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은 계급 아닌 '성실함의 지표'···포용금융 명분 속 흐릿해지는 시장 원리금융은 복지인가 산업인가···사회적 책임과 수익성 사이의 위태로운 줄타기

최근 금융권을 바라보는 정부와 정치권의 시선이 매섭다 못해 서늘하다. 그간 손쉬운 '이자 장사'라는 비판에 시달려온 금융사들에게 '잔인한 금융 계급제'를 고착화하고 있다는 신랄한 지적까지 더해졌다.
30년 넘게 금융 현장을 누빈 '정통 경제 관료' 출신인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의 입에서 나온 "금융권이 신용평가라는 이름 아래 서민들을 사지로 내몰고 있다"는 취지의 쓴소리는 그 무게감부터 다르다. 여기에 '포용금융론'을 전면에 띄운 이재명 대통령까지 "잘 지적했다"며 공개적으로 힘을 보탰다.
정부의 비판은 명확하다. 현재의 금융 시스템 내에서는 고신용자에게 저금리 혜택을 몰아주고, 정작 자금이 절실한 서민들에게는 높은 문턱과 고금리를 적용하는 '금융 양극화'의 주범이라는 것이다. 담보와 소득 중심의 구태의연한 평가가 서민들의 금융 접근성을 차단한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정부의 압박을 바라보는 시장의 시선은 복잡하다. 금융권 내부에서는 "금융이 언제부터 복지였느냐"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온다.
금융사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설계한 모델을 통해 연체율을 관리하고 수익을 낸다. 연체율이 높은 저신용자들은 돈을 상환하지 못할 확률이 높으니 고금리가 적용되고, 신용도가 높은 사람은 위험도가 낮으니 낮은 금리를 내는 것은 신용모형을 기반으로 오랜 시간 동안 설계되어 유지된 시장 원리다.
신용평가 체계 개편과 포용금융 확대, 은행 대출 구조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점에 대해서는 일부 공감한다. '이자 장사'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하는 것도 금융권의 '숙명'이다.
그러나 그 해법은 시장 시스템 안에서 정교하게 설계되어야지, 지극히 감정적인 호소로 특정 산업을 압박하는 건 '관치 금융'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금융은 복지가 아닌 수익성이 담보되어야 하는 산업의 일종이라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금융권에 씌워진 '잔인한 계급제'라는 오명을 벗기기 위해 필요한 것은 서슬 퍼런 칼날이 아니라 시장 원리를 존중한 정교한 정책 설계다.
서민 지원이라는 명분은 '금융 원칙'을 압도해서는 안된다. 지속가능한 상생을 위해서는 양보다 질, 그리고 부실을 걸러낼 수 있는 정교한 리스크 관리 체계를 먼저 고민해야 한다.
뉴스웨이 김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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