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지회 "이미 통합 운영···교섭 형식도 현실에 맞춰야"노란봉투법·플랫폼 특성 맞물려 계열사 통합교섭 논의 확산
네이버 노조가 본사와 계열사를 묶는 통합교섭을 추진한다. 지금까지 법인별로 진행해온 임금·단체협약 교섭 안건을 하나의 테이블에서 논의하겠다는 것이다. 네이버의 사업 구조와 근로조건 결정이 이미 사실상 통합돼 있는 만큼 교섭 역시 이에 맞춰야 한다는 주장이다. 개정 노동조합법 시행과 함께 전문가들도 실질적인 지배·결정 관계를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으면서 통합교섭을 둘러싼 논의가 본격화하고 있다.

오세윤 화섬식품노조 IT위원회 위원장(네이버지회장)은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2간담회실에서 열린 'IT업종 통합교섭구조 모색을 위한 토론회'에 참석해 네이버 통합교섭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현재 네이버 노조는 본사뿐만 아니라 계열사를 아우르는 통합 교섭을 추진하고 있다. 지금까지 본사와 각 계열사가 별도 노사 교섭을 통해 임금·단체 협약을 해왔지만, 앞으로는 단일 테이블에서 논의하겠다는 게 주장의 요지다. 최근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 운영사 네이버제트의 경우 노사 간 임협 갈등을 빚었다. 사측은 실적 악화를 이유로 올해 연봉 동결을 제시했지만 노조는 본사와 동일한 5.3% 인상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오 지회장은 통합교섭을 추진하게 된 배경으로 실질적인 근로조건을 결정하는 주체와 실제 교섭 구조가 일치하지 않는 점을 들었다. 그는 "실질적인 근로조건은 모회사에 집중돼 있고 노동조합은 이미 모회사와 자회사를 통합한 노동조합을 구성하고 있다"며 "구조적으로 모회사가 모두 책임지는 실제와 교섭 구조가 지금 맞지 않는 게 문제의 본질"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네이버의 주요 근로조건은 법인별로 완전히 독립돼 결정되는 구조가 아니다. 임금 인상이나 복지, 근무제도 등 핵심적인 노동조건에서 본사의 결정이 계열사에 영향을 미치고, 계열사별 교섭에서도 본사와의 합의 내용이 사실상 기준으로 작용한다는 게 노조 측 설명이다. 반면 형식적인 단체교섭은 각 법인별로 따로 진행되고 있다. 오 지회장은 "임금교섭 시 네이버의 합의안이 나오기 전까지 자회사들은 사측 안조차 제시하지 못하다가 네이버 합의 직후 동일한 수준으로 타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계열사별 교섭으로 인한 시간과 비용 문제도 지적했다. 오 지회장에 따르면 계열사를 합치면 연간 약 150회의 교섭이 진행되고, 노사 양측 100명 이상의 교섭위원이 각각 연 1000시간 이상을 교섭에 투입하고 있다. 그는 "내용은 대부분 동일한데 법인별로 법무법인 자문료까지 감안하면 굳이 쓰지 않아도 될 비용과 시간이 낭비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오 지회장은 "형식은 사실 개별교섭이라는 형태를 취하고 있지만 실질은 사실상 네이버의 교섭, 네이버의 결정이 다른 법인 교섭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라며 "이미 통합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현실에 교섭을 맞추자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어 "그 실질과 형식을 일치시키는 게 중요하다"며 "노사가 통합적으로 교섭하는 게 훨씬 합리적이고 바람직하다"고 했다.
권오성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 같은 노조의 요구를 최근 시행된 개정 노동조합법 제2조 제2호와 연결지었다. 노란봉투법은 사용자의 범위를 기존의 직접적인 근로계약 관계에만 한정하지 않고,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구체적인 지배력을 행사하는 주체까지 넓혔다. 이에 따라 네이버가 계열사의 근로조건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면 계열사 노동자들의 교섭 요구에 응할 사용자로 볼 여지가 커졌다는 것이다.
권 교수는 "지분 관계를 통해 자회사와 손자회사를 자기 수족처럼 쓰는 지배기업이 단체교섭에서는 '나는 네 상대방이 아니다'라고 하는 것이 법 감정에 맞는지 모르겠다"며 "자회사를 직접적으로 실제 지배하면서 법인격이 다르다는 형식적인 이유만으로 사용자가 아니라고 한다면, 헌법이 노동3권을 보장하고 있는 본질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문준혁 성신여대 법학부 교수는 "다른 대기업 집단과는 다르게 네이버나 카카오 같은 경우에는 자회사 계열회사들의 업종이 거의 유사하고 근로조건도 비슷하다"며 "이런 측면에서 통합교섭의 당위성이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교섭 비용 측면에서도 통합교섭이 효율적이라는 게 문 교수의 판단이다. 그는 "회사와 노동조합이 모두 교섭에 엄청난 비용을 들이고 있는 것은 사회적으로도 낭비"라며 "특히 모든 교섭을 주관해야 하는 네이버지회 입장에서는 타임오프나 노조 역량을 상당히 많이 투입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똑같이 교섭 비용을 중복으로 지출했을 때 사측보다는 노동조합이 훨씬 더 타격을 볼 것"이라고 했다.
한편 네이버 노조는 오는 20일 통합교섭을 위한 선포식 행사를 열고 본격적인 행보에 나선다. 네이버에서 통합교섭 모델이 안착할 경우 이같은 논의는 카카오 등 다른 판교 IT 기업으로도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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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유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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