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캐즘 끝나니 나온 '한국판 IRA'···위기 때 힘쓰는 제도 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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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즘 끝나니 나온 '한국판 IRA'···위기 때 힘쓰는 제도 되려면

등록 2026.08.25 15:41

고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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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 3사가 모처럼 함께 웃었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SK온은 길었던 전기차 캐즘을 지나 올해 2분기 나란히 흑자를 냈다. 긴 부진 끝에 반등의 신호가 나타났다는 점에서 반가운 소식이다.

다만 이번 실적에서 눈여겨볼 대목은 따로 있다. 배터리 3사가 가장 힘들었던 시기에 미국의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가 상당한 역할을 했다는 점이다. AMPC는 미국에서 생산·판매한 배터리 셀과 모듈 물량에 따라 세액공제 혜택을 주는 제도다. 생산량이 많을수록 혜택도 커지는 구조여서 기업들이 공장을 돌리고 투자를 이어가는 데 힘이 됐다.

실제 AMPC가 없었다면 지난해 배터리 3사의 합산 영업손실은 4조원에 육박했을 것으로 추산된다. 3사가 받은 AMPC만 2조6406억원이다. 본업 수익성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손실을 줄이고 실적을 방어하는 완충 역할을 한 셈이다.

하지만 이 버팀목에는 시한이 있다. 미국의 AMPC는 2030년 75%, 2031년 50%, 2032년 25%로 단계적으로 축소된 뒤 2033년부터 사라진다. 업계가 벌써부터 그 이후를 걱정하는 이유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이달 공식화한 '한국판 IRA'가 주목받고 있다. 정부는 2027년부터 이차전지에 국내생산세액공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국내에서 직접 생산·판매한 물량을 기준으로 세액을 공제하는 방식이다.

관건은 세부 설계다. 어떤 품목을 대상으로 할지, 기준공제액을 얼마로 정할지에 따라 기업이 체감하는 효과가 크게 달라진다. 특히 현재 방식대로라면 적자 기업이 혜택을 충분히 활용하기 어려울 수 있다. 수출 비중이 높은 배터리 산업의 특성을 얼마나 반영할지도 미지수다.

AMPC가 보여준 교훈은 분명하다. 기업이 어려울 때 필요한 것은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공장을 돌리고 현금을 확보해 다음 투자를 이어갈 수 있게 하는 장치다.

한국판 IRA도 이름만 그럴듯한 세제 혜택에 그쳐서는 안 된다. 적자 국면에서도 실효성을 가질 수 있는 보완책과 배터리 산업의 사업 구조를 반영한 기준이 필요하다. 국내 생산과 투자를 유도하려면 기업이 체감할 수 있는 공제 수준도 갖춰야 한다.

아직 세부 기준이 확정되지 않았다는 것은 오히려 기회다. 지금 어떤 내용을 채우느냐에 따라 평상시의 세제 혜택에 머물 수도, 다음 불황에서 산업을 떠받치는 안전판이 될 수도 있다.

배터리는 '제2의 반도체'로 불릴 만큼 국가적으로 중요한 산업이다. 막대한 선행 투자가 필요하고 글로벌 경쟁도 치열하다. 여기에 지금까지 K배터리를 떠받쳤던 미국의 지원마저 몇 년 뒤 줄어든다.

다음 위기가 왔을 때 K배터리가 또 해외 정책만 바라보게 해서는 안 된다. 기업이 가장 어려울 때 생산을 지키고 다음 투자를 이어갈 수 있게 하는 것. 그것이 '한국판 IRA'가 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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