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AI 외치더니 결국 SI···한국 AI의 낡은 생존법

오피니언 기자수첩

AI 외치더니 결국 SI···한국 AI의 낡은 생존법

등록 2026.05.20 17:27

유선희

  기자

reporter

생성형 인공지능(AI) 시대가 열리면서 국내 정보기술(IT) 업계는 연일 'AI 전환(AX)'을 외치고 있다. 한글과컴퓨터는 최근 AX 기업 전환을 선언했고, 삼성SDS·LG CNS 등 기존 시스템통합(SI) 기업들도 공공·기업용 AI 사업 확대를 핵심 전략으로 내세워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는 중이다. 모양새만 보면 국내 IT업계 역시 글로벌 AI 경쟁의 중심에 선 듯 보인다.

그러나 속내를 들여다보면 진정한 의미의 AI 경쟁이라 보기 어렵다. 국내선 독자 모델 경쟁보다 공공·금융·민간 기업들의 AI 도입 수요를 겨냥한 '구축형 사업'에 초점을 맞춘 셈이기 때문이다. 미국 빅테크들이 AI 에이전트와 멀티모달, AI 반도체 등 원천 AI 기술 경쟁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는 사이, 혁신적인 AI 모델 개발보다 기존 SI 사업을 AX까지 확장한 안전한 생존법이 먼저 눈에 띄는 게 현재 한국 IT 업계의 현주소다.

이를 무조건 비판하기는 어렵다. AI 산업은 막대한 투자 비용이 필요한 데다 아직까진 수익 모델도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글로벌 빅테크들은 기업용 AI 시장 공략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오픈AI와 마이크로소프트(MS)·구글·세일즈포스 등이 AI 에이전트와 업무 자동화 시장 경쟁에 뛰어들며 수익화에 속도를 내는 중이다. 결국 AI 역시 돈을 벌어야 지속 가능한 사업이 된다는 현실을 보여준다.

문제는 이런 구조가 장기적으로 국내 AI 산업의 기술 종속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 국내 기업 상당수는 오픈AI·구글·클로드·라마(Llama) 등 해외 거대언어모델(LLM)을 기반으로 엔터프라이즈 사업을 추진하거나 커스터마이징 사업 확대에 집중하는 분위기다. 당장은 빠른 사업화와 안정적인 수익 확보가 가능하지만, 핵심 AI 모델과 생태계를 해외 기술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굳어질 가능성도 크다. 실제 국내에서 독자 AI 모델 경쟁에 뛰어든 곳은 LG·네이버·카카오 등 대기업 계열과 일부 AI 스타트업 정도에 그친다.

수익화에만 매몰된 채 AI 구축 사업 중심 전략에 머문다면 한국 AI 산업은 결국 글로벌 기술 종속에서 벗어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정부가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독파모)까지 추진하며 원천 기술 확보에 나선 상황에서 기업들 역시 단기 전략에서 벗어나 연구개발(R&D) 등 장기적인 기술 투자 확대에 나설 시점이다. AI 시대에도 여전히 'SI형 생존법'에 머문다면 한국 AI 산업의 미래 역시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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