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전주 상폐 기준 시행 후 저가주 병합 잇따라정지 직전 10곳 중 8곳 여전히 1000원 미만병합만으로 상장유지 위험 해소하긴 어려워
상장폐지 기준 강화에 대응해 주식병합을 결정한 저가주들이 잇달아 거래정지에 들어갔다. 주식병합으로 주당 가격을 높일 수 있지만 거래재개 이후 주가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주식병합만으로 상장유지 위험을 해소하기는 어려운 만큼 거래재개 이후 실적과 재무건전성 등 기업의 기초체력 개선 여부를 살펴야 한다고 조언했다.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1일 상상인증권과 인콘, 진영, 아틀라스링크, 조일알미늄, 신라섬유, 코아시아씨엠, 누보, 모비데이즈, SDN 등 총 10개 종목이 주식병합을 이유로 매매거래가 정지됐다. 거래재개 예정 시점은 신주 상장 예정일을 기준으로 다음달 8일부터 18일까지다.
10개 기업의 거래정지 기간은 평균 21.8일이다. 가장 짧은 모비데이즈도 18일간 거래가 중단되는 반면 SDN은 다음달 17일까지 28일간 거래가 정지돼 투자자가 약 4주 동안 보유주식을 매도할 수 없다.
10곳 모두 병합 결정 당시 1500원 미만···8곳은 정지 직전 '동전주'
각 기업이 주식병합을 처음 결정한 날의 종가를 기준으로 10곳 중 주가가 1000원을 밑돌았던 기업은 6곳이었다. 나머지 4곳도 1000원 이상 1500원 미만에 머물러 10곳 모두 병합 결정 당시 주가가 1500원을 밑돌았다.
거래정지 직전에는 저가주 비중이 더 높아졌다. 지난 20일 종가 기준으로 10곳 가운데 상상인증권과 인콘을 제외한 8곳의 주가가 1000원 미만이었다. 조일알미늄은 973원, 모비데이즈는 916원, 누보 897원, 아틀라스링크 869원, 코아시아씨엠 790원, 진영 733원, SDN 511원, 신라섬유는 462원이었다.
시가총액 기준에 노출된 곳도 있다. 10곳 가운데 코스닥 상장사는 8곳으로, 병합 결정일 당시 시가총액이 현재 코스닥 상장유지 기준인 200억원을 밑돈 곳은 인콘과 진영 등 2곳이었다. 당시 시가총액은 각각 약 185억원과 137억원이었다.
병합해도 기업가치는 그대로···상폐 우회 막는 규정도 강화
지난달 1일부터 코스닥 시가총액 상장폐지 기준은 200억원으로 높아졌으며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에는 주가 1000원 미만인 동전주 상장폐지 요건이 새로 도입됐다. 종가가 30거래일 연속 1000원을 밑돌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되고 이후 90거래일 동안 45거래일 연속 기준을 회복하지 못하면 상장폐지된다.
반복적인 주식병합을 통한 기준 우회도 제한된다. 최근 1년 내 주식병합이나 감자를 실시한 기업은 동전주 관리종목으로 지정된 이후 90거래일 동안 추가 병합이나 감자를 할 수 없다. 관리종목 지정 이후 같은 기간 10대1을 초과하는 병합이나 감자도 금지되며 이를 위반하면 즉시 상장폐지 사유가 된다.
병합 자체가 주주가치를 높이는 것은 아니다. 5주를 1주로 합치면 주식 수는 5분의 1로 줄고 주당 가격은 5배가 되지만 주주가 보유한 지분가치와 기업의 시가총액에는 변화가 없다. 이번 10곳 중에서 9곳은 5대1 병합을, SDN은 10대1 병합을 결정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병합 과정에서 발생하는 거래 공백도 주의할 부분으로 꼽힌다. 거래정지 기간에는 시장이나 해당 업종의 주가가 급변해도 보유주식을 매도할 수 없는 데다 거래재개 이후 주가 변동성이 커질 수 있어서다.
학계에서는 주식병합이 저가주 이미지를 완화하고 과도한 주가 변동성을 낮추는 데 일부 긍정적인 효과를 낼 수 있지만 상장유지 위험을 근본적으로 해소하는 수단은 아니라고 평가한다. 병합 이후 주가 수준보다 실적과 재무건전성 등 기업의 기초체력이 실제로 개선되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주식병합을 통해 저가주 이미지를 완화하고 기관투자자 등의 접근성을 높이는 효과는 기대할 수 있지만 주당 가격이 올라가는 것과 기업의 본질적인 가치가 높아지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며 "투자자는 거래재개 이후 매출 성장과 영업이익 개선 여부, 자본잠식 및 부채비율, 영업현금흐름, 감사의견, 최대주주와 경영진의 지배구조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도 최근 저가주 기업들의 주식병합에는 강화된 상장유지 요건에 대응하려는 성격이 일부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병합으로 대응할 수 있는 요건에는 한계가 있는 만큼 이후 자본 확충이나 사업 재편 등 기업의 실질적인 변화가 뒤따르는지를 확인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저가주 기업들의 병합에는 강화된 상장유지 요건에 대응하려는 성격이 있다고 본다"며 "다만 주가 요건은 병합으로 일정 부분 대응할 수 있어도 시가총액이나 재무 관련 요건까지 해결되는 것은 아닌 만큼 자본 확충과 사업 재편 등 이후의 실질적인 변화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김호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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