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성장세 둔화·투자 부담 교차수익성 한계, 전략 재검토 불가피
'미래 먹거리'로 불리던 건강기능식품 사업이 식품업계의 계륵으로 전락하고 있다. 고령화와 건강 관리 수요 증가에 힘입어 성장 산업으로 주목받았지만 시장 성장세가 둔화하고 경쟁은 치열해지면서 기대만큼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어서다. 사업을 접기에는 그동안 투입한 투자 비용이 부담이고 키우자니 수익성이 따라주지 않는 딜레마에 빠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주요 식품업체들은 최근 수년간 건강기능식품 사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육성해 왔다. 하지만 상당수 업체가 여전히 본업 의존도를 벗어나지 못한 채 제한적인 성과에 머물고 있다.
풀무원이 대표적이다. 풀무원은 건강기능식품을 포함한 건강생활 사업을 운영하고 있지만 올해 1분기 해당 사업 매출은 107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0.9%에 그쳤다. 미래 먹거리로 육성해 온 사업이 아직 실적을 이끌 정도의 존재감을 확보하지 못한 것이다.
동원F&B도 상황은 비슷하다. 홍삼 브랜드 '천지인'을 운영하고 있지만 관련 사업 실적은 별도로 공개하지 않는다. 다만 올해 1분기 일반식품과 조미유통 부문 매출은 1조2522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95.4%를 차지했다. 건기식 사업 비중이 크지 않다는 의미다.
농심은 건강기능식품 브랜드 '라이필'을 운영하고 있지만 여전히 실적 대부분은 라면에서 나온다. 올해 1분기 라면 매출은 8011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85.8%를 차지했다. 건기식 사업이 새로운 성장축 역할을 하기에는 역부족인 셈이다.
빙그레는 2019년 건강기능식품 브랜드 'TFT'를 선보이며 시장에 진출했다. 하지만 초기 출시 제품 상당수가 단종됐고 지난해에는 TFT 공식 온라인몰 운영도 종료했다. 현재는 단백질 브랜드 '더단백' 등을 중심으로 사업을 이어가고 있지만 시장 내 영향력은 제한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고령화 수혜 기대했지만···건기식 시장 성장세 둔화
건강기능식품 시장을 둘러싼 환경도 예전 같지 않다. 한때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하던 국내 건강기능식품 시장은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성장세가 둔화하고 있다.
여기에 제약사와 플랫폼 업체들까지 시장에 뛰어들면서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소비자들이 브랜드보다 기능성과 원료를 중심으로 제품을 선택하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연구개발 역량과 전문성이 경쟁력을 좌우하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
과거 식품사들의 강점이었던 유통망과 브랜드 인지도만으로는 차별화가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접기도 키우기도 어렵다···식품사 건기식 딜레마
문제는 그렇다고 사업을 접기도 어렵다는 점이다. 건강기능식품 시장의 장기 성장 가능성은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이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건강 관리에 대한 관심도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사업 확대 역시 만만치 않다. 건강기능식품은 연구개발과 마케팅 비용이 많이 드는 사업이다. 기능성 원료 확보와 신제품 개발, 광고·판촉 등에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하지만 단기간에 수익을 내기는 쉽지 않다.
반대로 사업을 정리할 경우 그동안 투입한 비용을 상당 부분 포기해야 한다. 생산 설비와 유통망, 브랜드 자산 등도 부담 요인이다.
업계 관계자는 "건강기능식품은 장기적으로 성장 가능성이 있는 시장이지만 경쟁 강도도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며 "본업과 시너지를 만들지 못하면 수익성을 확보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미래 먹거리로 기대를 모았던 건강기능식품 사업이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하면서 식품사들의 사업 포트폴리오 전략도 재조정 국면에 들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뉴스웨이 김다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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