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T·바이오 다국적 제약사 배당 '급랭'···한국AZ '270억' 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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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국적 제약사 배당 '급랭'···한국AZ '270억' 1위

등록 2026.05.22 07:08

이병현

  기자

한국아스트라제네카, 순이익 넘는 270억 배당한국화이자·로슈, 고배당 멈추고 배당규모 대폭 축소11개사 평균 배당성향 281%→37%로 하락

그래픽=홍연택 기자그래픽=홍연택 기자

국내에 진출한 주요 다국적 제약사 배당 기조가 크게 바뀌었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벌어들인 순이익을 훌쩍 뛰어넘는 막대한 금액을 해외 본사로 송금하던 대다수 기업이 올해는 배당 규모를 대폭 축소하거나 아예 지갑을 닫았다.

반면 한국아스트라제네카는 실적이 크게 악화했는데도 조사 대상 기업 중 유일하게 순이익을 초과하는 배당금을 책정했다.

21일 주요 다국적 제약사 11곳의 2025년도 감사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이들의 배당총액은 약 811억9000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도인 2024년(약 2217억3000만원)과 비교해 63.4%나 쪼그라든 수치다. 이중 한국얀센과 한국오츠카제약은 국내 주주 몫을 제외하면 외국계 지배주주에게 귀속되는 배당금은 더 적을 것으로 추산된다.

전체 누적 순이익 대비 배당총액의 비율을 나타내는 평균 배당성향 역시 2024년 93.2%에서 지난해 30.8%로 3분의 1토막이 났다.

지갑 닫은 화이자·로슈


지난해 배당 한파는 대형 제약사가 일제히 배당을 중단하거나 축소한 여파가 가장 컸다.

2024년 중간배당만 600억원을 단행하며 업계 최고 수준의 배당을 자랑했던 한국화이자제약은 지난해 사실상 배당을 제로(0) 수준으로 줄였다. 지급된 1248만원은 우선주에 대한 연차배당일 뿐, 보통주에 대한 배당은 전무했다. 당기순이익이 약 357억원에서 198억원으로 반토막 난 상황을 고려하더라도, 168%에 달하던 배당성향이 0.06%로 극단적인 변화를 겪었다.

화이자의 배당 축소는 손익뿐 아니라 현금흐름과도 맞물려 있다. 한국화이자제약의 2025년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634억원으로 전년에 이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매출채권과 미수금, 재고자산 증가가 현금흐름을 압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로슈와 한국노바티스도 배당을 멈췄다.

한국로슈는 2024년 14억원에 불과한 순이익을 거두고도 무려 350억원을 본사에 송금해 2400%를 초과하는 기형적인 배당성향을 기록했다. 하지만 순이익이 486억원으로 30배 이상 폭증한 지난해에는 한 푼도 배당하지 않았다. 한국로슈 역시 2025년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185억원으로 마이너스였다.

한국노바티스도 전년도 240억원을 배당했으나, 순이익이 약 326억원으로 늘어난 지난해에는 무배당 정책으로 선회했다.

이외에 한국비엠에스제약과 길리어드사이언스코리아는 2년 연속으로 배당금을 책정하지 않았다.

한국AZ, 실적 악화에도 '초과배당'


한국아스트라제네카는 배당금 가뭄 속에서 홀로 고배당을 유지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270억원을 중간배당하며 11개사 중 배당액 1위에 올랐다.

문제는 회사의 수익성이 크게 악화한 상태에서 배당이 집행됐다는 점이다. 한국아스트라제네카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약 175억원으로, 2024년(약 489억원) 대비 64%나 급감했다. 그럼에도 순이익보다 100억원 가까이 많은 현금을 본사에 안겨주며 조사 대상 중 유일하게 '초과 배당(배당성향 154%)'을 실시했다. 전년(500억원) 대비 배당금 총액은 줄었지만, 본사 중심 자금 유출 기조는 꺾이지 않았다.

이밖에 한국오츠카제약(157억2000만원), 한국얀센(140억원), 바이엘코리아(100억원) 등은 100억원대 배당을 이어가며 각각 40~70%대의 비교적 일관된 배당성향을 유지했다. 사노피-아벤티스코리아는 64억5300만원(배당성향 17%)을 지급하며 배당을 재개했고, 한국베링거인겔하임은 80억원(67.2%)을 배당했다.

고무줄 배당, 한국 법인 한계


OECD는 'OECD/G20 BEPS 프로젝트' 관련 보고서에서 "이익이 실제 경제활동과 가치 창출이 이뤄지는 곳에서 과세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올해 다국적 제약사 배당총액은 전년 대비 급감했지만, 이를 곧바로 국내 재투자 확대로 해석하기는 어렵다.

투자소득에는 배당금뿐 아니라 재투자수익도 포함된다. 직접투자기업이 이익을 배당하지 않고 내부에 유보할 경우, 직접투자자 지분에 해당하는 미배당 이익은 국제수지상 재투자수익으로 반영된다.

즉 무배당은 단기적인 현금 송금이 줄었다는 의미는 있지만, 그 돈이 국내 연구개발이나 설비투자로 실제 투입됐다는 뜻은 아니다. 이익이 유보된 뒤 다음 해 배당 재원으로 쓰일 수도 있고, 관계회사 거래나 이전가격 조정 등을 통해 손익 구조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

실제로 한국로슈는 2025년 손익계산서상 매출원가에 이전가격조정액 275억원을 반영했다. 이는 배당 외에도 다국적 기업 내부의 상품 매입가격, 수수료, 로열티, 용역거래 등이 국내 법인의 이익 규모에 영향을 줄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업계에서는 다국적 제약사의 극단적인 배당 널뛰기 현상이 한국 법인의 한계를 보여주는 방증이라고 본다.

통상 국내 대형 제약사는 순이익의 일정 비율을 주주에게 환원하는 가이드라인을 세우고, 남은 잉여이익을 연구개발(R&D)과 시설 확충에 재투자한다. 반면 다국적 제약사의 한국 법인은 지분 100%를 글로벌 본사가 소유한 구조로, 통상 한국 시장 실적이나 투자 필요성보다는 본사의 M&A(인수합병) 자금 수요나 글로벌 배당 정책에 따라 현금 유출 규모가 결정된다.

외자사 현지 법인의 국내 재투자를 유도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표적인 예가 중국이다. 중국은 다국적 기업이 자국 현지 법인에서 발생한 이익을 해외 본사로 배당할 때 10%의 높은 원천징수세(WHT)를 부과한다. 하지만 이 배당금을 본사로 가져가지 않고 중국 내 '장려 산업(제약 R&D, 바이오 생산시설 등)'에 재투자할 경우, 원천징수세를 전액 유예 및 감면해 주는 이른바 '재투자 장려 정책'을 시행 중이다.

일부 유럽 국가도 다국적 기업이 조세조약을 통해 낮은 배당 세율을 적용받으려면 해당 현지 법인이 실질적인 비즈니스(Substantive Business Operations)를 수행하고 있어야 한다는 요건을 강화하고 있다. 단순 판매나 마케팅 창구 역할을 넘어 R&D나 생산 거점으로서의 역할을 증명해야 국부 유출 시 페널티를 피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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