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합치면 강해질까···'한화·KAI'에 던지는 의문

오피니언 기자수첩

합치면 강해질까···'한화·KAI'에 던지는 의문

등록 2026.07.31 06:07

이건우

  기자

reporter

합치면 강해진다. 기업 간 인수·합병과 사업 재편 때마다 등장하는 공식 같은 논리다. 그럼 항공엔진, 항공전자, 완제기 역량을 한데 모으면 한국 항공산업도 한 단계 도약할 수 있을까. 한화그룹의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지분 확대를 둘러싼 논란은 이 질문에서 출발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시스템, 미국 법인이 보유한 KAI 지분은 14.64%다. 한국수출입은행에 이은 2대 주주다. 한화는 엔진·항공전자·위성 역량에 KAI의 완제기 개발 능력을 더하면 개발 기간을 줄이고 글로벌 방산 수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한다.

시너지 가능성은 분명할 것이다.

항공산업은 체계종합업체와 핵심 부품사가 얼마나 긴밀하게 협력하느냐에 따라 경쟁력이 갈린다. 개발 초기부터 엔진과 항공전자, 기체 설계 정보를 공유하면 설계 변경과 시험평가 과정의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 항공기와 엔진, 레이다, 후속군수지원까지 묶은 수출 패키지를 구성하는 데도 유리하다.

국산 항공엔진 개발이라는 장기 과제에서도 협업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완제기와 핵심 부품 역량이 한 축으로 모이면 기술 축적 속도를 높일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산업 협력과 자본 결합은 같은 문제가 아니다.

세계 항공산업에서도 완제기 업체와 엔진 업체는 긴밀하게 협력하면서도 독립성을 유지한다. 엔진 업체는 여러 완제기 업체에 제품을 공급해야 하고 완제기 업체는 성능과 가격, 정비 비용을 따져 최적의 공급자를 선택한다. 경쟁이 있어야 기술 혁신도 이어진다.

이 원칙이 KAI에서는 더욱 중요하다. KAI는 단순한 완제기 제조사가 아니라 국내 항공산업의 체계종합을 담당하는 기업이기 때문이다.

KAI는 국가 예산이 투입되는 전투기와 헬기 개발 사업을 주도한다. 엔진과 레이다, 무장, 전자장비 등 여러 기업의 기술을 하나의 플랫폼으로 통합하는 역할이다. 공급업체 선정은 단순한 거래가 아니라 국내 항공산업 생태계의 방향을 결정하는 문제다.

더욱이 방산은 한 번 맺은 협력 관계가 쉽게 바뀌지 않는 산업이다. 항공기는 개발부터 양산, 유지·보수까지 수십 년이 걸린다. 초기 공급망 구조가 장기간 산업 질서로 이어지는 이유다.

특정 기업 중심의 공급망이 굳어지면 다른 기업의 참여 기회는 줄어들 수 있다. 경쟁이 약화되면 기술 혁신도 둔화된다. 결국 특정 기업의 성장보다 중요한 것은 국내 방산 생태계 전체의 경쟁력을 유지하는 일이다.

영국 롤스로이스 사례는 시사점을 준다. 영국 정부는 1970년대 경영 위기에 빠진 롤스로이스를 국유화하며 핵심 엔진 기술과 공급망을 보호했다. 그러나 완제기 업체와 결합하는 대신 엔진 전문기업으로 육성하는 길을 택했다. 전략기술 보호와 기업 결합이 반드시 같은 해법은 아니라는 의미다.

한화가 KAI의 영향력 있는 주주가 될수록 시장의 신뢰를 확보할 장치는 더욱 중요해진다. KAI가 엔진과 항공전자 공급업체를 선정할 때 한화 계열사와 경쟁사가 같은 기준에서 평가받을 수 있는지, 이사회와 경영진이 대주주의 이해관계와 별개로 판단할 수 있는지가 핵심이다.

'특혜는 없다'는 설명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경쟁 업체가 입찰 과정의 공정성을 믿지 못하면 참여 자체가 줄어들 수 있다. 공급업체 간 경쟁 약화는 결국 국내 방산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한화와 KAI의 결합이 한국 방산의 도약 계기가 될지, 산업 생태계 균형을 흔드는 변수가 될지는 앞으로의 관리 체계에 달렸다.

중요한 것은 지분 확대 자체가 아니다. 시너지를 키우려면 경쟁도 함께 지켜야 한다. 방산 경쟁력을 높인다는 명분이 산업 생태계의 다양성을 좁히는 결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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