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손해율 악화, 가입자 부담 가중경상환자 치료비 대폭 증가정치 일정과 의료계 이견으로 도입 난항

국민 2000만 명이 가입해 사실상 '의무 보험'으로 통하는 자동차보험의 거대한 수술대가 기형적인 성벽 앞에 가로막혔다. 교통사고 경상환자의 무분별한 장기 입원과 과잉진료를 막기 위해 추진된 '8주룰' 도입이 법제처 심사까지 마치고도 수개월째 장기 표류하고 있는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 주치의로 알려진 한의사가 한의업계의 목소리를 대변하면서 제도 도입 과정에 영향을 미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자동차보험 제도 개선을 둘러싼 금융당국과 보험업계의 무력감과 답답함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물론 특정 개인이나 단체가 정책 결정에 부당하게 개입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과잉진료 차단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안고 출발한 핵심 제도가 법적 절차를 상당 부분 마무리하고도 자꾸 헛바퀴를 돌자, 시장에서는 특정 이해관계자의 집단 반발이 정부의 개혁 의지를 꺾고 있다는 비판이 터져 나온다.
자동차보험 8주룰은 교통사고 후 8주를 초과해 치료받는 경상환자에 대해 보험사가 치료 필요성을 확인한 뒤 보험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무분별한 장기 치료와 과잉진료를 줄여 자동차보험금 누수를 막겠다는 취지다.
도입 필요성은 수치로도 확인된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경상환자의 한의과 치료비는 2019년 약 6500억원에서 2024년 1조1400억원 수준으로 늘어나며 5년 사이 약 75%나 폭증했다.
보험연구원은 경상환자의 상해 대부분이 척추 염좌나 단순 타박상 등으로 부상 여부와 정도를 객관적으로 판단하기 어렵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 때문에 의료진이 피해자의 주관적인 통증 호소에 의존해 진료를 진행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설명이다.
또 치료비 부담이 없고 치료 기간이 길어질수록 보상금 규모가 커지는 자동차보험 특성상 불필요한 장기 치료와 과잉진료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물론 교통사고 피해자의 치료권 보장은 반드시 보호돼야 한다. 사고 이후 통증과 후유증으로 장기간 치료가 필요한 환자까지 제한해서는 안 된다. 다만 현재 자동차보험 제도는 치료 필요성에 대한 객관적인 검증 없이 장기 치료가 이어질 수 있다는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 8주룰 역시 치료를 막는 제도가 아니라 일정 기간 이후 추가 치료의 필요성을 확인하는 절차를 마련하자는 취지다.
문제는 제도 시행이 계속 늦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8주룰은 당초 올해 1월 시행을 목표로 했지만 3월, 4월, 5월로 잇따라 미뤄졌고 결국 상반기 도입도 무산됐다. 이후 올해 3월 31일 법제처 심사를 마쳤고 지난 30일 차관회의에 상정되면서 시행을 위한 절차가 진행 중이지만 국무회의 의결과 공포까지 넘어야 할 과정이 남아 있다. 한의사협회 등 의료계 반발과 정치 일정 등이 맞물리면서 최종 시행 시점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금융당국 내부에서도 아쉬움이 나온다.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국토교통부를 설득해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시행령 개정까지 추진했지만 여러 반발로 시행되지 못하고 있어 답답한 상황"이라며 "환자 치료권 보장은 당연히 중요하지만 정작 환자 단체가 아닌 의료 공급자인 한의사협회가 치료권을 앞세워 제도 도입에 반대하는 점은 다소 의아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보험업계 역시 더 이상 시행을 늦춰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자동차보험 손해율 악화로 적자가 커지는 상황에서 일부 과잉진료로 발생하는 비용을 전체 가입자가 보험료 인상으로 부담하는 구조는 소비자 보호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업계에서는 8주룰이 도입될 경우 자동차보험료 인상 요인을 최대 약 3만원가량 줄이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책 추진 과정에서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듣는 것은 필요하다. 하지만 국민 대부분이 가입한 자동차보험에서 발생하는 불필요한 비용을 줄이기 위한 제도가 일부 단체의 반발에 가로막혀 장기간 표류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결국 부담을 떠안는 것은 자동차보험 가입자다. 과잉진료를 막기 위한 최소한의 제도적 장치가 늦어질수록 보험금 누수는 이어지고 그 비용은 고스란히 보험료 인상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8주룰 도입을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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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이진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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