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장갑 미국 시장 점유율 급락말레이시아·태국 등 동남아 업체 생산 증대금호석유화학 NB라텍스 추가 판매 기회
미국의 대중국 관세 장벽이 높아지면서 코로나19 이후 공급과잉에 시달렸던 금호석유화학의 NB라텍스 사업 회복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중국산 의료용 장갑의 미국 시장 입지가 좁아지는 가운데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장갑업체들의 생산과 판매가 늘면서 원료인 NB라텍스 수요 여건도 개선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올해 2분기 수익성 개선에는 중동발 원료 공급 불안에 따른 가격 상승 효과도 상당 부분 반영된 만큼, 원료 가격 안정 이후에도 NB라텍스 판매량과 생산설비 가동률이 유지되는지가 구조적인 업황 회복을 가를 전망이다.
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미국은 올해부터 중국산 의료·수술용 고무장갑에 대한 무역법 301조(Section 301) 추가관세율을 100%로 인상했다. 지난해 50%로 올린 데 이어 관세 장벽을 한층 높인 것이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관세 인상 당시 미국 내 생산 확대와 제3국 공급원 확보를 통해 중국산 제품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실제 미국 장갑 수입 시장에서는 중국산을 동남아 제품이 대체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말레이시아 증권사 뉴패러다임에 따르면 올해 5월 미국 장갑 수입 물량에서 말레이시아산 비중은 60%를 웃돌았고 태국산은 16%를 차지했다. 반면 과거 30%를 웃돌았던 중국산 비중은 10% 아래로 떨어졌다.
미국의 대중 관세로 중국산 장갑의 가격 경쟁력이 낮아지면서 미국 시장의 공급선이 말레이시아와 태국 등 동남아를 중심으로 재편되는 모습이다.
이는 금호석유화학에 우호적인 변화다. NB라텍스는 니트릴 의료용 장갑을 만드는 핵심 원료로, 국내에서 생산되는 NB라텍스의 주요 수출처 역시 말레이시아와 태국이다. 두 국가가 국내 NB라텍스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80% 이상이다. 미국의 장갑 조달선이 중국에서 이들 국가로 이동할수록 국내 NB라텍스 업체에도 추가 판매 기회가 생기는 구조다.
전방 시장의 생산 회복 신호도 나타나고 있다. 세계 최대 고무장갑 제조업체인 말레이시아 탑글러브의 올해 상반기 북미 판매량은 전년 동기보다 106% 증가했다. 올해 5월 말까지인 2026회계연도 1~3분기 전체 판매량도 전년 동기 대비 34% 늘었다.
생산설비 가동률 역시 코로나19 이후 이어진 저가동 국면에서 벗어나는 모습이다. 탑글러브의 2026회계연도 3분기 가동률은 86%로 2분기 89%보다 소폭 낮아졌지만, 전년 동기 61%와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3분기 가동률 하락 역시 수요 자체가 꺾였다기보다는 원료비 상승에 따른 장갑 가격 급등으로 일부 고객사가 구매 시점을 늦춘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다.
금호석유화학은 코로나19 당시 폭증한 장갑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NB라텍스 생산능력을 대폭 확대했다. 2021년 연산 71만톤이던 생산능력을 94만6000톤으로 늘리는 투자를 결정했다. 당초 투자액은 2560억원이었지만 원자재 가격 상승과 안전관리 강화 등을 반영하면서 최종 투자액은 2765억원으로 증가했고, 증설은 2024년 완료됐다.
하지만 증설과 동시에 코로나19 특수가 끝나면서 시장 상황은 급변했다. 의료용 장갑 재고가 쌓인 데다 중국 업체들이 낮은 가격을 앞세워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높이면서 NB라텍스 시장도 공급과잉에 빠졌다. 금호석유화학의 SB라텍스와 NB라텍스를 합친 생산실적은 2024년 60만7000톤에서 지난해 58만7000톤으로 감소했다. 증설한 생산능력이 곧바로 생산량 증가로 이어지지 못한 것이다.
올해 들어서는 생산 물량에서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1분기 금호석유화학의 라텍스 생산량은 약 16만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 9.6% 증가했다. NB라텍스와 SB라텍스를 합친 수치여서 NB라텍스만의 증가율로 보기는 어렵지만, 전방 수요 회복과 함께 전체 라텍스 생산량이 다시 늘었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다.
수익성 회복은 2분기 실적에서 더욱 뚜렷하게 나타났다. 금호석유화학의 2분기 합성고무 부문 매출은 987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6.3%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85억원에서 1898억원으로 22배 이상 급증했다. 회사는 분기 초 장갑업체들의 가동률 상승으로 NB라텍스 수요가 증가하고 스프레드가 확대되면서 NB라텍스 사업이 흑자로 전환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2분기 실적 개선을 미국의 대중국 관세에 따른 장갑 수요 회복만으로 해석하기는 어렵다. 올해 3월 이후 중동 지역의 공급 불안으로 부타디엔(BD)과 아크릴로니트릴(AN) 등 합성고무 원료 가격이 급등했고, 이후 원가 상승분이 제품 가격에 반영되면서 NB라텍스를 비롯한 합성고무 스프레드가 빠르게 확대됐다.
결국 향후 업황의 핵심은 가격 효과가 사라진 이후에도 수요 회복이 이어질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미국 시장에서 중국산 장갑이 밀려난 자리를 말레이시아와 태국 업체들이 얼마나 지속적으로 차지할지, 이 과정에서 장갑업체들의 생산량과 가동률이 어느 수준까지 유지될지가 NB라텍스 수요를 좌우할 전망이다.
중국 업체들이 베트남 등 제3국에 생산시설을 확보해 미국 관세를 우회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어 동남아 업체들의 수혜가 장기적으로 굳어진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미국의 공급망 재편이 금호석유화학의 NB라텍스 사업에 기회가 될 수 있지만, 코로나19 이후 이어진 공급과잉을 완전히 해소하기까지는 추가적인 수요 회복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금호석유화학 관계자는 "관세의 직접적인 영향은 탑글러브와 같은 장갑 제조업체가 받는 것으로, 당사는 이들 업체에 원료를 공급하고 있어 NB라텍스 수요 변화가 직접적으로 관세 영향인지 파악하기 어렵다"며 "관세의 긍정적인 영향이 없지는 않겠지만 경쟁업체들도 같은 영향을 받고 있고 NB라텍스 시장도 아직 공급과잉인 만큼 보수적으로 상황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이건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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