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KAI 지분 15.89%로 확대항공엔진·레이더·완제기 수직결합2대주주 단계로 간이심사 가능성
한화의 한국항공우주산업(KAI) 경영 참여를 둘러싼 공정거래위원회 기업결합 심사가 '조건부 승인'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1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화시스템은 지난달 27일부터 전날까지 KAI 주식 121만7053주(1.25%)를 장내 매수했다. 이에 따라 한화그룹의 KAI 지분은 15.89%로 높아졌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9.90%, 한화시스템이 4.98%,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미국 법인이 1.01%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최대주주는 26.41%를 보유한 한국수출입은행이다.
한화는 지난 5월 KAI 지분 보유 목적을 '단순투자'에서 '경영참여'로 변경했다. 지분 확대를 계기로 사업 협력과 글로벌 수출 확대 등을 위해 KAI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구체적인 이사회 진출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KAI 지분이 15%를 넘어서면서 공정위 기업결합 심사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공정거래법상 상장회사 주식 15% 이상을 취득하면 기업결합 신고 대상이 된다. 공정위는 한화와 KAI의 사업 결합이 관련 시장의 경쟁을 제한할 가능성이 있는지를 살펴보게 된다.
시장에서는 불승인보다는 조건부 승인 가능성에 무게를 둔다. 한화가 KAI 경영권을 확보한 것은 아니어서 경쟁 제한 우려가 상대적으로 크지 않은 데다, 문제가 발생할 경우 시정조치를 통해 해소할 여지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경영권을 직접 확보하지 않은 만큼 간이심사 절차가 적용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핵심 쟁점은 한화와 KAI 사이에 형성되는 수직결합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항공엔진, 한화시스템은 레이더·항공전자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KAI는 KF-21 전투기와 수리온·LAH 헬기 등 완제기 개발과 체계종합을 맡고 있다. 한화가 KAI 경영에 참여할 경우 핵심 부품 공급자와 완제기 업체가 주요 주주 관계로 연결되는 구조가 만들어진다.
공정위가 이 과정에서 경쟁사를 배제하거나 차별할 가능성을 어떻게 판단하느냐가 관건이다. 한화가 KAI에 자사 부품을 우선 공급하거나 경쟁 부품업체의 거래를 제한할 경우 시장 경쟁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올 수 있다. 반대로 한화와 KAI의 협력을 통해 해외 수주 경쟁력이 높아질 경우 국내 방산산업의 경쟁력 강화라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한화오션 인수 당시 공정위가 조건부 승인을 내린 것도 선례다. 당시 한화시스템의 레이더·무기체계 사업과 대우조선해양의 함정 건조 사업이 결합하면서 경쟁사에 대한 차별 가능성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공정위는 이를 해소하기 위해 조건을 부과했다.
KAI 건도 구조적으로는 비슷하지만 차이도 있다. 한화오션 인수는 한화가 대우조선해양의 경영권을 확보하는 거래였던 반면, KAI에서는 현재 2대 주주 지위를 확보한 단계다. 한화의 지분은 15.89%로 최대주주인 수출입은행의 26.41%보다 10%포인트 이상 낮다.
따라서 당장 경영권이 한화로 넘어가는 구조는 아니다. 수출입은행도 현재 보유 지분을 매각할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KAI 역시 지배구조 변화는 정부와 최대주주가 판단할 사안이라는 입장이다.
결국 이번 심사의 관전 포인트는 한화의 KAI 경영 참여 범위가 어디까지 허용되느냐에 달려 있다. 이사회 진입과 주요 의사결정 참여가 허용될 경우 한화의 항공엔진·레이더·항공전자 사업과 KAI의 완제기 사업 간 협력은 한층 빨라질 수 있다. 반면 공정위가 경쟁 제한 가능성을 크게 본다면 거래나 사업 협력 방식에 제한이 붙을 수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한화의 추가 지분 취득과 수출입은행 보유 지분의 향방도 변수다. 수출입은행이 향후 KAI 지분 매각에 나설 경우 한화가 추가 지분을 확보해 경영권 경쟁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KAI를 둘러싼 지배구조 재편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백종민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이번 결합신고 역시 항공엔진·레이더·항전과 완제기 체계종합의 결합이라는 점에서 한화오션 사례와 유사해 조건부 승인 가능성이 유력하다"며 "경영권 인수가 아닌 2대 주주 지위 확보 단계라는 점에서 간이심사 절차로 빠르게 통과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이승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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