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T·바이오 오리온이 준 2년의 시간···리가켐, 'ADC 데이터'로 가치 입증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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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온이 준 2년의 시간···리가켐, 'ADC 데이터'로 가치 입증해야

등록 2026.05.19 17:13

이병현

  기자

1분기 연구개발비 700억 돌파마일스톤 유입이 핵심 변수

그래픽=이찬희 기자그래픽=이찬희 기자

기술수출 명가 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가 새로운 시험대에 올랐다. 연구개발비가 매출의 두 배 수준으로 불어나면서 임상 데이터로 기업가치를 입증해야 하는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는 분석이다.

1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리가켐바이오는 1분기 별도 기준 매출 359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30.4% 감소한 수치지만 전분기와 비교해선 125% 늘었다. 기술이전 매출은 328억원으로 196.7% 증가했다. 다만 연구개발비가 728억원으로 125.7% 늘면서 영업손실 422억원, 순손실 356억원을 냈다.

정대영 리가켐바이오 기술사업전략센터장은 지난 18일 열린 컨퍼런스콜에서 1분기 손실 확대를 R&D 투자 확대의 결과로 설명했다. 그는 연구개발비 증가에 대해 "미래 가치 창출을 위한 적극적인 투자 결과로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비용의 세부 내역을 살펴보면 이번 적자의 성격이 더 명확해진다. 1분기 전체 연구개발비 중 개발비는 50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13억원 증가했다. 회사는 LCB84, LNCB74, LCB14 등 임상 단계에 있는 공동 개발 프로젝트 진전 비용이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새롭게 임상에 진입하는 클라우딘18.2(CLDN18.2) 프로젝트와 바이오 베스트 ADC 프로젝트인 BCMA-ADC 등의 개발 비용이 추가된 결과다. 초기 탐색 연구 단계를 넘어 후기 개발 및 글로벌 임상 실행 단계로 접어들며 필수적인 자금 소요가 발생한 것이다.

이러한 공격적인 임상 투자가 가능한 배경에는 최대주주인 오리온의 대규모 자금 수혈이 자리 잡고 있다. 리가켐바이오는 1분기 말 기준 4522억원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 중이다. 이는 2024년 3월 오리온이 지분 인수를 진행하며 법인에 직접 투입한 약 4700억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대금이 방파제로 작용한 결과다. 분기당 700억원 안팎의 자금을 사용하는 상황을 감안하면, 오리온이 투입한 실탄이 리가켐에게 자체 임상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는 2년의 시간을 벌어준 셈이다.

리가켐바이오는 2006년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로 출발해 2024년 3월 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로 사명을 바꿨고, 같은 달 홍콩 소재 오리온 계열사인 팬오리온코퍼레이션(PAN ORION Corp. Limited)이 최대주주가 됐다. 지난 2023년 얀센과 LCB84 기술이전, 2024년 오노와 LCB97 및 플랫폼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하며 ADC 기술수출 기업으로 입지를 다졌다.

오리온그룹은 2024년 3월 리가켐바이오 지분 25.73% 인수를 완료했다. 총 인수금액은 5485억원이다. 오리온은 이 투자로 식품과 바이오를 양대 핵심 사업군으로 구축하겠다는 구상을 제시했다. 리가켐 입장에서는 대규모 자금이 기술수출 이후 자체·공동개발 임상 확대를 밀어붙일 수 있는 기반이 된 셈이다.

관건은 하반기 나올 파이프라인 데이터다. CLDN18.2 ADC인 LCB02A는 지난 5월 14일 글로벌 임상 1/2상 IND 승인을 받았다. CS5001/LCB71은 1차 치료 DLBCL 병용 임상 중간 결과에서 22명 대상 객관적반응률 100%, 완전관해율 95.5%를 제시했다. 수치상으로는 강한 초기 신호지만, 표본 수가 아직 작아 후속 환자 데이터와 안전성 확인이 필요하다.

정철웅 ADC연구소장은 LCB02A와 관련해 "3분기 정도에 첫 환자 투약이 개시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파트너사가 주도하는 프로젝트 역시 순조롭게 궤도에 오르고 있다. 파트너사 시스톤(CStone)이 최초로 공개한 ROR1 타겟 'LCB71(CS5001)'의 1차 치료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DLBCL) 병용 임상 1상 중간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22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객관적반응률(ORR) 100%, 완전관해율(CR) 95.5%라는 긍정적 수치를 기록하며 해당 영역에서 잠재력을 입증했다. 또 일본 오노약품공업으로 기술이전된 L1CAM 타겟 'LCB97(ONO-7429)'도 고형암 환자를 대상으로 글로벌 임상 1상 개시를 공식화했다.

이밖에 최근 AACR 2026에서 전임상 데이터를 공개한 다발성 골수종 타겟의 BCMA-ADC는 곧 임상 개시를 앞두고 있다.

이처럼 전방위적으로 확대되는 임상 파이프라인은 필연적으로 단기적인 비용 증가를 수반한다. 회사 측은 이를 기업가치 상승을 위한 계획된 행보로 자신하고 있다.

실제 리가켐바이오 재무제표를 살펴보면 단기 지급 능력에는 큰 문제가 없는 상태다. 별도 기준 현금및현금성자산 548억원과 기타유동금융자산 3802억원을 합치면 즉시성 자금은 약 4350억원으로, 유동부채 442억원을 크게 웃돌고 회사채·기업어음 등 채무증권 미상환 잔액도 없다.

다만 1분기 별도 영업활동 현금유출이 542억원이고, 보유자금도 2025년 말 5116억원에서 1분기 말 4522억원으로 한 분기 만에 594억원 줄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재 보유현금은 넉넉하다기보다는 2년 안팎의 빠듯한 자금에 가깝다. 향후 임상 단계 프로젝트 증가로 R&D 비용이 더 늘 경우, 마일스톤 유입 속도가 현금 방어력의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정 센터장은 현금 여력에 대해 "추가 현금 유입이 없어도 현재로서는 2년 이상 연구개발을 지속할 수 있다"면서 "지속적으로 기술 이전하고 파트너사 마일스톤을 수령하며 현금 창출 능력은 계속해서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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