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동성 커진 원·달러 환율···당분간 상승세 지속 예상코스피 급등에 외국인 투자자 차익실현 및 리밸런싱 "환율 상단 예측 어려워···고환율 만성화될 가능성↑"
원·달러 환율이 금융위기 이후 최고로 치솟은 가운데 전문가들은 환율이 1600원 수준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코스피지수가 크게 오르며 차익실현에 나선 외국인 투자자들의 주식 매도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달러 환전에 따른 환율 상방 압력이 계속될 것이란 분석이다. 반도체에 가려진 한국 경제의 저성장 기조도 원화 가치 하락을 부채질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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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환율이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로 치솟음
전문가들은 환율이 1600원 수준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
외국인 투자자의 주식 매도, 한국 경제의 저성장 기조 등이 원화 약세 압력으로 작용
8일 오전 환율 1555.2원으로 출발, 종가 1535.0원 기록
외환보유액 5월 말 기준 4269억9000만달러(약 649조원), GDP 대비 23%
OECD 전망에 따르면 2027년 미국 잠재성장률 2.01%, 한국 1.52%
전문가들 환율 상단 1599~1600원 제시
코스피 급등으로 외국인 차익실현·리밸런싱 매도세 확대
반도체 의존과 낮은 잠재성장률, 생산성 저하 등 구조적 요인
미국 금리가 한국보다 높아 달러 강세 요인 지속
고환율 현상은 일시적이 아니라 구조적 문제와 맞물려 있음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은 효과 미미, 외환보유액도 충분치 않음
전문가들 과도한 개입 대신 시장 선진화, 금리 인상 등 근본 대책 강조
고환율 장기화 시 물가 상승·내수 위축 등 부정적 파급 우려
외국인 매도세, 글로벌 이벤트 등 변수에 따라 단기 변동성 가능성
정부는 외환시장 선진화와 충격 최소화에 집중해야 한다는 조언
지난달 15일 1500원대로 올라선 환율은 지속적으로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8일 오전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16.1원 오른 1555.2원으로 출발해 이후 1540원대로 내려왔다. 3시30분 기준 종가는 1535.0원을 기록했다.
빠르게 오른 코스피···외국인 '셀 코리아' 불 붙였다
시장에서는 외국인 증시 순매도가 지속적인 원화 약세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코스피가 1년 만에 전 세계에서 수익률이 가장 높은 시장으로 떠오르며 외국인의 차익실현 및 리밸런싱이 본격화됐다는 해석이다. 특히 글로벌 연기금과 패시브 펀드들이 포트폴리오 비중을 맞추기 위해 한국 주식을 매도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서정훈 하나은행 수석연구위원은 "3월 원·달러 환율 상승의 경우 전쟁 요인이 컸다면 5월은 코스피가 상대적으로 주변국들 대비 빠르게 성장한 것이 외국인들의 차익실현, 리밸런싱에 영향을 줬다"며 "글로벌 연기금과 펀드의 한국 비중이 주가 상승으로 1년 새 3배 올랐다. 예를 들어 10%만 담고 있어야 하는데 30%가 되면 20%를 팔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코스피지수가 8000포인트까지 오르는데 3~4년 걸렸다면 외환시장이 그 충격을 견디면서 갔겠으나 단기간에 너무 급등했다"며 "수출 확대 등이 같이 이뤄져야 하는데 현재 시기적으로 대미투자 관련 불확실성이 있어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과도한 반도체 의존도와 낮은 잠재성장률, 생산성 저하 등이 원화 가치를 끌어내리고 있다는 진단도 나왔다. 미국의 금리가 한국보다 높은 가운데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미국 대비 더 낮다 보니 달러 강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6월 OECD 경제전망에 따르면 미국의 2027년 잠재성장률은 2.01%, 한국의 경우 1.52%로 전망됐다.
박형중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반도체에 가려져 있지만, 국내 성장동력의 부재, 즉 반도체 다음 바통을 이어받을 산업이 눈에 보이지 않는 점이 종합적으로 환율 상승을 이끌고 있다"고 지적했다.
