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 정상화' 꺼낸 李정부···전문가들 "민간공급 등 구체적 실행방안 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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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정상화' 꺼낸 李정부···전문가들 "민간공급 등 구체적 실행방안 부족"

등록 2026.07.23 16:36

수정 2026.07.23 16:50

박상훈

  기자

투기 억제·실수요자 보호 중심 정책 방향 강조3기 신도시 착공 기간 단축 통해 공공 공급 속도"대출·세제 강화 땐 거래 위축·실수요 부담 우려"

그래픽=이찬희 기자그래픽=이찬희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부동산 정책의 목표를 '집값을 잡는 정부'가 아닌 '시장을 정상화하는 정부'로 제시했다. 시장 가격을 직접 통제하기보다 투기 수요를 억제하고 실수요자를 보호하는 한편, 공급 확대를 통해 구조적인 수급 불균형을 해소하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공급·금융·세제를 아우른 정책 방향에는 공감하면서도 민간 사업성을 회복하고 얼어붙은 거래를 되살릴 구체적인 실행 방안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시장이 체감할 수 있는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민간 공급 실행력을 높일 금융 지원과 민간 사업성 회복, 거래 활성화 등 후속 대책이 구체화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 대통령은 23일 KBS별관에서 열린 '부동산 정책 국민 대토론회'에서 "정부가 특정 가격을 정해 수요와 공급을 억지로 조절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고 바람직하지도 않다"며 "정상적인 수요와 공급에 의해 형성된 시장 가격은 존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모든 사람이 빚을 내서라도 집을 사야 돈을 번다는 인식이 확산되는 것은 정상적인 시장이 아니다"라며 "비정상적인 수요로 가격이 왜곡되는 구조를 정상화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에 맞춰 공급 확대를 정책의 중심축으로 제시했다. 3기 신도시 착공 기간을 절반 수준으로 단축하고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 속도를 높여 공급 파이프라인을 정상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는 최근 서울을 중심으로 매매·전세·월세 가격이 동시에 오르는 '트리플 강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단순한 수요 억제만으로는 시장 안정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현실 인식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토론회에서도 공사비 상승과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축, 정비사업 지연 등으로 공급 기반이 약화된 점이 시장 불안의 근본 원인으로 지목됐다.

민간 정비사업 완화·공공주택 공급 함께 추진해야

전문가들은 공급 확대 기조에는 공감하면서도 정책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공급 감소의 원인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함께 단기·중장기 공급 전략을 병행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정비사업 정상화를 통한 공급 속도 제고와 공공·비아파트 공급 확대를 함께 추진하는 접근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공급 지연의 원인을 규제나 인허가 문제에서만 찾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2022년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이후 민간 시장 수요가 크게 위축된 것이 공급 감소의 근본 원인"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는 정비사업 인허가보다 추가분담금 부담과 분양가, 지역별 수요 격차 등 시장 여건으로 사업이 지연되는 경우가 많다"며 "수요 억제 정책뿐 아니라 민간 시장 수요를 회복할 수 있는 방안도 함께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급 정책은 단기와 장기로 나눠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정부가 3기 신도시와 공공주택 사업의 속도를 높이겠다고 밝혔지만 실제 입주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만큼 당장 공급 효과를 낼 수 있는 정비사업 정상화가 우선이라는 분석이다.

심형석 법무법인 조율 전문위원은 "서울은 용적률이 과거보다 상향된 만큼 정비사업만으로도 30~40% 수준의 공급 확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 단기 공급 대책으로 충분한 의미가 있다"며 "3기 신도시는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한 사업인 만큼 계획대로 속도를 내는 것이 중요하지만 실제 입주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만큼 당장의 공급 대책이 될 수는 없다"고 진단했다.

이어 "현재 이주를 앞둔 정비사업장이 전국에 수십 곳에 이르고 사업장 한 곳만 해도 1000가구 이상인 경우가 적지 않은 만큼 이들 사업의 속도를 높이는 것이 단기적으로 가장 현실적인 공급 확대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시장 정상화'라는 정책 기조를 놓고는 전문가들의 평가가 엇갈렸다. 부동산을 투기 수단이 아닌 삶의 보금자리로 전환하겠다는 정책 기조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나, 세제 개편, 대출 규제 등을 통한 거래 제한 등은 시장을 왜곡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부동산 문제를 국가 최대 과제로 인식하고 일본식 장기 불황을 막기 위해 사회적 합의와 공직자의 결단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은 의미가 있다"며 "부동산을 투기 수단이 아닌 청년과 신혼부부를 위한 삶의 보금자리로 전환하겠다는 정책 방향도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심형석 전문위원은 "보유세나 양도세 등을 활용해 매물을 유도하고, 대출 규제로 1주택자의 갈아타기 수요를 제한하는 방향의 정책을 펴고 있다"며 "거래를 제한하고 세금 부담을 높이는 방식으로 정부가 시장에 지속적으로 개입하고 있어 시장 왜곡을 심화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세제 개편 '실수요 보호' 초점···실행력은 과제


정부가 예고한 금융·세제 개편도 정책 성패를 좌우할 핵심 변수로 꼽혔다. 정부는 보유세를 실거주 여부와 주택 가격, 다주택 여부 등을 반영한 차등 과세 방식으로 개편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전세대출 역시 청년·신혼부부 등 실수요자를 중심으로 지원하고 일반 전세대출은 단계적으로 관리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실수요자 보호와 투기 수요 억제라는 정책 목표에는 공감하면서도 공급 확대를 위해서는 정비사업 금융 지원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공급 확대 의지를 제도 개선과 금융 지원으로 연결하려는 방향성은 긍정적이나 아직은 큰 방향을 제시한 성격이 강하고, 시장이 체감할 수 있는 실행계획은 더 구체화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김효선 KB국민은행 수석전문위원은 "세제와 금융 역시 실수요자 보호와 투기 억제라는 목표 사이의 균형이 중요하다"며 "과도한 규제는 거래 위축과 공급 감소를 가져올 수 있고, 반대로 지나친 완화는 시장 과열을 자극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지역별 수급 여건을 반영한 차등 정책과 함께 정비사업 활성화, 중장기 공급 로드맵, 실수요자 중심의 금융 지원을 보다 구체적으로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양지영 신한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정비사업의 속도를 늦추는 핵심 요인으로 이주비 대출 규제를 꼽았다. 양 전문위원은 "강남권은 추가 이주비 대출이 가능하지만 비강남권은 기본 이주비 대출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아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원활한 공급을 위해서는 이주비 금융 지원 방안도 함께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세제·금융 개편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시장 충격과 실수요자 부담을 최소화할 세밀한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송승현 대표는 "조세를 통한 수요 억제의 정당성을 둘러싼 논란과 조세 저항이 예상된다"며 "대출 규제 강화로 자금력이 부족한 실수요자의 주거 사다리가 끊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대출은 청년이나 생애최초 주택구입자에게는 일부 문호가 열리겠지만, 전세대출과 다주택자에 대한 대출 규제는 중장기적으로 유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초고가 주택은 세 부담을 높이고 비거주 주택은 공제 혜택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개편이 이뤄질 경우 거래와 투자 수요가 일부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며 "보유세는 강화하되 거래세는 일부 낮춰 매물 잠김과 거래 위축 등 부작용을 줄일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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