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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비 대출 규제가 주택 공급 확대 발목"

등록 2026.07.15 19:26

박상훈

  기자

정부 공급 확대 방안과 금융 규제 충돌일반 대출과 구분된 정책 필요성 대두금융 비용 증가로 조합원 부담 가중

재건축 사업을 추진 중인 서울 양천구 신정동 목동신시가지11단지 아파트에 IPARK현대산업개발, 롯데건설 등 대형 건설사 홍보 현수막이 걸려 있다. 사진=박상훈 기자재건축 사업을 추진 중인 서울 양천구 신정동 목동신시가지11단지 아파트에 IPARK현대산업개발, 롯데건설 등 대형 건설사 홍보 현수막이 걸려 있다. 사진=박상훈 기자

도시정비사업의 핵심 자금으로 꼽히는 '이주비 대출'이 부동산 금융 정책의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정부가 도심 주택 공급 확대를 추진하고 있지만, 최근 대출 규제 강화로 조합원들의 자금 조달 부담이 커지면서 정비사업 일정 지연과 공급 차질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5일 금융위원회는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부동산 금융 정책 국민 의견 경청토론회'를 열고 주택 공급 확대와 가계부채 관리 간 균형 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발제에 나선 김영도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주비 대출을 정비사업 추진 과정에서 필요한 금융 수단으로 평가하면서도, 공급 확대와 투기 억제라는 정책 목표 사이에서 균형 잡힌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주비 대출은 기존 주택 철거와 정비사업 추진 과정에서 발생하는 조합원의 주거 이전 비용을 지원하기 위한 금융 수단이다. 조합원이 기존 주택을 비우고 임시 거처를 마련하거나 세입자 보증금을 반환하는 데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는 성격이 강해, 사업 추진과 도심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한 필수 금융으로 평가된다.

다만 대출 규제 완화를 둘러싼 시각은 엇갈린다. 정비사업 속도를 높이고 공급 기반을 확대하기 위해 이주비 대출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반면, 대출 확대가 부동산 투기 수요를 자극하고 가계부채 관리 기조와 충돌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김 연구위원은 "현재 다주택자는 이주비 대출을 사실상 받지 못하도록 규제되고 있는데, 정비사업 이후 상당한 재산상 이익이 예상되는 대상에게 정부가 금융 지원을 하는 것이 바람직한지에 대해서는 정책적 판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은영 도시연구소 소장은 금융 자원의 한계와 정책 우선순위를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 소장은 "대출이라는 것은 무한정한 자원이 아니라 제한된 자원"이라며 "현재 재개발·재건축 조합원들에게 이주비 대출을 지원하지 않는 상황이 아니라 일정 한도 이상 확대해 달라는 요구인 만큼 원칙을 조정할 필요가 있는지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부동산과 금융의 절연이라는 원칙을 제시한 상황에서 이주비 대출 확대가 그 원칙을 바꿀 만큼 필요한 정책인지 따져봐야 한다"며 "혜택이 일부 정비사업 조합원, 특히 서울 내 고가 주택 밀집 지역에 집중될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업계에서는 이주비 대출을 일반 가계대출과 동일한 기준으로 관리하는 것은 정비사업의 특성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주비 대출이 주택 매입 목적이 아니라 기존 주택 철거와 신규 공급을 위한 사업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이라는 이유에서다.

최근 정비사업 이주비 대출 한도가 6억원으로 제한되면서 부족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추가 이주비' 활용도 늘고 있다. 추가 이주비는 시공사가 금융기관에 신용 보강을 제공하고 금융기관이 조합에 대출을 실행한 뒤 조합이 조합원에게 다시 빌려주는 구조로 기본 이주비보다 금리가 높다.

이대열 대한주택건설협회 정책본부장은 "기본 이주비 금리가 연 4% 안팎이라면 추가 이주비는 가산금리가 붙어 연 6~7% 수준으로 형성된다"며 "추가 이주비 1억원을 4년간 사용할 경우 이자 부담만 약 2400만원, 월 기준으로는 50만원 수준의 비용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업 기간이 길어질수록 조합원의 금융 부담은 커지고, 특히 다주택자의 경우 이주비 대출 이용이 제한돼 정비사업을 통한 주택 공급에도 어려움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본부장은 이 같은 금융 비용 증가가 결국 조합원 분담금과 일반 분양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주비 부담은 결국 분담금에 반영되고 이는 다시 일반 분양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며 "이주비 대출 규제로 인해 주택 공급 차질과 분양가 상승이라는 구조적인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정비사업 금융의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연구위원은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예정했던 것보다 이주비 대출 한도가 줄어 당장 이주해야 하는 조합원들의 자금 조달 계획에 차질이 생기고 있다"며 "정비사업 자금 조달은 일반 주택담보대출과 성격이 상당히 다르고, 이주비와 일반 분양 자금은 사업비적 성격이 강한 만큼 일반 가계대출과는 차등해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장에서는 금융기관들이 가계대출 총량 관리 등을 이유로 이주비 대출 취급에 소극적인 상황이 이어지면서 사업 일정 지연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정부가 도심 내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추진하는 도심공공주택복합사업을 두고 공급 확대 기조와 금융 규제가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명희 서울 신길2구역 도심공공주택복합사업 주민대표위원장은 "노후 도심지 주민 가운데 현금만으로 이주 비용을 마련할 수 있는 경우는 많지 않다"며 "자금 조달이 뒷받침돼야 노후 주거지 개발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주비 대출은 투기 목적의 대출이 아니라 기존 자산을 담보로 이주를 위해 활용하는 생활 기반 대출로 봐야 한다"며 "정부가 제시한 주택 공급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라도 사업 단계별 특성을 고려한 현실적인 대출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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