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임신 중지약' 합법화 논의 본격화제도 공백 속 불법 유통, 안전성 우려도
현대약품이 국내 도입을 추진 중인 경구용 임신중지 의약품 '미프지미소'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정부가 임신중지 의약품 도입을 전향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히자 장기간 멈춰선 품목허가 절차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기대감에서다. 다만 임신중지를 둘러싼 법·제도 공백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데다 의료계와 여성단체의 시각도 엇갈려 실제 허가까지는 넘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정부의 제도화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현대약품의 미프지미소 허가 절차도 다시 관심을 받고 있다. 회사 측은 2021년 국내 판권을 확보한 뒤 세 차례 식품의약품안전처에 품목허가를 신청했지만, 아직 합격점을 받지 못했다.
미프지미소는 미페프리스톤과 미소프로스톨을 순차적으로 복용해 임신중지를 유도하는 전문의약품이다. 현대약품은 영국 라인파마 인터내셔널과 국내 판권 및 독점 공급 계약을 체결하고 국내 도입을 추진해왔다.
다만 성과는 없었다. 현대약품은 식약처에 해당 의약품의 품목허가를 신청했지만 자료 보완 과정에서 첫 신청을 자진 취하했고, 재신청 이후에도 임신중지 허용 기준을 둘러싼 법·제도가 정비되지 않은 탓에 심사를 완주하지 못했다. 2024년 12월 세 번째 품목허가를 신청한 뒤 현재 식약처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허가가 장기간 지연된 배경에는 제도 공백이 자리하고 있다. 2019년 헌법재판소가 낙태죄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형법상 처벌 조항은 효력을 잃었지만, 임신중지가 가능한 주수와 처방 기준 등을 담은 후속 입법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식약처 역시 임신중지 허용 범위와 위해성관리계획(RMP) 등 일부 허가 요건은 관련 법률 정비가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최근 들어 기류가 달라진 것은 정부 입장에 변화가 감지됐기 때문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5일 관계 부처에 임신중지 의약품 도입 방안 검토를 지시했고,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도 음성적인 유통으로 인한 여성 건강 피해를 막기 위해 합법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정 장관은 국회와 모자보건법 개정을 논의 중이며, 의료계와 함께 안전한 사용 관리 체계와 진료지침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제도화 논의에 나선 주된 이유로는 정식 허가 제품이 없는 상황에서 해외 직구와 온라인 거래가 지속된 점이 꼽힌다.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식약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2021년부터 올해 5월까지 적발된 임신중지 의약품 온라인 불법 판매·광고·알선 사례는 3189건에 달했다. 검증되지 않은 제품 유통이 이어지면서 안전성 우려도 꾸준히 제기됐다.
다만 낙관은 이르다는 게 전반적인 시선이다. 여성단체는 찬성의 뜻을 내비치는 반면, 의료계는 안전성 확보를 위한 제도 마련이 먼저라는 논리로 맞서고 있어서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임신중지 허용 주수와 처방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의사의 판단에 맡길 경우 의료진의 책임이 과도하게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미프지미소 복용 후 불완전 유산과 과다출혈, 감염 등의 위험이 있는 만큼 처방 기준과 응급 대응 체계, 의료진의 책임 범위를 포함한 진료지침 마련이 선행돼야 하며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가교임상도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한국여성단체연합은 지난 15일 논평을 통해 정부의 임신중지 의약품 도입 논의 재개를 환영하면서 식약처가 관련 법 개정을 이유로 판매 허가를 미뤄왔지만 현행법상 도입이 가능하다는 법률 자문을 받고도 허가를 지연시켰다고 주장했다. 이어 제도 공백이 장기화되면서 여성들이 해외 직구와 온라인 거래 등 검증되지 않은 경로에 의존하게 됐고, 이는 여성의 건강권과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며 신속한 도입을 촉구했다.
현대약품은 정부의 임신중지 의약품 도입 논의에 대해서는 신중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현재 미프지미소 품목허가를 신청해 심사를 기다리고 있지만, 정부나 식약처에 대해 언급하기는 조심스럽다"며 "공식적으로 밝힐 입장은 아직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의료계가 요구하는 한국인 대상 가교임상과 관련해서는 "품목허가 신청은 가교임상 없이 진행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향후 가교임상 진행 여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뉴스웨이 안다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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