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이자장사' 매 맞고 '패널티'에 쫄고···정책 실패에 실수요자만 고통

금융 금융일반 NW리포트

'이자장사' 매 맞고 '패널티'에 쫄고···정책 실패에 실수요자만 고통

등록 2026.07.22 07:01

김다정

  기자

당국 '총량 1.5%' 고수에 패널티 공포···한도 감축 등 극단적 '양적 통제''자율 조치' 선 그은 금융당국···1금융권 넘어 2금융까지 대출 절벽 전이엇박자 정책 메시지에 혼란 가중···부동산 토론회 제안 1위 '주택금융' 쇄도

그래픽=이찬희 기자그래픽=이찬희 기자

시중은행들이 끝내 대출 창구를 단단히 걸어 잠갔다. 정부의 강력한 가계대출 총량 규제가 은행 간 '폭탄 돌리기'로 변질되면서, 높고 험난한 '대출 절벽'의 고통이 온전히 서민과 실수요자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여윳돈이 부족한 실수요자들은 잔금을 마련하지 못해 계약금을 포기하거나 고금리 2금융권으로 밀려날 처지다. 그러나 그마저도 쉽지 않다. 시중은행에서 시작된 대출 한파가 저축은행과 상호금융, 생명보험사 등 전 금융권으로 거세게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자를 더 낸대도 닫히는 창구···수급 기능 마비된 대출 시장


대출 창구를 단단히 잠근 은행권은 가계금융의 최일선에서 비난의 화살을 정면으로 받고 있다. 올해 대출 성장세가 둔화됐음에도 고금리 기조 속 순이자마진(NIM)을 방어해 상반기 '순이익 11조원' 역대급 실적을 내고서도 정작 서민들의 고통은 나몰라라 한다는 비판이 거세다.

하지만 규제 탓에 예년보다 빨리 대출 문턱을 높일 수밖에 없는 속사정은 묻히고 있다. 올해 더욱 강력해진 금융당국의 전방위적인 가계대출 총량 규제 여파로 통상 연말마다 반복되던 '대출 절벽' 현상이 올해는 하반기 초입부터 현실화되는 양상이다.

실제로 지난 15일 기준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정책성 대출 제외)은 649조6612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4조6912억원 증가했다. 이는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올해 연간 가계대출 증가 목표치(4조3400억원)를 3500억원가량 웃도는 수치다. 하반기 가계 여신 공급은 사실상 '셧다운(취급 중단)' 위기에 직면한 상태다.

"최근 몇 년 사이 금리 조절을 통한 대출 관리는 사실상 무의미해졌다. 이자를 더 내더라도 대출만 열어달라는 차주들이 줄을 서는데, 금리를 더 올리면 이자 장사라며 매질을 하고, 대출이 늘어나면 '관리 부실'이라고 몽둥이를 든다. 결국 극단적으로 막아버릴 수밖에 없다."

은행권에서는 억울함을 토로한다. 수요에 비해 한정된 공급이 한계치에 다다르면서 기존의 수급 안정 기능이 작동 불능 상태에 빠졌다는 것이다. 은행으로서는 '금리 인상→모기지보험(MCI·MCG) 가입 중단→심사 강화'로 이어지는 자구책을 모두 꺼냈지만, 더 이상 늘어나는 수요를 막지 못해 결국 빗장을 걸어 잠글 수밖에 없었다는 하소연이다.

그래픽=이찬희 기자그래픽=이찬희 기자

'자율 조치' 선 긋더니 "목표 완화 없다"···당국 압박에 '도미노 셧다운'


대출 셧다운을 두고 금융당국과 은행권의 입장은 극명하게 엇갈린다. 금융당국은 대출 한도 축소 등 '창구 봉쇄' 조치가 개별 은행의 자율적 판단일 뿐이라며 선을 긋는 모양새다.

앞서 KB국민은행은 이달 10일부터 주택구입자금 대출 최대 한도를 3억원으로 제한했다. 수도권과 규제지역은 최대 한도 6억원에서 한도가 줄었고, 별도 한도가 없던 비규제지역 역시 동일하게 3억원으로 제한됐다.

신진창 금융위원회 사무처장은 지난 14일 업무보고 사전브리핑에서 "국민은행이 자율적으로 정한 것"이라며 "다른 은행은 국민은행 조치처럼 대출 한도를 확 줄이는 조치는 고려하지 않는 것으로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장의 시각은 전혀 다르다. 결국 도미노처럼 대출 한도 감축 조치에 동참할 수밖에 없는 악순환이 시작됐다는 지적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KB국민은행이 가장 먼저 대출 문턱을 대폭 높이며 물꼬를 텄기 때문에, 그로 인한 쏠림 현상으로 결국 다른 은행들도 같은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이번 조치를 둘러싸고 반발이 확산되자 금융당국은 최근 은행연합회를 통해 은행권에 '가계대출 관련 정책 변경 시 사전에 공유해달라'는 취지의 이메일을 보내는 등 뒤늦게 수습에 나서기도 했다.

