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보 "보호예금 3322조원···70% 이상 수도권 집중"금감원·예보 "금융시장 떠나면 소비자 피해 불가피"가족전체 이전 어려워, 경력 단절 이어질 우려 표명
금융감독원과 예금보험공사 노동조합이 정부의 공공기관 지방 이전 논의에 반발하며 양 기관의 이전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금융회사와 유관기관이 밀집한 서울을 떠날 경우 금융위기 대응이 늦어지고 금융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금융감독원·예금보험공사 노동조합은 24일 오전 서울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금융안전망 붕괴와 금융소비자 피해를 전가하는 예보 기구 및 감독기구의 일방적 지방 이전을 결사 반대한다"고 밝혔다.
예보 노조는 예보가 금융회사 부실 발생 시 경영 정상화와 매각, 합병, 계약이전, 파산 등 금융회사 정리 과정에 관여하는 만큼 금융시장과의 신속한 협업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금융회사와 중앙은행, 감독기관, 정부, 국회 등과 실시간으로 정보를 주고받으며 위기에 대응해야 하는 업무 특성상 물리적 거리가 벌어지면 금융안정 대응에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보 노조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예보가 보호하는 예금은 은행·생명보험·손해보험·금융투자·저축은행 등을 합쳐 3322조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은행 예금만 2128조원으로 전체 예금의 70% 이상이 서울과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예보가 2022년 이후 금융회사 조사와 보험사 조사, 유관기관 협업, 상품 점검, 차등보험료율 산정 등을 위해 진행한 국내 출장 2만5497건 가운데 서울 출장만 1만8053건으로 70.8%를 차지했다.
김영현 예보 노조위원장은 "예금보험공사는 금융안정의 핵심 역할을 수행하는 기관인 만큼 금융시장의 중심에서 벗어나서는 안 된다"며 "금융안정의 심장을 금융시장의 중심에서 떼어내 다른 곳으로 옮긴다면 금융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금감원 노조 역시 금융감독 업무의 특성상 금융회사와 밀착해 내부통제 취약점을 점검하고 시장 변화에 맞춰 규제를 정비하기 위해서는 금융시장 현장과의 접근성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김상호 금감원 노조위원장은 "금융감독원의 역할은 단순히 금융사고를 수습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며 "금융회사가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춘 플레이어로 성장하고 금융시장이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춰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뒷받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 금융산업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게 될까 걱정스럽다"며 "국토 균형 발전이라는 목표만을 앞세워 중요한 것을 놓쳐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한국무역보험공사 노조도 참석해 연대 의사를 밝혔다. 박홍철 한국무역보험공사 노조위원장은 "무역보험공사는 국내외 금융기관과 법률·회계·자문사 등 금융시장 인프라와 긴밀하게 협업해야 수출금융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며 "무역보험공사가 수출금융의 방파제라면 금감원과 예보는 금융기관 부실을 막는 방파제"라고 말했다. 이어 "기관별 업무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획일적인 지방이전은 금융시장 생태계와 국가 금융안정을 흔들 수 있는 만큼 신중하게 재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조 측은 지방 이전에 따른 직원들의 삶의 변화도 문제로 제기했다. 특히 맞벌이 가구의 경우 한쪽 배우자가 서울에 직장을 두고 있다면 가족 전체가 이전하기 어려워 주말부부나 경력 단절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예보 직원의 사연을 대독한 한 참석자는 "지방 이전 논의가 들려오면서 부부의 미래 계획이 엉켜 출산 계획을 잠정 중단했다"며 "우리가 지키고자 하는 것은 단순한 서울 사무실이 아니라 퇴근 후 가족과 저녁을 먹고 아이의 미래를 꿈꿀 수 있는 평범한 일상"이라고 말했다.
양 기관 노조는 이날 공동 기자회견문을 통해 국토 균형 발전의 취지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라면서도 금융안정과 금융소비자 보호라는 기관의 고유 기능을 훼손하는 이전에는 반대한다는 입장을 재차 밝혔다.
한편 정부는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을 추진하고 있다. 오는 25일 국무회의에서 행정기관 이전 방안을 우선 논의한 뒤 금융위원회와 국책은행 등 공공기관 이전 논의는 후속 절차로 넘어갈 가능성이 거론된다. 행정기관 이전이 구체화할 경우 금융 공공기관의 지방이전 논의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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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이진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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