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매출·수주 급증···전력기기 3사 美 비중 확대공급 부족 장기화에 납기·생산능력이 수주 좌우반덤핑 관세 지속···현지 생산기반 선점 효과 부각
AI가 키운 북미 전력기기 시장에서 국내 업체들의 현지화 전략이 빛을 발하고 있다. 미국 내 전력기기 공급 부족으로 매출과 수주가 급증하는 가운데 관세 등 통상장벽까지 맞물리면서 현지 생산기반을 선점한 업체들의 경쟁력이 한층 부각되고 있다.
25일 각사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LS일렉트릭의 올해 상반기 북미 매출은 1조434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9172억원보다 56.4% 증가했다. 효성중공업도 같은 기간 북미 매출이 3835억원에서 7162억원으로 86.8% 늘었다.
HD현대일렉트릭은 2분기에만 북미에서 5419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전체 매출의 47.5%로, 사실상 회사 매출의 절반 가까이를 북미 시장에서 벌어들인 셈이다.
이 같은 성장세의 바탕에는 미국 전력시장의 심각한 수급 불균형이 있다. AI 데이터센터가 대규모 신규 전력 수요를 만들어내고 노후 전력망 교체까지 겹쳤지만 변압기 등 핵심 설비 공급능력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공급이 부족하다 보니 가격 못지않게 생산능력과 납기 대응력이 발주처의 선택을 좌우하는 요소로 떠올랐다.
국내 업체들이 북미에서 일감을 빠르게 늘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LS일렉트릭은 올해 상반기에만 북미 빅테크 기업에서 약 1조2000억원을 수주해 지난해 연간 실적 8000억원을 이미 넘어섰다. 최근 AI 데이터센터 전력설비 계약은 고객사의 추가 물량 요청으로 1064억원에서 2309억원으로 두 배 이상 불어났다.
효성중공업과 HD현대일렉트릭도 북미가 사실상 일감의 중심으로 자리 잡았다. 효성중공업은 올해 상반기 신규 수주의 70% 이상을 북미에서 확보했고 미국에 설치된 765kV급 대형 변압기의 약 절반을 공급하고 있다. HD현대일렉트릭의 상반기 북미 수주는 약 3조원으로 지난해 연간 북미 수주액에 반년 만에 사실상 근접했다.
여기에 미국의 통상장벽이 현지 생산능력의 가치를 한층 높이고 있다. 미국은 2012년부터 한국산 대형 변압기에 반덤핑 관세를 적용하고 있다. 최근 2023년 8월부터 2024년 7월까지 수입된 물량을 대상으로 한 연례재심에서는 HD현대일렉트릭에 0%, LS일렉트릭과 효성중공업에는 각각 4.32%가 확정됐다.
관세는 국내에서 만들어 미국으로 보내는 제품에는 부담이지만 이미 현지 공장을 확보한 업체에는 얘기가 달라진다. 미국에서 직접 생산하는 물량은 해당 반덤핑 관세의 영향을 덜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통상장벽이 높아질수록 수입 제품과 현지 생산품 사이의 조건 차이가 벌어지면서 미국 내 생산능력을 먼저 확보한 업체들의 선점 효과가 커질 수 있는 구조다.
변압기라는 제품 자체도 현지화에 힘을 싣는다. 초고압변압기는 크고 무거워 장거리 운송에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드는 데다 고객별 주문 생산 비중도 높다. 특히 공급 부족으로 납기가 길어진 상황에서는 고객과 가까운 곳에서 직접 생산하는 것이 관세 회피를 넘어 수주 여부를 가르는 경쟁력으로 작용한다.
전력기기 3사가 기존 미국 거점을 다시 키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효성중공업은 765kV급 변압기를 현지 생산하는 멤피스 공장의 생산능력을 현재 약 4억달러에서 2028년 6억~7억달러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HD현대일렉트릭도 앨라배마 공장을 기반으로 북미 공급능력을 늘리고 있으며 LS일렉트릭은 유타와 텍사스 거점을 활용해 AI 데이터센터용 배전사업까지 현지 대응 범위를 넓히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북미는 수요가 크게 늘었지만 필요한 전력기기를 제때 공급할 업체가 부족한 시장"이라며 "여기에 통상장벽까지 이어지는 만큼 앞으로는 단순한 수출가격보다 미국 안에서 생산능력을 얼마나 확보하고 납기를 맞출 수 있느냐가 시장 점유율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고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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