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 공급 확대, SK하이닉스 독보적 위치 부각LG, 피지컬 AI·로보틱스 협력 확대 본격화글로벌 가치사슬 경쟁 격화, 시장 시선 재편
인공지능(AI) 산업 패권 경쟁의 중심축이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한때 삼성전자와 TSMC의 반도체 경쟁으로 압축됐던 구도가 이제는 엔비디아를 중심으로 한 글로벌 가치사슬(Value Chain) 경쟁으로 확장되는 모습이다. SK하이닉스와 LG그룹이 각각 메모리 반도체와 피지컬 AI 분야에서 엔비디아와 협력을 강화하면서 AI 시대 삼성전자의 초격차 전략을 정면에서 압박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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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산업 패권 경쟁이 삼성전자와 TSMC 중심의 반도체 경쟁에서 엔비디아 중심의 글로벌 가치사슬 경쟁으로 전환되고 있다
SK하이닉스와 LG그룹이 각각 메모리와 피지컬 AI 분야에서 엔비디아와 협력을 강화하며 삼성전자의 초격차 전략을 압박하고 있다
올해 1분기 HBM 시장 점유율은 SK하이닉스 58%, 삼성전자 21%로 SK하이닉스가 크게 앞섰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 차세대 AI 가속기용 HBM4E 샘플 공급에 돌입했다
SK하이닉스 시가총액이 삼성전자에 근접하며 사상 최고 수준을 경신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TSMC-SK하이닉스 삼각동맹 구조에서 핵심 메모리 공급사로 자리 잡았다
LG그룹은 엔비디아와 피지컬 AI, 로보틱스 분야 협력을 본격화하며 그룹 핵심 계열사가 총출동했다
엔비디아의 AI 플랫폼과 LG의 가전, 로봇, 스마트팩토리, 모빌리티 기술 결합으로 새로운 AI 산업 생태계 구축을 추진한다
AI 시대에는 개별 기업 경쟁보다 생태계 경쟁이 중요해지고 있다
과거 삼성 주도의 산업 구조가 엔비디아 중심 글로벌 연합군 도전 양상으로 변화하고 있다
삼성은 수직계열화 모델, 엔비디아는 개방형 동맹 모델로 맞서고 있다
삼성전자도 AI 전환 전략과 HBM4E, 차세대 AI 반도체 경쟁력 확보에 나서고 있다
AI 투자 확대와 메모리·AI 인프라 기업 중심의 가치 평가가 강화될 전망이다
누가 더 강한 생태계를 구축하느냐가 향후 산업 지형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22일 재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최근 엔비디아 차세대 AI 가속기에 탑재될 7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인 HBM4E 샘플 공급에 돌입했다. HBM4E는 내년 출시 예정인 엔비디아 차세대 플랫폼 '루빈 울트라(Rubin Ultra)'의 핵심 메모리로 꼽힌다.
HBM 시장 1위 사업자인 SK하이닉스는 이미 AI 반도체 공급망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구축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HBM 시장 점유율은 SK하이닉스가 58%로 삼성전자(21%)를 크게 앞섰다.
특히 눈길을 끄는 부분은 단순한 공급 관계를 넘어선 협력 구조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이달 초 대만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웨이저자 TSMC 회장을 잇달아 만나 AI 반도체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엔비디아-TSMC-SK하이닉스'로 이어지는 AI 반도체 삼각동맹이 한층 강화됐다는 평가를 내놓는다. 엔비디아가 AI 칩 설계를 맡고, TSMC가 첨단 생산을 담당하며, SK하이닉스가 핵심 메모리를 공급하는 구조가 사실상 AI 산업의 표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과거 반도체 경쟁이 개별 기업 간 기술력 대결이었다면 이제는 누가 더 강력한 가치사슬을 구축하느냐의 경쟁으로 바뀌고 있다"며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 생태계의 핵심 파트너로 자리 잡으면서 AI 메모리 시장 주도권을 확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LG그룹 역시 엔비디아와의 협력을 전면 확대하며 AI 전선에 뛰어들고 있다.
이달 초 구광모 LG그룹 회장과 젠슨 황 CEO가 서울에서 만나 피지컬 AI와 로보틱스 분야 협력을 논의한 데 이어 LG는 곧바로 후속 조치에 착수했다.
