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6 3.6L 엔진과 민첩한 변속, 주행의 재미아날로그 감성 실내와 뛰어난 실용성 제공오프로더의 상징, 도심 벗어난 색다른 경험
새빨간 픽업트럭 한 대가 시선을 단숨에 잡아챘다. 거친 미국의 대자연이 느껴지는 지프 글래디에이터가 시야에 들어온 순간, 주위의 값비싼 고급차들도 그저 평범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사실 이 차의 운전대를 잡기까지 적잖은 용기가 필요했다. 외모만 놓고 보면 정말 매력적인 친구지만, 막상 거대한 차체를 마주하니 긴장감이 앞섰다.
차량 크기가 상당하다는 것은 인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실물에서 느껴지는 위압감은 생각보다 훨씬 컸다. 지프 글래디에이터의 전장은 무려 5600mm, 휠베이스는 3490mm에 달한다. 카니발은 물론 캐딜락 에스컬레이드(기본형)보다도 긴 수준이다. 운전석에 앉기도 전부터 이 거대한 자동차를 어떻게 다뤄야 할지 고민하게 만들었다.
전면부는 영락없는 랭글러다. 7슬롯 그릴과 원형 LED 헤드램프, 돌출된 오버펜더가 어우러져 정통 오프로더의 강인한 인상을 풍긴다. 하지만 측면으로 시선을 돌리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트렁크 부분을 과감히 잘라내고 그 자리에 큼지막한 적재함을 붙여 글래디에이터만의 독특하고도 투박한 멋이 완성됐다.
하지만 운전석에 타는 것부터 만만치 않았다. 발을 디딜 만한 사이드스텝이 없었기 때문이다. 극한의 오프로드 주행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만큼, 하부로 돌출된 발판이 험로에서는 오히려 장애물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 이같이 설계됐다.
실내는 아날로그적 감성이 곳곳에 묻어났다. 화려한 디지털 스크린으로 대시보드를 가득 채우는 대신, 직관적인 물리 버튼이 자리해 있어 오히려 정겨운 느낌이 들었다. 그간 탔던 최신 차량들과는 조작법이나 사용 방식도 조금씩 달랐다.
차체가 높은 만큼 시야감이 탁 트이는 것도 강점으로 다가왔다. 일반 승용차를 탈 때보다 도로 상황을 더 내려다보는 느낌이라 앞차와 주변 차량의 움직임까지 한눈에 들어왔고 주행 중 답답한 느낌도 크게 느끼지 못했다.
차의 육중한 몸을 고려하면 승차감에 대한 기대를 하기는 어려웠는데, 막상 운전대를 잡아 보니 주행감이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다. V6 3.6L 자연흡기 엔진을 사용하기 때문에 고속도로에 들어서면 꾸준하게 힘을 내며 안정적인 주행감을 선사한다.
2.3톤(t)에 달하는 차체를 감안하면 가속력도 제법 만족스럽다. 날렵하게 치고 나가는 맛은 느끼기 힘들지만 ZF 8단 자동변속기가 엔진의 힘을 빠르게 받아내면서 변속 응답성이 생각보다 민첩했다. 덕분에 가속 페달을 밟았을 때 거대한 차체가 굼뜨게 따라오는 느낌이 없고, 예상보다 경쾌하게 속도를 끌어올리는 게 의외였다.
다만 연비만큼은 각오가 필요하다. 오프로드 맞춤형 차의 성격답게 연료 효율이 친절할 리는 없었다. 고속주행에서는 ℓ당 8km 수준으로 그나마 준수한 모습을 보였지만, 시내 주행에서 연비는 6.4km/ℓ까지 떨어졌다. 특히 정체가 심한 구간에서는 연료 게이지가 더 빠르게 줄어들었다.
대신 실용성만큼은 픽업트럭다운 면모를 톡톡히 보여준다. 적재함 용량은 1005리터, 최대 적재 중량은 300kg이다. 적재함은 특수 소재로 코팅해 부식이나 외부 충격에 따른 손상 우려를 줄였다. 짐을 싣고 떠나는 캠핑은 물론, 필요에 따라 적재함을 차박 공간으로 활용하기에도 충분해 보였다.
지프 글래디에이터의 또 다른 묘미는 루프와 도어, 앞 유리 등을 탈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익숙한 자동차의 모습에서 벗어나 완전히 다른 형태로 변신하게 된다. 주요 부품을 걷어내면 사방이 탁 트이면서 주변 풍경과 바람, 햇살이 고스란히 차 안으로 들어온다. 캠핑을 떠났다면 굳이 차에서 내리지 않아도 자연 속에 머무는 듯한 감성을 만끽할 수 있다.
남들과 다른 개성과 낭만을 좇는다면 이보다 어울리는 차는 없다. 단순한 이동 수단으로 생각하는 이들에게는 불편할 수 있겠지만, 삭막한 도심을 벗어나 주말마다 거친 자연 속으로 뛰어들 준비가 된 사람이라면 이 차는 굉장한 매력으로 다가올 법하다. 거칠면 거친 대로, 불편하면 불편한 대로 자신만의 매력을 밀어붙이는 것이 글래디에이터의 가장 큰 무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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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황예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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