허준영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도 "최근 한 1~2년을 보면 우리나라 통화는 달러 가치가 흔들릴 때 유독 많이 흔들리는 편"이라며 "반도체 때문에 착시가 있지만 전반적으로 우리나라 펀더멘탈(기초체력) 자체가 개선되지 않은 부분이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환율 상단 당분간 열어둬야···1600원까지 예상"
금융권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당분간 계속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환율 상단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고점인 1600원 수준까지 높여야 한다는 주장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박형준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와 문정희 KB국민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는 환율 상단을 1600원으로 제시했으며, 서정훈 하나은행 수석연구위원도 1599원을 제시했다.
문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만약 코스피 지수가 더 이상 빠지지 않는다면 외국인은 계속 주식을 매도할 거고 이 경우 1600까지 갈 가능성이 있다"며 "단기간에 40원이 올랐기 때문에 1600원도 예상해야 한다"고 추정했다.
이어 "단 지수가 조정되고 외국인의 매도 강도가 약해진 가운데 정부의 개입이 있다면 1520원까지 하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 수석연구위원도 "외국인들의 매도세가 어느 순간 진정될지 정확하게 감을 잡기가 쉽지 않다. 상단을 1599원까지 열어놓고 보고 있다"며 "이번주는 스페이스X 상장 등 큰 이벤트가 있어 1560원 전후가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박 이코노미스트는 "우리나라 가계의 해외자산 비중이 OECD 국가 중 최하위권에 속하는 만큼 국내 가계의 해외 투자 확대는 앞으로도 수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며 "기업 측면에서도 대미투자 협정으로 달러가 많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런 점들을 고려해보면 고환율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닌 만성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장기화되는 고환율···외환시장 선진화 방안 시급
이번 '고환율 쇼크'는 과거의 일시적인 대외 충격과 달리 한국 경제의 구조적 체질 변화와 맞물려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깊다. 정부는 꾸준히 외환시장에 개입하고 있지만 뚜렷한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현재의 환율 방향성을 바꾸기 쉽지 않은 만큼 외환시장 선진화를 통해 대외 신인도를 높이고 고환율에 따른 국내 경제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는데 힘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한 정부의 과도한 개입은 지양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최국현 중앙대 경영경제대학 교수는 "정부가 일부 투기 거래를 모니터링·적발하는 건 필요하지만, 그 이상의 과도한 개입은 외환보유액만 소진하고 그 효과는 단발성에 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정훈 수석연구위원도 "외환보유액이 4000억 달러가 넘지만 당장 투입할 수 있는 현찰은 많지 않은 상태"라며 "일본처럼 엔화 절하를 막기 위해 무작정 자금을 쏟아 넣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5월 말 기준 외환보유액은 4월 말보다 8억8000만달러 감소한 4269억9000만달러(약 649조원)로 집계됐다. 외환보유액은 지난 4월 42억2000만달러 늘어나며 증가세를 보였지만 한 달 만에 다시 감소로 전환했다. 이는 지난해 국내총생산량(GDP) 대비 23%에 불과한 수준이다.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GDP 대비 60~90%까지 외환보유액을 쌓은 대만·싱가포르와 비교했을 때 한국은 너무 낮은 수준이라 시장에 충분히 개입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고환율을 막으려면 결국 달러를 풀어야 하지만, 현재 수준에서 4000억 달러 선이 무너지면 시장 공포는 더욱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인위적인 개입보다는 금리 인상을 포함해 근본적인 달러 유출 흐름을 완화하는 체질개선을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미국보다 자금 유입 유인(국내 금리)이 낮고 국내 잠재성장률이 저하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금리 차이를 좁혀야 한다는 논리다.
대외 신인도를 확립해 단기 투기 자금의 영향력을 낮춰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서 수석연구위원은 "시장 선진화를 통한 대외 신인도 확립이 제일 필요하다. MSCI 선진국 지수 편입 등을 통해 외국인들의 장기 자금 유입이 가능하게 해야 한다"며 "결국 현재 정부가 가장 공을 들여야 하는 것은 외환시장의 선진화"라고 강조했다.
박 이코노미스트는 "고환율이 장기화된다면 앞으로 물가가 오르고 생활비 부담이 커지며 한은도 긴축 스탠스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내수는 더 위축되며 침체될 가능성이 있다"며 "정부는 고환율의 여파가 국내 경기에 파급되는 부정적 영향이 최소화 되게끔 준비하는 작업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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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김다정 기자
ddang@newsway.co.kr
뉴스웨이 이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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