현신균 LG CNS 사장, 김병훈 LG전자 CTO 등 주요 경영진과 실무진 30여명은 이날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에 위치한 엔비디아 본사를 방문해 구체적인 사업 협력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참석 계열사만 해도 LG전자, LG이노텍, LG CNS, LG AI연구원 등 그룹의 핵심 조직이 총망라됐다. 재계에서는 이를 두고 '원(One) LG' 차원의 AI 총력전으로 해석한다.
양측의 핵심 의제는 피지컬 AI와 로보틱스다. 엔비디아의 AI 플랫폼과 LG의 가전, 로봇, 스마트팩토리, 모빌리티 기술을 결합해 새로운 AI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는 단순한 기술 협력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최근 글로벌 AI 산업은 생성형 AI를 넘어 실제 물리적 공간에서 AI가 작동하는 '피지컬 AI' 시대로 진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로봇과 자율제조, 스마트공장, 미래 모빌리티 등이 새로운 성장 축으로 부상하면서 엔비디아 역시 소프트웨어 기업을 넘어 산업 플랫폼 기업으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이른바 '엔비디아 락인(Lock-in)' 효과다. AI 반도체와 소프트웨어 플랫폼, 개발 생태계를 장악한 엔비디아와 협력하는 기업들은 차세대 AI 투자 확대의 직접적인 수혜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SK하이닉스는 HBM 공급망을 통해, LG는 피지컬 AI와 로보틱스 협력을 통해 엔비디아 생태계에 깊숙이 편입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단순한 고객사 관계를 넘어 미래 AI 산업의 가치사슬을 함께 구축하는 파트너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셈이다.
결국 SK와 LG가 공통적으로 선택한 파트너는 엔비디아다.
SK는 HBM을 앞세워 AI 반도체 가치사슬에 깊숙이 편입됐고, LG는 피지컬 AI와 로보틱스를 중심으로 엔비디아 플랫폼과 결합하고 있다. 과거 삼성전자가 주도했던 국내 IT·전자 산업 구조가 엔비디아를 중심으로 재편되는 조짐마저 나타난다.
실제 최근 증시에서도 이런 변화는 확인된다. AI 투자 확대와 HBM 경쟁력 강화에 힘입어 SK하이닉스는 이날 장중 삼성전자를 제치고 코스피 시가총액 1위에 올랐다. 삼성전자가 시총 1위 자리를 내주게 된 것은 약 25년 7개월 만이다. 시장에서는 AI 시대 수혜가 메모리와 AI 인프라 기업 중심으로 집중되면서 기업 가치 평가 방식 자체가 달라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물론 삼성전자 역시 가만히 있지는 않을 전망이다. 삼성은 최근 글로벌 전략회의를 통해 전사적인 AI 전환(AX) 전략을 본격화했고 HBM4E와 차세대 AI 반도체 경쟁력 확보에 나서고 있다. 또한 파운드리와 메모리, 디바이스를 모두 보유한 유일한 종합 반도체 기업이라는 강점도 여전히 유효하다.
다만 확실한 점은 시장의 시선이 과거와는 사뭇 달라졌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삼성이 주도하고 경쟁사들이 추격하는 구도였다면 이제는 엔비디아를 중심으로 한 글로벌 연합군이 삼성의 초격차 전략에 도전하는 양상으로 바뀌고 있다. SK는 메모리에서, LG는 피지컬 AI에서 엔비디아와 손잡고 새로운 성장 기회를 찾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AI 시대에는 개별 기업 경쟁보다 생태계 경쟁이 중요해지고 있다"며 "삼성이 구축한 수직계열화 모델과 엔비디아를 중심으로 한 개방형 동맹 모델 중 어느 쪽이 더 강력한 경쟁력을 보여줄지가 향후 산업 지형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AI 시대 승자는 가장 뛰어난 기술을 가진 기업보다 가장 강력한 생태계를 구축한 기업이 될 가능성이 높다. 엔비디아를 중심으로 한 글로벌 가치사슬이 빠르게 확장되는 가운데 삼성의 초격차 전략과 SK·LG가 합류한 엔비디아 연합군의 경쟁은 이제 단순한 기업 간 대결을 넘어 AI 산업 주도권을 둘러싼 생태계 전쟁으로 번지고 있다. 향후 글로벌 AI 시장의 판도를 결정할 승부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뉴스웨이 신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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