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T·바이오 한미가 선점한 'UCN2 비만약'···구브라 추격에 경쟁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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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가 선점한 'UCN2 비만약'···구브라 추격에 경쟁 본격화

등록 2026.08.31 17:08

이병현

  기자

선급금 지급한 제넨텍, 전략적 가치에 베팅근육 보존 효과 및 복합제 개발 확장성 부각UCN2 기반 비만약 글로벌 경쟁 심화 전망

그래픽=홍연택 기자그래픽=홍연택 기자

한미약품의 UCN2(우르코르틴2) 유사체 'HM17321'이 로슈그룹 자회사 제넨텍에 최대 23억500만달러(약 3조1892억원) 규모로 기술 수출되면서, UCN2 펩타이드가 차세대 비만 치료제의 최대 격전지로 급부상했다.

3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인체를 대상으로 한 약효 데이터가 채 나오기도 전인 임상 1상 단계에서 제넨텍이 1억9000만달러라는 대규모 선급금을 지급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번 딜은 단순한 물질의 성공 가능성을 넘어, 글로벌 경쟁자가 진입하기 전 임상 선두권이라는 '시간 가치'를 로슈가 입도선매한 것으로 풀이된다.

로슈가 HM17321을 손에 쥐었다고 해서 게임이 끝난 것은 아니다. 덴마크 구브라(Gubra)의 'GUB-UCN2'가 2026년 7월 임상 1·2a상에 진입하며 바짝 추격하고 있고, 중국 사이윈드바이오사이언스(Sciwind)와 국내 디앤디파마텍도 전임상 단계 후속 물질을 개발 중이다.

범위를 UCN2 유사체에서 상위 개념인 CRF2(코르티코트로핀 방출인자 2형) 수용체 작용제로 넓히면, 프랑스 코르테리아의 'COR-1389'와 미국 뉴로크린바이오사이언스의 'NBIP-2118'도 임상 1상을 진행하고 있다. 이른바 UCN2 '퍼스트 인 클래스(First-in-Class)' 타이틀을 둘러싼 다자전이 본격화된 셈이다.

임상 진입 깃발 꽂은 한미···데이터 폭으로 승부 거는 구브라


직접 UCN2 유사체 전선만 보면 한미약품이 약 8개월 가량 앞섰다는 평가를 받는다.

HM17321은 지난 2025년 11월 미국 임상 1상에 돌입했다. 건강한 성인 약 40명 대상의 단회용량상승시험과 비만 환자 약 50명 대상의 12주 반복용량상승시험 등 총 90명을 대상으로 안전성, 내약성, 약동학 및 약력학을 들여다본다. 주요 시험은 2027년 3월 종료될 전망이며, 이후 임상 2상부터는 파트너사인 제넨텍이 바통을 이어받아 글로벌 임상을 주도한다.

선두를 쫓는 구브라는 임상 1·2a상 규모를 188명으로 대폭 키웠다. 타깃 환자군도 건강한 성인은 물론 비만, 제2형 당뇨병 동반 질환자까지 넓혔다. 구브라는 최대 16주 투여를 통해 단독요법뿐만 아니라 기존 인크레틴 기반 비만약과의 병용요법까지 한 번에 평가하는 설계를 택했다. 단순한 체중 변화를 넘어 근육의 부피와 근기능까지 주요 지표로 측정한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한미약품이 '속도전'에서 승기를 잡았다면, 구브라는 '데이터의 폭'을 택했다는 점에 강점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구브라가 2027년 상반기 발표할 첫 데이터는 건강한 성인 대상의 단회 투여 결과에 그칠 공산이 크다. UCN2의 핵심인 체성분 재구성(지방 감소 및 근육 증가) 효과를 입증하려면 16주 단독·병용군 데이터가 필수적인 만큼, 초기 데이터만으로 상업적 성패를 예단하기는 이르다.

시장성 판가름할 구브라의 단독·병용 투여 설계


구브라의 개발 전략이 시장의 이목을 끄는 이유는 또 있다. GUB-UCN2를 단순한 파이프라인 중 하나가 아닌 '차기 메가 프로그램'으로 점찍고, 인크레틴 치료로 잃어버린 근육량을 회복시키는 백업 전략부터 근감소증 등 적응증 확장까지 염두에 두고 있어서다.

특히 단독 투여와 인크레틴 병용 투여 결과를 동시에 도출하는 설계는 UCN2의 상업적 지위를 결정지을 분수령이다. 단독 투여만으로 지방 감소와 근기능 개선이 확인된다면 독립적인 1차 치료제로 시장 파이를 키울 수 있다. 반면 병용 투여군에서만 효능이 두드러진다면 GLP-1의 근손실 부작용을 막아주는 보조제 역할로 포지셔닝이 제한될 수 있다.

구브라는 앞서 장기 지속형 아밀린 유사체를 애브비에 기술 수출(최대 18억7500만달러)하고, 베링거인겔하임과 삼중작용제 공동 개발을 끌어낸 저력 있는 바이오텍이다. UCN2의 임상 결과를 등에 업고 독자 개발 노선을 걷거나 또 한 번 빅파마와 대형 딜을 성사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

구브라가 2027년 상반기부터 데이터를 순차 공개하겠다고 공언한 만큼, UCN2 기전에 대한 글로벌 제약·바이오 업계의 첫 객관적 검증은 내년부터 본격화 할 가능성이 높다.

외연 확장하는 CRF2 경쟁···후발 주자 속속 출격 대기


넓은 의미의 CRF2 수용체 펩타이드 작용제로 시야를 넓히면 연구개발은 더욱 활발한 양상이다.

코르테리아의 COR-1389는 이 계열에서 가장 먼저 사람 대상 임상에 돌입했다. 2024년 9월 140명 규모의 임상 1상을 시작해 비만뿐 아니라 우심부전, 근감소증까지 타깃으로 하는 초장기 지속형 제제로 개발 중이다.

뉴로크린 역시 2026년 5월 주 1회 제형인 NBIP-2118의 1상에 착수했으며, 자사의 GLP-1·GIP·글루카곤 삼중작용제와 묶어 고정용량복합제로 개발하겠다는 밑그림까지 내놓은 상태다. 로슈·제넨텍이 HM17321로 그리려는 청사진을 뉴로크린 역시 자체 파이프라인으로 구현하겠다는 의미다.

전임상 단계 후발 주자도 있다. 중국 사이윈드의 XW4475는 자사 GLP-1 치료제와 병용 시너지를 무기로 임상 진입을 엿보고 있다. 국내 기업인 디앤디파마텍도 CRFR2 선택성을 높인 'DD18' 개발에 뛰어들었다. 디앤디파마텍은 오는 2026년 11월 미국 비만학회(ObesityWeek)에서 전임상 데이터를 최초 공개하고 2027년 본격적인 임상 진입을 예고했다.

시장에서는 오는 2027년을 한미약품·로슈의 1상 종료와 구브라, 뉴로크린의 초기 임상 데이터 공개가 맞물리는 1차 분수령으로 보고 있다. 반복 투여를 통한 안전성, 체지방 감소와 근기능 개선의 동반 입증 여부가 UCN2·CRF2 계열의 진정한 가치를 증명하는 잣대가 될 거란 전망이다.

한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전임상 단계 신약 후보물질로 (한국 바이오 업계) 사상 최대 선급금을 지급 받았다는 점은 의미가 있다"면서 "차기 비만 신약 경쟁에서 근육 보존이 중요한 요소인데, UCN2가 경쟁 모달리티 대비 강점이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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