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으로 가는 KDDX···방사청의 아마추어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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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으로 가는 KDDX···방사청의 아마추어리즘

등록 2026.05.20 17:48

이승용

  기자

사업자 선정방식 혼선·감점 평가 쟁점화법원 가처분·항고까지 번진 설계자료 분쟁방사청, 기준 미정립에 업계 불신 확대

KDDX 조감도. 사진=HD현대중공업 제공KDDX 조감도. 사진=HD현대중공업 제공

7조원대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이 재입찰에 들어갔지만 방위사업청의 방산사업 관리 부실 논란은 커지고 있다. 사업자 선정 방식과 설계자료 제공 기준, 보안감점 적용 원칙이 입찰 전 명확히 정리되지 않으면서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 간 갈등이 법적 공방과 입찰 파행으로 번졌다는 지적이다.

20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방사청은 KDDX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사업 입찰을 재공고하고 오는 26일 사업설명회, 29일 입찰 마감을 진행할 예정이다. 앞서 1차 입찰에서는 한화오션만 참여하고 HD현대중공업이 불참하면서 유찰됐다. 지명경쟁입찰은 복수 업체가 참여해야 경쟁이 성립되는 만큼 단독 응찰 시 유찰된다.

KDDX는 6000톤급 한국형 차기 구축함 6척을 국내 기술로 확보하는 사업이다. 총사업비는 7조439억원 규모이며, 이번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사업비는 부가가치세를 포함해 8820억원 수준이다. 선도함은 2032년 말 해군 인도가 목표다. 당초 방사청은 2024년 상세설계 사업자를 선정하고 건조에 착수할 계획이었지만, 입찰 방식과 자료 제공, 보안감점 등을 둘러싼 이견으로 일정이 지연돼왔다.

문제는 재입찰이 시작됐다고 해서 기존 갈등이 해소된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기본설계 자료 제공 문제는 법적 공방으로 이어졌고, 보안감점 적용 여부와 2차 유찰 시 수의계약 가능성은 이번 재입찰의 핵심 변수로 남아 있다. HD현대중공업이 참여하면 보안감점 1.2점의 평가 반영 여부가 쟁점이 되고, 불참하면 한화오션 단독 응찰에 따른 수의계약 논란이 커질 수 있다. 방사청이 자료 제공 기준과 감점 적용 원칙, 유찰 이후 절차를 사전에 명확히 정리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방사청의 첫 번째 관리 실패로는 사업자 선정 방식의 혼선이 꼽힌다. KDDX 사업은 개념설계를 한화오션의 전신인 대우조선해양이, 기본설계를 HD현대중공업이 각각 수행했다. HD현대중공업은 기본설계 수행 업체가 상세설계와 선도함 건조까지 이어가는 것이 기술 연속성에 부합한다고 주장해왔다. 반면 한화오션은 군사기밀 유출 논란 등을 이유로 경쟁입찰이 불가피하다고 맞서왔다. 기본설계 이후 사업을 수의계약으로 이어갈지, 경쟁입찰로 전환할지에 대한 기준이 사업 초기부터 명확했다면 지금과 같은 입찰 혼선은 줄일 수 있었다는 지적이다.

설계자료 제공 기준이 명확하지 않았던 점도 방사청 책임론으로 이어지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제안요청서(RFP)에 포함된 KDDX 기본설계 자료에 자사 영업비밀이 담겨 있다며 법원에 일부 자료 공유 중단을 요구하는 가처분을 신청했다. 법원은 지난 8일 이를 기각했고, HD현대중공업은 항고한 상태다. 정부 예산이 투입된 설계 결과물을 국가 소유 자료로 볼 것인지, 업체의 기술 노하우가 담긴 영업비밀로 볼 것인지에 대한 기준이 입찰 과정에서 충돌하면서 법적 공방으로 번진 것이다.

방사청의 보안감점 운용도 관리 실패로 지적된다. HD현대중공업은 과거 임직원의 군사기밀 내부망 공유 사건 유죄 판결로 보안감점 대상에 올라 있다. 그러나 방사청은 감점 적용 시한을 지난해 11월에서 올해 12월로 연장하고, 감점 폭도 1.8점에서 1.2점으로 조정했다. 이후 HD현대중공업이 재검토를 요청하면서 감점 적용 여부는 다시 평가 과정의 변수로 남았다. 입찰 전에 확정됐어야 할 제재 기준이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당락을 가를 쟁점으로 떠오른 셈이다.

시장에서는 KDDX 논란을 방사청의 대형 방산사업 관리 부실이 드러난 사례로 보고 있다. 사업자 선정 방식과 설계자료 제공 기준, 보안감점 적용 원칙이 입찰 단계에서 잇따라 쟁점화되면서 방사청이 핵심 쟁점을 사전에 정리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사업 지연이 장기화될 경우 2032년 선도함 인도 일정과 해군 전력화 계획에도 부담이 커질 수 있어, 재입찰 과정에서 방사청의 명확한 기준 제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KDDX는 단순한 조선사 간 수주 경쟁이 아니라 방사청의 사업관리 체계가 제대로 작동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라며 "수의계약과 경쟁입찰 판단 기준, 설계자료 제공 범위, 보안감점 적용 방식이 사전에 정리되지 않으면서 7조원대 사업이 입찰 단계마다 흔들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방사청이 명확한 기준 없이 사안을 끌고 온 결과, 업체들은 법적 대응과 입찰 전략으로 맞서고 있고 사업 지연 부담은 결국 해군과 국민에게 돌아갈 수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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