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조선소 직접 보유해 생산능력·수주 기반 확충HD현대, 설계·제작·금융 잇는 현지 협력체계 구축함정 해외 건조 규제·사업 수주 전환 여부가 관건
미국 조선업 재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K조선의 현지화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한화가 필리조선소를 거점으로 미국 정부·안보 선박 시장까지 사업 영역을 넓힌 가운데 HD현대는 현지 기업의 생산시설과 자금·기술을 결합한 공동 건조망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와 HD현대는 최근 미국에서 각각 특수선 수주와 현지 기업과의 협력 확대에 나서며 서로 다른 방식의 시장 공략을 구체화하고 있다.
한화 필리조선소는 미국 선박관리업체 토트서비스와 함께 미국 미사일방어청(MDA)이 발주한 해상 미사일 시험 계측선(MRIV) 건조 사업자로 선정됐다. 사업 규모는 MRIV 2척, 총 20억달러로 알려졌으며 1번함은 2030년 인도될 예정이다.
MRIV는 미사일 비행시험 과정에서 궤적을 추적하고 원격 측정자료를 수집하며 통신과 시험 결과 분석을 지원하는 특수선이다. 전투함은 아니지만 미국의 차세대 미사일 방어체계인 '골든돔'을 지원하는 전략자산으로 한화가 필리조선소 인수 이후 미국 정부·안보 선박 시장으로 영역을 넓힌 사례로 평가된다.
이번 수주는 한화가 추진해 온 '현지 거점형' 전략의 연장선이다. 한화는 2024년 필리조선소를 1억달러에 인수한 뒤 50억달러를 투자해 도크 2개와 안벽 3개를 추가하고 연간 건조능력을 2척 미만에서 최대 20척으로 끌어올리는 계획을 세웠다.
필리조선소는 이미 한화의 미국 해운 자회사 한화쉬핑이 발주한 중형 유조선 10척과 LNG운반선 2척 등의 영향으로 초기 수주잔고도 확보한 상태다. 또한 필리조선소는 미국 해사청의 국가안보 다목적선박(NSMV) 5척 가운데 3척을 인도했다. 한화는 상선과 훈련선에서 LNG운반선·유조선으로 생산 경험을 넓힌 뒤 특수선과 함정 분야로 건조 영역을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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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HD현대는 미국 내 조선소를 직접 소유하기보다 현지 기업들과 분야별 협력망을 구축하고 있다. 최근 미국 EPC(설계·조달·시공) 기업 키윗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선박 공동 건조와 선박용 블록·모듈의 현지 생산을 추진하기로 했다. HD현대가 설계와 기자재 공급망, 건조 기술을 제공하고 키윗이 현지 제작시설과 시공 역량을 맡는 구조다.
상선 분야에서는 에디슨슈에스트오프쇼어와 LNG 이중연료 컨테이너선을 미국에서 공동 건조해 2028년부터 인도할 계획이다. 헌팅턴잉걸스와는 차세대 군수지원함뿐 아니라 미국 내 조선시설 공동 인수·신설, 블록·모듈 공급, 엔지니어링 합작사 설립과 함정 유지·보수까지 협력 범위를 넓혔다.
자금과 기술 측면에서도 외연을 확장하고 있다. 서버러스캐피털·산업은행과 수십억달러 규모의 투자 프로그램을 마련해 미국 조선소 인수와 현대화, 기자재 공급망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 지멘스와는 설계부터 생산을 잇는 디지털 제조 플랫폼을 미국 조선소에 적용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업계에서는 양사의 미국 진출 방식은 다르지만 현지 생산체계를 얼마나 빠르게 구축하느냐가 성과를 가를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내 조선시설과 숙련인력, 기자재 공급망 확보가 공통 과제로 꼽힌다.
미국 함정의 해외 건조를 제한하는 규정이 남아 있는 만큼 향후 제도 변화와 현지 생산시설 확충 속도, 추진 사업의 실제 수주 여부가 양사의 미국 시장 공략을 좌우할 전망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미국 시장 공략은 국내에서 건조한 선박을 수출하는 차원을 넘어 설계와 조달, 건조, 유지·보수까지 이어지는 현지 조선 생태계에 진입하는 과정"이라며 "한화와 HD현대의 접근 방식은 다르지만 이를 실제 수주와 건조 실적으로 연결하는 기업이 시장 주도권을 잡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이승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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