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K 하이닉스 240조원 승부수반도체·디스플레이·이차전지 집적 효과기존 제조 인프라 한계 극복·고도화 집중

삼성과 SK하이닉스가 30년 넘게 충청권에 쌓아온 제조 기반 위에 240조원을 추가로 투입한다. 이번 투자는 단일 산업에 초점을 맞췄던 기존 메가 프로젝트와 달리 반도체·디스플레이·이차전지 등 핵심 첨단산업을 하나의 생태계로 연결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미 구축된 제조 인프라와 협력망을 활용할 수 있어 사업 추진에도 한층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2일 충남 아산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캠퍼스에서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충청권 첨단산업 발전비전 국민보고회'를 개최했다.
이날 보고회에서 삼성은 충청권에 140조원, SK하이닉스는 청주를 중심으로 100조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각각 발표했다. 셀트리온을 비롯한 다른 기업들의 투자 계획까지 합산하면 충청권에 투입되는 첨단산업 투자 총액은 약 392조원에 달한다.
원래 충청권은 수도권과의 접근성이라는 입지적 장점은 있었으나 오랜 기간 농업지대에 가까운 지역이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도 이날 행사에서 "30여 년 전 이곳 아산은 드넓은 포도밭이었다"고 회상하기도 했다.
충청을 바꾼 것은 삼성과 SK하이닉스의 30년 투자였다. 삼성은 1990년대부터 충청권을 단일 생산기지가 아닌 그룹 첨단산업의 종합 거점으로 키워왔다. 삼성전자는 온양과 천안에 반도체 후공정 및 첨단 패키징 기반을 구축했고, 삼성디스플레이는 천안·아산을 OLED 핵심 생산기지로 육성했다. 삼성전기는 세종에 AI 서버용 고성능 패키지 기판 거점을 마련했으며, 삼성SDI는 천안에 차세대 배터리 생산 기반을 구축했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전자부품, 이차전지 등 삼성의 주요 미래 사업이 충청권에 고르게 자리 잡은 셈이다.
SK하이닉스도 청주를 단순한 낸드플래시 생산기지가 아닌 종합 메모리 거점으로 키워왔다. 2008년 M11을 시작으로 M12와 M15를 잇달아 가동하며 낸드 생산 기반을 확충했고, 최근에는 AI 반도체 수요 확대에 맞춰 M15X를 HBM용 차세대 D램 생산기지로 전환했다. 낸드에서 D램과 HBM까지 생산 영역을 넓히면서 청주는 SK하이닉스의 AI 메모리 경쟁력을 뒷받침하는 핵심 거점으로 역할이 확대되고 있다.
이번 투자는 이 같은 기존 거점의 고도화에 방점이 찍혔다. 삼성은 이날 OLED 및 차세대 디스플레이 라인, HBM 팹(Fab) 및 첨단 패키징, AI 서버용 고성능 패키지 기판, 차세대 배터리 신공법 마더라인 구축에 140조원을 투입한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도 낸드 및 첨단 패키징 팹 등에 100조원을 투자해 글로벌 AI 메모리 공급망의 핵심 축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재계에서는 이번 투자가 단순한 공장 증설을 넘어섰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발표된 서남권(광주·전남) 메가 프로젝트가 '제2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이라는 단일 산업에 집중된 투자였다면, 충청권 투자는 HBM과 첨단 패키징(반도체)은 물론 OLED(디스플레이), 차세대 배터리까지 AI 시대의 핵심 전방위 공급망 전체를 유기적으로 묶는 융합형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촘촘한 생태계 덕분에 기업 입장에서도 충청 투자는 한층 속도를 내기 쉽다는 입장이다. 맨땅에서 산업 생태계를 새로 구축해야 하는 리스크 대신, 이미 고도화된 기존 제조 기반 위에 AI 시대의 핵심 공정을 덧붙이는 방식(플러그인)인 만큼 투자 효율성과 실행력이 압도적으로 높다는 평가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보고회에서 "반도체·디스플레이·이차전지·바이오 등 4대 첨단산업은 AI 시대 대한민국의 미래를 좌우할 핵심 전략산업"이라며 "이러한 첨단산업들이 하나의 권역 안에 모여 강력한 생태계를 이루고 있는 지역이 바로 충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도 대기업들의 과감한 결단이 조기에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전력·용수 등 인프라 구축과 행정 규제 완화에 총력을 다해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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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고지혜 기자
kohjihye@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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