해 들어 12차례의 교섭을 진행했지만 뚜렷한 접점을 찾지 못한 채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사측은 임금 인상과 복지 개선을 중심으로 한 제시안을 단계적으로 제시한 반면, 노조는 보상 수준을 넘어 인사 운영과 교섭 방식 전반에 대한 변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서다.

노동위원회 조정 과정에서도 양측의 간극은 좁혀지지 않았다. 회사 측은 삼성전자 가이드라인을 반영한 4.2% 수준의 임금 인상안을 제시하며 이를 수용 가능한 단일안으로 제시한 반면, 노조는 이에 대해 95%에 달하는 파업 찬성률로 대응했다.

이후 회사는 기본급 인상 4.1%와 성과 인상 평균 2.1%를 포함한 총 6.2% 수준의 임금 인상률과 격려금(상여기초 200%), OPI(EVA 20% 또는 영업이익 10% 중 선택), 교대수당 인상, 복리후생 확대 등을 포함한 안을 꺼내들었다. 하지만 노조는 교섭 과정에서 핵심 안건에 대한 일괄 제시가 부족했다고 지적해온 만큼, 최종 제시안 이후에도 간극은 여전히 남아 있는 분위기다.

교섭 과정에서도 인사 기준과 개인정보 접근 통제, 공익신고 보호 등 제도 설계를 놓고 설전이 이어진 것으로 파악됐다. 노조는 개인정보의 목적 외 사용과 관련해 책임자 징계 등 명확한 조치를 요구해 왔으며, 회사 측은 전사적 차원의 최종 정리를 진행하겠다며 불을 끄는 데 집중했다.

이 과정에서 노조는 회사가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을 신청한 데 대해서도 반발하고 있다. 노조는 이를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이 아닌 법적 대응으로 규정하며, 노사 관계의 본질을 훼손하는 조치라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노조가 예고한 파업 일정 역시 이러한 흐름 속에서 설계된 것으로 보인다. 노조는 내달 1일부터 5일까지 파업을 진행할 계획인데, 해당 기간은 공휴일이 포함돼 조합원의 부담을 최소화하면서도 생산 차질을 유도할 수 있는 시기로 꼽힌다. 조합원 입장에서는 연차 사용을 줄일 수 있고, 회사 측에는 일정 수준의 운영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전략이라는 설명이다.

현장서 쌓인 불만 터졌다···"직원은 비용 아닌 투자" 주장


갈등의 핵심 쟁점으로는 인사 운영과 정보 활용 문제가 부각된다. 노조는 '리띵크(re-think)'로 불리는 인사 정책과 인사 문건 유출 사태 등을 문제 삼으며 인사 기준과 절차 전반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요구하고 있다. 일부 조합원들 사이에서는 사내 상담 기록 활용 여부를 둘러싼 논란도 제기되며 갈등이 확대되는 양상이다.

현장에서는 인력 운영 방식에 대한 문제 제기도 이어지고 있다. 한 조합원은 "과거 GSK 공장 인수 당시 회사가 숙련 인력을 경쟁력으로 강조했지만, 정작 내부 인력은 비용 절감 대상으로 취급되고 있다"며 "직원들은 투자 대상이지 희망퇴직 대상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노조는 회사의 의사결정 기준이 일관되지 않다는 점도 갈등의 배경으로 지목한다. 노조 관계자는 "명절 선물 지급 과정에서 정규직과 파견직 간 차별이 있었고, 해당 금액은 약 1500만원 수준에 불과했다"며 "반면 법적 대응에는 더 큰 비용이 투입됐다. 결국 금액 자체보다 어떤 기준으로 의사결정을 하느냐에 대한 신뢰가 깨진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와 함께 보상 확대가 투자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회사 측 우려에 대해서도 반박하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잉여현금흐름이 일시적으로 감소할 수는 있지만 이는 회사 운영 자체를 위협하는 수준은 아니다"라며 "직원에 대한 보상은 비용이 아니라 투자로, 생산성 향상을 통해 장기적으로 기업 가치에 기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파업 손실 놓고 엇갈린 입장···"6400억 vs 3000억대 추산"


파업에 따른 손실 규모를 두고도 노사 간 인식 차이는 뚜렷하다. 회사 측은 6400억원 규모의 손실 가능성을 우려하는 반면, 노조는 생산 차질이 실제 손실이 아닌 일정 지연에 가까운 '이연'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바이오의약품 생산 공정 특성상 손실 규모를 단순 일수로 환산하기 어렵다는 점도 이러한 차이를 키우는 요인으로 꼽힌다. 배양 공정이 약 30일 소요되는 구조에서 파업이 발생할 경우 일부 공정이 중단되거나 폐기되면 해당 기간 전체 생산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노조는 하루 약 128억원 수준의 매출을 기준으로 전량 폐기를 가정할 경우 3000억원대 규모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일부 공정 유지가 가능하고 생산이 이연되는 구조라는 점에서 회사 측 추산인 6400억원보다 낮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에서는 손실 규모 차이가 공정 폐기 범위와 계산 기준, 회계 해석 차이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고 있다. 회사 측은 매출 손실 외에도 계약 지연과 재가동 비용 등을 포함해 손실을 산정하는 반면, 노조는 생산 일정 지연 성격이 강하다는 입장이다.

향후 교섭이 타결되지 않을 경우 갈등이 추가로 확산될 가능성도 있다. 노조는 교섭 경과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지만 상황에 따라 추가 대응에 나설 수 있다는 여지를 열어둔 상태다. 회사 측 역시 법적 대응을 병행하고 있어 노사 간 긴장 국면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노조는 파업의 목적이 회사에 대한 타격 자체에 있지 않다는 점도 강조했다. 노조 관계자는 "파업은 회사를 무너뜨리기 위한 것이 아니라 성실한 교섭으로 복귀시키기 위한 수단"이라며 "회사가 무너지는 상황은 누구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갈등이 임금과 인사·권한 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힌 구조적 성격을 띠고 있는 만큼, 단기간 내 해소보다는 장기화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특히 신뢰 회복 여부가 향후 교섭의 핵심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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