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안으로는 상생, 밖으로는 환율 쇼크···과열된 주주환원에 찬물

금융 금융일반

안으로는 상생, 밖으로는 환율 쇼크···과열된 주주환원에 찬물

등록 2026.05.19 17:55

김다정

  기자

1분기 금융지주 CET1 일제히 하락···우리금융만 유일하게 '선방'원·달러 환율 1500원 돌파에 리스크 재점화···포용금융 부담까지 가중1년 새 위험가중자산 54조 불어나···"이익 뒷받침 없는 환원은 독 될 수도"

그래픽=이찬희 기자그래픽=이찬희 기자

국내 주요 금융지주사들이 '밸류업 프로그램'에 발맞춰 역대급 주주환원 보따리를 풀어놓고 있지만 대내외 악재가 겹치며 '자본 체력'에 경고등이 켜졌다.

신한금융이 '상한 없는 주주환원'을 시작으로 금융권 전반에 배당·자사주 매입 경쟁이 과열 양상을 보이던 상황에서 고환율 장기화에 생산적·포용 금융 청구서까지 날아들면서 자본적정성 관리가 임계점에 달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4대 금융지주 가운데 KB·신한·하나금융의 보통주자본비율(CET1)이 지난해 말 대비 소폭 하락했다.

KB금융의 CET1 비율은 지난해 말 13.82%에서 올해 1분기 13.63%로 낮아졌다. 신한금융은 13.35%에서 13.19%로, 하나금융은 13.38%에서 13.09%로 하락했다. NH농협도 12.03%로, 전분기( 12.25%) 대비 감소했다.

5대 금융지주 중 우리금융만 12.9%에서 13.6%로 상승세를 보였다.

지방금융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iM·BNK·JB금융도 CET1 비율이 전년 말 대비 0.05~0.1%p(포인트) 낮아진 12.0~12.6%에 머물렀다.

CET1 비율은 위험가중자산(RWA) 대비 핵심 자본의 비율로, 손실흡수력과 주주환원 여력을 나타내는 지표다. 금융당국은 암묵적으로 13% 이상을 유지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주요 금융지주들은 주주환원 확대 여력이 충분하다는 점을 강조했지만, 대내외 악재에 CET1 감소 압박이 커지면서 불안감이 감지되고 있다. 환율 변동성이 재차 확대된 데다 정부의 강력한 생산적·포용금융 기조로 RWA 관리 부담이 커져 CET1에 하방 압력이 더욱 커졌기 때문이다.

최근 원·달러 환율은 지난 4월 7일 이후 한 달여 만에 1500원선을 돌파했다. 전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500.3원으로 거래를 마감한 데 이어 이날도 1506선을 웃돌며 강달러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시장에서는 중동 불확실성이 다시 고조되는 상황에서 글로벌 국채 금리 상승 국면에 추가 차익실현을 위한 매도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원·달러 환율 상방 압력도 거세질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권의 외화유동성 관리에도 재차 비상이 걸렸다. 보유한 외화자산의 원화 환산액이 커지자 이는 곧바로 위험가중자산의 급증으로 이어져 자본비율을 끌어내리는 '부메랑'이 되는 모양새다.

특히 최근 금융권에 거세게 날아든 생산적·포용 금융 청구서도 자본 관리에 부담을 더하고 있다. 기업대출과 저소득층·금융취약계층에 대한 금융지원은 가계대출보다 위험가중치가 높아 같은 규모의 대출을 취급하더라도 더 많은 자본을 쌓아야 한다.

수천억 원대 비용 지출이 지속되는 가운데 자본비율 관리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 남는 대목이다. 실제로 고환율 기조와 기업대출 확대가 이어진 지난 1분기 말 기준 4대 금융지주의 RWA는 총 1209조7000억원으로 집계됐다. 1년 새 54조원 증가한 수치다.

2분기 들어 진정세에 접어든 환율 리스크에 한숨 돌리나 했더니 포용금융 압박까지 가중되면서 다시금 고민이 깊어지는 분위기다. 겉으로는 '밸류업'을 외치며 주주들의 환호를 받고 있지만, 금융지주들이 해외 시장에 고백한 속내에는 위기감이 가득하다.

KB금융·신한금융·우리금융 등 주요 금융지주 3사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사업보고서 내 '투자위험 요소' 항목에 올해 처음으로 생산적·포용금융 정책을 새롭게 추가하면서 "연체율 상승과 자산건전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의도치 않은 비용이나 손실을 부담하게 될 수 있다"는 취지로 언급했다.

이후 논란이 확산되자 이들 금융지주 3사는 "정부의 생산적·포용금융 정책 방향에 깊이 공감하고 있으며 이를 핵심 경영 방향 가운데 하나로 추진하고 있다"고 밝힌 상태다.

일각에서는 대내외 악재 속에서 이익 창출 능력이 확실하게 뒷받침되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한 주주환원 경쟁이 독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환율 국면이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잠재 부실 채권이 늘어날 수 있는 만큼, 지금은 배당 재원을 짜내기보다 곳간을 채워 손실흡수력을 강화해야 할 시점이라는 지적이다.

안태영 한국기업평가 책임연구원은 "이익창출 확대가 뒷받침되지 않은 무리한 주주환원 확대는 그룹 전반의 펀더멘털 약화를 초래할 수 있다"며 "주주환원 확대 자체보다 자본력과 재무안정성, 계열사 자금관리 간 균형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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