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명동·성수 땅 파는 은행들,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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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동·성수 땅 파는 은행들, 왜?

등록 2026.08.03 15:11

김다정

  기자

점포 축소 넘어 대형 사옥·합숙소까지 매각···'자산 다이어트' 속도전묶인 자본 풀어 RWA 부담 줄이고···'포트폴리오 다각화' 선순환 궤도

그래픽=박혜수 기자그래픽=박혜수 기자

금융가에 '부동산 현금화' 바람이 불고 있다. 디지털 영업 확대와 오프라인 점포 통폐합 기조 속에서 활용도가 떨어지는 부동산을 매각해 자산 효율화를 꾀하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전국 유휴 부동산 9곳을 한꺼번에 매각한다. 서울 5곳과 경기 2곳, 대구·대전 각 1곳으로, 매물의 절반 이상은 일반 지점보다 규모가 큰 종합금융센터다. 해당 부동산 합산 가치는 약 1500억원 안팎으로 추산된다.

신한은행도 지난달 서울 성동구 성수동 일대의 직원 합숙소를 공매를 통해 1100억원대에 매각한 데 이어, 중구 충무로2가에 위치한 명동 신한 익스페이스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거래 가격은 1400억원 안팎에서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몇 년간 시중은행의 업무용 고정자산 비율은 꾸준히 하락하고 있다. 10년 전만 해도 약 15%였던 4대 은행의 업무용 고정자산 비율은 2024년에 한 자릿수로 떨어지더니 이후 줄곧 내림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모바일·비대면 금융이 일상화되면서 과거처럼 대형 오프라인 점포나 대규모 보유 자산을 유지할 이유가 크게 줄었다"고 설명했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의 업무용 고정자산비율은 지난해 말 8.46%에서 올해 1분기 7.69%로 하락했다. 같은 기간 신한은행도 11.86%에서 11.54%로 낮아졌다. 하나은행의 경우 8.04%에서 8.03%로 소폭 줄어들었다.

우리은행만 유일하게 2025년 9.7%에서 올해 1분기 15.25%로 상승했다. 다만 이는 실제 현금 유입 없이 올해 3월 유형자산(토지) 재평가로 인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재평가 이전 우리은행도 하락세를 이어가는 모습이었다.

이는 단순히 최근 비대면 금융 거래의 일상화로 실물 점포의 필요성이 급격히 줄어든 것을 넘어 장부상 동결되어 있던 고정자산을 매각해 재무 건전성을 확보하려는 의도로도 해석된다. 매각이 완료되면 고정비를 절감하고, 묶여있던 자금이 영업자산에 투입되는 효과가 난다.

특히 시중은행들이 앞다투어 부동산 매각에 나선 이유는 보통주자본비율(CET1)을 높이기 위해서다. 금융당국의 주주환원 확대 기조에 맞춰 적극적인 배당정책을 이어가는 동시에 생산적 금융 확대도 추진해야 하는 만큼 건전성 확보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기업대출의 경우 위험가중치(RW)가 높아 대출을 늘릴수록 위험가중자산(RWA)이 급증하면서 CET1 비율이 하락하는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는 점이다. 이에 은행들은 선제적으로 부동산이라는 고정자산을 처분해 RWA 부담을 낮추고 자본 유동성을 확보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금융권에서는 향후 시중은행들의 점포 통폐합과 유휴 자산 매각 기조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고정자산을 처분해 확보한 실탄은 가계대출을 대신할 기업대출 확대 투자로 이어져 '자산 효율화→포트폴리오 다각화'라는 자본의 선순환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결국 은행권의 연쇄 부동산 매각은 단순한 유동성 확보 차원을 넘어, 가계대출 중심의 사업 구조에서 벗어나 기업금융 경쟁력을 다지는 구조적 체질 전환의 신호탄으로 평가받는다.

동시에 이같은 오프라인 거점 축소는 대면 영업의 입지를 더욱 줄이는 대신, 디지털·비대면 채널 중심으로의 금융 생태계 재편을 한층 가속화할 전망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최근 가계대출 규제나 환율 변동 등 불확실성이 갈수록 커지는 상황에서 과거처럼 부동산 자산을 묶어두기보다는 매각을 통해 유동성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며 "밸류업, 기업금융 확대 등 건전성 지표 개선이 필요한 상황에서 건전성 방어 수단 중 하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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