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40조 태우면 4조 팔아야···삼성 자사주 소각 '딜레마'

증권 투자전략

40조 태우면 4조 팔아야···삼성 자사주 소각 '딜레마'

등록 2026.08.24 16:49

문혜진

  기자

SK하이닉스 40조 소각에 삼성 추가 주주환원 기대생명·화재 합산 지분 10%···소각 땐 약 4조 지분 조정블록딜·우선주 소각 등 시장 충격 줄일 방안 거론

그래픽=박혜수 기자(AI 활용)그래픽=박혜수 기자(AI 활용)

SK하이닉스가 대규모 자사주 소각에 나서면서 삼성전자의 추가 주주환원 방식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보통주 소각을 확대하면 생명·화재의 지분 처분이 뒤따를 수 있는 만큼 우선주 소각을 늘리거나 현금배당 비중을 높이는 방안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금융계열사 지분 매각에 따른 시장 충격을 줄이면서 주당가치를 얼마나 끌어올릴 수 있느냐가 잔여 주주환원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21일 올해 주주환원 재원을 약 90조~110조원으로 예상하고 3분기 중 정규배당을 포함해 약 30조원의 현금배당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나머지 60조~80조원의 환원 규모와 방식은 내년 1월 확정할 예정이다.

앞서 SK하이닉스가 40조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해 전량 소각하겠다고 밝히면서 삼성전자의 추가 주주환원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 그러나 삼성전자의 이번 발표에는 구체적인 자사주 매입·소각 규모가 담기지 않았다. 이에 발표 이후 이날 삼성전자를 비롯해 삼성생명·삼성화재·삼성물산 등 관련 종목이 일제히 약세를 보였다.

삼성은 왜 다르나···금융계열사 지분 규제 변수


삼성전자가 SK하이닉스와 같은 방식에 나서기 어려운 배경에는 금융계열사 지분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 이영곤 토스증권 리서치센터장은 "SK하이닉스는 자사주 매입·소각이 지배구조 측면에서도 유리하고, 발행주식 수가 줄어들면서 SK스퀘어의 지분율이 자연스럽게 높아지는 효과가 나타난다"면서도 "삼성전자는 자사주 소각이 주주가치에 긍정적이지만, 지배구조 측면에서 함께 고려해야 할 요인이 있는 셈"이라고 잔단했다.

삼성전자의 금융계열사인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삼성전자 보통주를 합산 10% 수준으로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금산법)에 따른 지분 보유 규제가 맞물린다. 금산법은 동일계열 금융기관이 사실상 지배하는 비금융회사의 의결권 있는 주식을 일정 수준 이상 보유할 경우 금융위원회의 승인을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각사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삼성생명과 삼성화재의 삼성전자 보통주 지분율은 각각 8.51%, 1.49%다. 삼성전자가 SK하이닉스와 같은 40조원을 24일 종가 25만7000원에 매입해 전량 소각한다고 단순 가정하면 약 1억5564만주가 줄어든다. 이 경우 삼성생명·삼성화재의 합산 지분율은 약 10.27%로 높아진다. 이를 다시 10% 수준으로 맞추려면 약 1556만주, 같은 가격 기준 약 4조원 규모의 지분 처분이 필요하다.

블록딜·우선주 소각 등 지분 부담 완화 방안


이 같은 지분 처분이 곧바로 대규모 장내 매물 출회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삼성물산이 삼성생명·삼성화재의 삼성전자 지분을 블록딜로 인수해 시장 수급 부담을 완화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익명을 요구한 법조계 인사는 "삼성물산은 금산분리 규제의 직접 대상이 아닌 데다 현재 삼성전자와 삼성물산 사이에 다시 돌아오는 출자 고리가 정리됐기 때문에 순환출자 문제도 크지 않을 수 있다"며 "다만 구체적인 거래 구조에 따라 별도 법률 검토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학계에서도 삼성물산의 지분 인수를 이론적으로 검토할 수 있는 선택지로 꼽았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실제 추진하려면 공정거래법과 금산법은 물론 계열사 간 거래의 적정성과 주주 이익까지 종합적으로 따져야 한다"며 "단순히 지배구조 차원에서 결정할 문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금융계열사의 보통주 지분율 상승 부담을 줄이기 위해 우선주 중심으로 자사주를 매입·소각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우선주를 소각하면 삼성생명·삼성화재가 보유한 보통주 지분율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면서 우선주와 보통주의 가격 차이를 좁히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현금배당 비중을 높이는 것도 대안으로 꼽힌다. 현금배당은 지분율 상승이나 금융계열사의 지분 매각에 따른 수급 부담을 피할 수 있지만 발행주식 수를 줄이는 효과는 없다.

다만 금융계열사의 지분 처분이 자사주 소각 효과를 상쇄하는 것은 아니라는 평가도 나온다. 김 교수는 "금융계열사 지분이 시장에 나온다고 해서 자사주 소각의 주주가치 제고 효과까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발행주식 수 감소와 지분 매각에 따른 일시적인 수급 영향은 구분해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삼성전자처럼 규모가 큰 기업은 환원 규모뿐 아니라 어떤 수단을 택해야 전체 주주의 이익을 높일 수 있는지도 중요하다"며 "배당과 보통주·우선주 소각을 적절히 조합해 금융계열사 지분 매각에 따른 시장 충격을 최소화하면서 주당가치를 높이는 방향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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