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인프라부터 에이전트까지 '원스톱' 제공 경쟁 격화IDC, 가치사슬 전반 경쟁이 도입 성패 좌우 전망
인공지능 전환(AX)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정보기술(IT) 업계의 산업 경계가 무너지고 있다. 통신사는 AI 데이터센터를 짓고, 클라우드 기업은 AI 구축·컨설팅 사업에 뛰어들며, 시스템통합(SI) 기업은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와 AI 플랫폼까지 확보하는 등 기업들이 앞다퉈 '풀스택 AI' 경쟁에 뛰어드는 모습이다.
최근 AI 시장의 무게중심은 인프라와 통합 서비스로 이동 중이다. 가트너는 올해 전 세계 AI 투자 규모가 2조5957억달러에 달하고, 이 가운데 AI 인프라가 1조4315억달러로 전체의 45%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시장에서는 AI 경쟁의 핵심도 모델 성능에서 도입 역량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글로벌 IT 시장조사업체 IDC는 최근 기업용 AI 시장 분석 보고서에서 "AI 혁신 속도가 기업의 실제 도입 속도를 앞지르고 있다"며 "기술 자체보다 기존 시스템과 데이터, 업무 프로세스를 연결해 실제 운영 단계까지 확산시키는 역량이 AI 도입 성패를 좌우한다"고 강조했다.
생성형 AI 확산 초기에는 GPU나 클라우드, AI 모델 등 개별 기술을 도입하는 수요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AI 전략 수립부터 인프라 구축·모델 개발·업무 적용·운영까지 한 번에 맡길 수 있는 통합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확대되고 있다. 한 국내 주요 클라우드 기업 관계자는 "GPU와 데이터센터, AI 클라우드 등 기반 기술에 대한 투자가 급증하면서 기업들도 AI 도입 전 과정을 아우르는 사업자를 선호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최근 업계가 앞다퉈 내세우는 'AI 팩토리'와 '풀스택 AI'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명칭은 다르지만 GPU와 데이터센터, 클라우드, AI 모델, AI 에이전트, 운영 서비스를 하나로 묶어 제공하겠다는 전략이라는 점에서 사실상 같은 개념이다. AI 모델만 잘 만들어서는 고객을 확보하기 어렵고, 반대로 인프라만 보유해서도 경쟁력을 갖기 힘들어진 만큼 AI 가치사슬 전반을 확보하려는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기업들의 사업 영역도 빠르게 넓어지고 있다. 클라우드 시장 내부에서도 경계는 빠르게 흐려지고 있다. 과거에는 CSP가 클라우드 인프라를 제공하고 MSP가 이를 구축·운영하는 역할을 맡았지만 최근에는 CSP가 직접 AI 컨설팅과 구축 사업에 뛰어드는 사례가 늘고 있다. 네이버는 최근 엔비디아와 손잡고 기가와트(GW)급 AI 팩토리 구축에 협의하며 인프라 사업을 확대하는 한편, 기존 클라우드 역량을 통해 기업과 공공 AX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NHN클라우드도 AI 인프라와 플랫폼, 서비스를 하나로 묶은 풀스택 AI 브랜드 '팩토리 X'를 공개하며 GPU 확보부터 AI 에이전트 실행까지 아우르는 사업 모델을 공개했다.
SI 기업 역시 AI 플랫폼과 클라우드 사업 비중을 높이며 전통적인 기업 시스템 구축 기업에서 AI 기업으로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삼성SDS는 GPU 기반 AI 클라우드 인프라 위에 생성형 AI 플랫폼 '패브릭스'와 업무 자동화 솔루션을 결합한 AX 사업을 확대하고, 2031년까지 AI 인프라·데이터센터·인수합병(M&A)에 약 10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LG CNS 역시 AI 데이터센터와 AI 플랫폼을 앞세워 기업 맞춤형 AI 전환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통신사들도 네트워크 사업자에서 벗어나 AI 인프라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SK텔레콤은 SK그룹의 15GW 규모 AI 데이터센터 구축 사업을 총괄하는 중이다. 총 140조원 규모에 달하는 해당 사업은 2029년 울산서 5GW 가동을 시작해 영남·서남권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LG유플러스는 파주에 200메가와트(MW)급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를 짓고 있다. LG전자·LG에너지솔루션 등 계열사 역량을 결집한 '원 LG' 전략이 핵심이다. KT는 향후 5년간 1GW 규모의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는 데 5조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AX 사업에서 통신사와 클라우드 기업, SI 기업으로 구분하는 것 자체가 점차 의미를 잃어가고 있다고 보고 있다. AI 프로젝트의 경쟁력이 개별 기술보다 인프라와 모델, 서비스를 얼마나 유기적으로 연결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AI 시장은 누가 더 좋은 클라우드나 AI 모델을 보유했느냐보다 고객이 AI를 도입하는 전 과정을 얼마나 책임질 수 있느냐의 경쟁으로 바뀌고 있다"며 "결국 산업 간 경계는 더욱 희미해지고 AI 풀스택 경쟁이 시장의 새로운 표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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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유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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