문제는 금융당국이 개별 은행의 자율성을 말하면서도 정작 대출 총량 목표치에는 단 1%의 유연성도 두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당국은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치를 지난해(1.7%)보다 낮은 1.5%로 대폭 낮춰 잡고 강한 총량 관리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한층 강화된 가계대출 총량규제로 연말마다 반복되던 대출 절벽이 올해는 이례적으로 빨리 찾아온 상황에서도 금융당국은 이번 대통령 업무보고에 가계대출 목표치를 연말까지 유지하는 방향을 재확인했다.

신 사무처장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 하락은 명목 GDP가 늘어난 영향일 뿐 가계부채 절대 규모가 줄어든 것은 아니다"라며 "현시점에서 가계부채 관리 기조를 완화할 경우 부동산 시장을 자극할 우려가 있어 목표치 완화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의 발언도 주목받고 있다. 김 정책실장은 이달 "국민총소득(GNI)이 두 자릿수 늘어나고 새로운 균형을 찾아가면 소득이 증가하고 양질의 부동산도 더 필요해진다"며 "거기에 맞춰 대출 규제 총량도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현 정부가 주택 수요를 통제하기 위해 전례 없이 강력한 대출 규제를 도입 유지하고 있음을 고려할 때 '엇박자'로 느껴진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정책 당국의 메시지가 겉도는 사이 당장 자금줄이 막힌 실수요자들의 혼란만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폭탄 돌리기'로 변질된 대출 총량제···서민 불만 '폭발 직전'


정부의 가계대출 총량 통제가 대출 시장을 억누르던 사이 서민들의 불만은 폭발 직전이다.

오는 23일 부동산 국민 대토론회를 앞두고 정부가 의견 수렴을 위해 지난 14일 개설한 정책 제안 홈페이지 '부동산토론회.kr'에 일주일 만에 3000건이 넘는 국민 제안이 접수됐다. 토론 게시판에는 정부의 강도 높은 규제로 실수요자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는 호소가 잇따르고 있다.

특히 이날 오전 11시 기준 접수된 제안 중에서도 주택금융 분야가 1307건으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는 주택공급(987건), 부동산세제(714건)를 훨씬 뛰어넘는 수준이다. 대출 빗장에 막힌 실수요자들의 억울함과 고통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주요 시중은행들은 토론회 이후 정부 차원의 추가적인 가계부채 대책이 나오거나 시장 분위기가 반전될 때까지 일체 입을 다문 채 숨죽이고 있다. 대출 창구를 적극적으로 열 수도, 그렇다고 대출 문을 완벽히 닫아걸 수도 없는 '외통수'에 갇혔기 때문이다.

현재로서는 금융당국이 제시한 총량 목표치가 유지되는 한 상시적 대출 관리는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고수할 수밖에 없다. 특히 결국 가계대출 총량을 이미 초과했거나 턱밑까지 차오른 만큼 추가적인 패널티를 막기 위해 더욱 보수적으로 운용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대출 한도를 막아 당장 소비자들에게 비난을 받는 것보다 가계대출 연간 목표치를 넘겼다가 받을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가 더 크다"며 "자칫 당국의 눈밖에 날까 봐 선제적으로 행동에 나설 수 없는 상황"이라며 솔직한 분위기를 전했다.

하지만 문제는 정부가 대출 총량 규제를 고수하는 한 가계부채가 정교하게 관리되기보다는 은행 간 대출 수요를 이리저리 밀어내는 '폭탄 돌리기'로 변질되고 있다는 점이다. 특정 은행이 한도를 죄면 그 수요가 타 은행으로 쏠려 목표치를 위협하고, 2금융권까지 번지는 기형적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 결국 금융권 내 전방위적인 대출 '셧다운'을 야기하고 있다.

실제로 이같은 흐름은 실제 지표로도 확인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내은행의 대출태도지수는 주택관련대출이 -11, 신용대출 등 가계 일반대출이 -14를 기록했다. 두 지수 모두 지난해 2분기부터 6분기 연속 마이너스 행진이다.

지수가 플러스(+)면 대출태도 완화, 마이너스(-)는 강화를 뜻하는데, 조사에 참여한 국내은행 18곳 가운데 3분기에도 가계대출 문턱을 높이겠다고 응답한 곳이 완화하겠다고 답한 곳보다 많았다는 뜻이다.

대출수요가 2금융권으로 옮겨가는 풍선효과가 예상되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비은행금융기관의 3분기 대출태도지수는 저축은행 -14, 상호금융 -35, 신용카드회사 0, 생명보험회사 -7로 각각 집계됐다. 신용카드사를 제외한 모든 업권에서 대출 태도가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권 관계자는 "추가적인 대책 발표나 시장 기류 변화를 확인하기 전까지는 현 수준의 보수적인 기조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며 "토론회 이후 정부가 어떤 카드나 메시지를 던질지에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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