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사업 대폭 강화, 글로벌 시장 공략 가속색조 중심서 스킨케어·퍼스널뷰티로 구조 혁신중국 의존도 줄이고 미국·일본·유럽 확대 추진
태광그룹 품에 안긴 애경산업이 대대적인 체질 개선에 나섰다. 생활용품 중심 사업 구조에서 벗어나 화장품 비중을 끌어올리고, 중국 의존도를 낮춘 글로벌 사업 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때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과 함께 국내 화장품 시장 '빅3'로 불렸던 애경산업이 새 주인을 맞아 다시 K-뷰티 주도권 경쟁에 뛰어들면서, 시장 변화가 주목되고 있다.
애경산업은 최근 태광그룹 편입 이후 처음 공개한 중장기 전략에서 2028년까지 화장품 매출 비중을 50% 이상으로 확대하겠다고 12일 밝혔다.
애경산업의 지난해 기준 화장품 비중은 약 32% 수준이다. 이는 단순히 화장품 사업을 강화하는 차원을 넘어, 생활용품 기업에 가까웠던 기존 구조를 '토털뷰티 기업' 중심으로 바꾸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실제 회사는 기존 화장품·생활용품 중심 조직을 메이크업·스킨케어·퍼스널뷰티·홈케어·덴탈케어 등으로 세분화하며 사업부별 책임경영 체제까지 도입했다. 제품군별로 의사결정 속도를 높이고 글로벌 시장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겠다는 의도다.
애경산업이 이처럼 사업 구조를 전면 재편하는 배경에는 급격히 흔들린 실적이 있다.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은 6545억 원으로 전년 대비 3.6%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211억 원으로 54.8% 급감했다. 영업이익률도 3.2%까지 떨어졌다.
특히 화장품 부문 타격이 컸다. 지난해 화장품 매출은 2149억 원으로 17.8% 감소했고 영업이익 역시 크게 줄었다. 한때 전체 해외 매출 대부분을 책임졌던 중국 시장이 둔화한 영향이 직격탄이 됐다. 중국 로컬 브랜드 부상과 소비 위축, 면세 채널 침체가 동시에 겹치며 기존 성장 공식이 더 이상 통하지 않기 시작했다는 평가다.
애경산업은 그동안 '에이지투웨니스' 중심의 색조 브랜드 의존도가 높았다. 에센스 팩트와 쿠션 제품이 홈쇼핑과 중국 시장에서 흥행하며 성장세를 이끌었지만, 글로벌 K-뷰티 트렌드가 기능성 스킨케어 중심으로 이동하면서 한계가 드러났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북미와 일본 시장에서는 단순 색조보다 성분과 효능 중심의 스킨케어 브랜드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애경산업이 시그닉(signiq)과 원씽(ONE THING)을 앞세워 스킨케어 강화에 나선 것도 이런 흐름과 맞닿아 있다.
시그닉은 미국 소비자를 겨냥해 출시한 글로벌향 스킨케어 브랜드다. 미국 아마존과 틱톡숍에 입점한 데 이어 중국 티몰·도우인으로 채널을 확대하고 있다. 원씽 역시 일본 시장에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병풀·어성초 등 단일 성분 중심 제품을 앞세워 일본 큐텐과 라쿠텐, 로프트 등 주요 온·오프라인 채널에서 입지를 넓히고 있다. 기존 색조 브랜드인 에이지투웨니스와 루나는 중국·일본·영국 등에서 오프라인 유통망 확대와 라이브커머스 마케팅을 강화하며 브랜드 외연 확장에 나섰다.
중국 전략도 과거와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왕홍과 면세 중심의 판매 구조에 의존했다면, 최근에는 온·오프라인을 동시에 확대하는 방향으로 재정비하고 있다. 에이지투웨니스는 중국 코스트코 전 점포 입점에 나섰고, 시그닉은 일반무역 체제를 기반으로 현지 유통 구조를 손질하고 있다. 왕홍 라이브 방송과 샤오홍슈 마케팅도 병행하고 있지만, 단순 유통 확대보다 브랜드 신뢰도와 재구매 기반 확보에 초점을 맞추는 분위기다. 동시에 미국 월마트, 일본 마츠모토키요시, 폴란드 로스만 등 글로벌 유통 채널 진입을 확대하며 매출 축 자체를 중국 밖으로 넓히고 있다.
태광그룹과의 시너지도 기대된다. 태광산업이 보유한 섬유·화학 소재 경쟁력은 기능성 원료와 패키징 분야에서 애경산업과 접점이 있다. 그룹 내 T커머스 채널 쇼핑엔티와 최근 출범한 코스메틱 법인 SIL, 동성제약 등과의 협업 가능성도 거론된다. 실제 태광산업은 최근 럭셔리 스킨케어 브랜드 '사핀'을 출시하며 뷰티 사업 확대에 시동을 걸었다. 업계에서는 태광이 단순 재무적 투자자가 아니라 뷰티를 그룹 신사업 축으로 키우려는 의지가 강하다고 보고 있다.
다만 시장에서는 여전히 넘어야 할 과제가 많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애경산업은 과거 가습기살균제 사태와 최근 일부 치약 제품 회수 이슈 등을 겪으며 브랜드 신뢰도 측면에서 상처를 입었다. 여기에 K-뷰티 시장 자체도 과거와 달리 빠르게 변하고 있다. 에이피알, 달바글로벌, 티르티르 등 신흥 브랜드들이 글로벌 플랫폼 기반으로 급성장하면서 기존 대기업 중심 시장 구도가 흔들리는 상황이다. 단순히 유통망을 넓히거나 조직을 개편하는 것만으로는 반등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올해 1분기 실적도 아직은 과도기 성격이 강하다. 애경산업의 1분기 연결 기준 매출은 1588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1% 증가했지만, 일회성 비용 영향으로 영업손실 16억 원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이에 회사 측은 일회성 비용 제외 기준으로는 영업이익 57억 원을 기록하며 본업 수익성은 유지됐다고 설명했다. 외형은 다시 성장세로 돌아섰지만, 글로벌 투자 확대와 조직 개편이 실제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평가다.
애경산업 관계자는 "글로벌 소비 환경 변화에 맞춰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고 스킨케어 중심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사업 구조를 전환하고 있다"며 "미주·유럽·일본 등 전략 시장 확대와 디지털 기반 글로벌 마케팅 강화를 통해 중장기 성장 기반을 구축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 K-뷰티 시장은 단순 수출 확대보다 '브랜드 포트폴리오 리밸런싱' 단계에 들어섰다"며 "애경산업은 그동안 에이지투웨니스 중심의 색조 비중과 중국 의존도가 높았는데, 이번 재편은 결국 스킨케어 중심 구조로 수익 체질 자체를 바꾸겠다는 의미에 가깝다"고 말했다.
이어 "태광 입장에서도 단순 생활용품 회사를 인수한 게 아니라 소재·유통·브랜드를 연결할 수 있는 소비재 플랫폼을 확보한 성격이 강하다"며 "다만 글로벌 시장에서는 제품력보다 재구매와 브랜드 충성도가 훨씬 중요해진 만큼, 시그닉·원씽이 북미와 일본에서 실제로 반복 소비 구조를 만들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뉴스웨이 양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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