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7개월 진통 끝 두산 품에···SK, SK실트론 2.3조에 팔았다(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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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개월 진통 끝 두산 품에···SK, SK실트론 2.3조에 팔았다(종합)

등록 2026.07.31 19:02

고지혜

  기자

지분 70.6% 매각···최태원 보유 29.4%는 제외인수 금액 2조3000억원···시장 추정치 밑돌아두산, 웨이퍼부터 테스팅까지 반도체 밸류체인 강화

사진제공=SK실트론사진제공=SK실트론

SK그룹이 반도체 웨이퍼 제조사 SK실트론의 경영권 지분을 두산그룹에 2조3000억원에 매각했다. 두산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지 7개월 만이다. 반도체 호황으로 SK실트론의 기업가치와 SK하이닉스 공급망에서의 중요성이 동시에 높아지면서 협상이 예상보다 길어졌지만, SK는 결국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현금 확보를 결정했다.

SK와 두산은 31일 각각 이사회를 열고 SK㈜가 보유한 SK실트론 지분 70.6%를 매각하는 주식매매계약(SPA) 체결을 승인했다. 매각 금액은 약 2조3000억원이며 향후 매매대금 조정 절차를 거쳐 최종 확정된다. 거래 종결 예정일은 내년 1월 31일이다.

SK㈜는 SK실트론 지분 51%를 직접 보유하고, 총수익스와프(TRS) 계약을 통해 19.6%에 대한 경제적 권리를 갖고 있었다. 이번 거래 대상은 이들 지분을 합친 70.6%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TRS를 통해 경제적 권리를 보유한 나머지 29.4%는 매각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에 따라 SK실트론의 경영권은 두산으로 넘어가지만, 최 회장 측 지분의 향후 처리 방향은 별도로 남게 됐다.

이번 거래는 당초 예상보다 두 달 이상 늦게 성사됐다. 지난 2024년부터 거래 의사가 있어왔던 SK그룹은 지난해 12월 두산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뒤 협상을 진행해 왔다. 시장에서는 올해 상반기 중 본계약 체결이 예상됐으며, 지난 5월 28일 양측 이사회에서 SPA를 승인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그러나 예정됐던 이사회 일정이 취소되면서 매각 철회와 가격 재협상 가능성까지 제기됐다.

양측은 협상이 길어진 구체적인 이유를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본격화하면서 SK하이닉스 공급망에서 SK실트론의 전략적 가치가 재평가된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SK실트론은 SK하이닉스가 사용하는 웨이퍼 매입액의 절반 이상을 공급하는 핵심 공급사다. SK하이닉스가 HBM과 D램 생산능력을 공격적으로 확대하는 상황에서 웨이퍼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필요성도 함께 커진 셈이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SK가 SK실트론 매각을 철회하거나 SK하이닉스가 직접 인수하는 방안까지 거론됐다.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매각을 추진해야 하는 SK㈜와 핵심 소재 공급망을 내부에 남겨야 하는 SK하이닉스의 이해관계가 엇갈리면서 그룹의 셈법이 복잡해졌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결국 SK는 소유권보다 현금 확보에 무게를 둔 모습이다. SK㈜는 이번 매각 목적을 "재무건전성 제고 및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재원 확보"라고 설명했다. 확보한 2조3000억원은 차입금 축소와 AI·반도체·에너지 등 미래 사업 투자에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당초 시장에서거론된 매각가와 비교하면 최종 가격은 기대치를 밑돈다. SK그룹은 SK실트론의 기업가치를 5조원대로 평가해왔으며, 시장에서는 매각가가 3조~4조원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과거 매각가 추정치의 지분 범위에 따라 단순 비교에는 한계가 있지만, 장기간 이어진 가격 협상 끝에 두산의 인수 부담과 SK㈜의 현금 확보 필요성이 절충된 결과로 풀이된다.

SK실트론이 두산으로 넘어가더라도 SK하이닉스의 웨이퍼 공급에 당장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평가다. SK실트론은 주요 고객사와 2028년까지 장기공급계약을 맺고 있으며, 주력인 300㎜ 웨이퍼 판매 물량의 80% 이상이 장기계약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소유권과 별개로 SK하이닉스와의 공급 관계는 상당 기간 유지될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두산은 이번 인수로 반도체 후공정에 이어 전공정 핵심 소재까지 사업 영역을 넓힌다. 두산은 2022년 반도체 테스트 기업 두산테스나를 인수해 후공정 사업에 진출했다. 여기에 AI 가속기용 동박적층판(CCL)을 생산하는 ㈜두산 전자BG와 SK실트론의 웨이퍼 사업을 결합해 전공정 소재부터 후공정 테스트까지 아우르는 사업구조를 갖추게 됐다.

1983년 설립된 SK실트론은 국내 유일의 반도체용 실리콘 웨이퍼 제조사다. 지난해 매출은 약 2조원, 영업이익은 4000억원을 웃돌았다. 300㎜ 웨이퍼 시장에서는 글로벌 3위 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으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TSMC 등을 고객사로 두고 있다.

두산은 이번 인수를 계기로 SK실트론 매출을 2031년 약 3조원까지 확대하고, 메모리용 웨이퍼 시장에서는 글로벌 2위에 오른다는 목표다.

두산 관계자는 "이번 인수로 미래 성장동력과 지속 가능한 수익 기반을 동시에 확보하게 됐다"며 "안정적인 사업 포트폴리오를 토대로 주주가치를 높이는 데 힘쓰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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