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수형부터 레버리지까지 구조 다른데 동일 기준 적용정규장 이후 가격 형성 가능 여부가 핵심 판단 기준일괄 제한보다 호가·괴리율 관리 가능한 상품부터 허용해야

한국거래소가 이달 14일 애프터마켓의 문을 연다. 정규장 종료 이후 오후 4시부터 8시까지 주식을 연속적으로 사고팔 수 있는 시장이다. 하지만 ETF와 ETN은 새 시장에서 거래할 수 없다.
한국거래소가 지난달 28일 예고한 유가증권시장 업무규정 시행세칙 개정안에는 ETF와 ETN이 시간외접속매매 제외 종목으로 명시됐다. 당초 ETF 거래시간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출범 단계에서는 제외하는 쪽으로 방향을 정한 것이다.
거래소와 업계의 고민에는 이유가 있다. ETF는 시장가격이 편입 자산의 가치와 크게 벌어지지 않도록 유동성공급자(LP)가 지속적으로 호가를 공급한다. 하지만 정규장이 끝난 뒤에는 국내 주식과 선물 등 기초자산 거래가 멈춰 LP가 위험을 상쇄하기 어려워진다. 실시간 추정순자산가치(iNAV) 산출이나 설정·환매에도 제약이 생길 수 있다.
운용업계도 이런 부담을 느끼고 있다. 최근 거래소가 최종적으로 참여 의사를 확인했지만 애프터마켓 ETF 거래에 나서겠다는 운용사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증권사도 개별 주식 애프터마켓을 위한 전산과 결제, 인력 준비가 필요한 상황에서 ETF까지 동시에 대응하기에는 부담이 크다는 입장이다.
최근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을 둘러싼 논란도 부담을 키웠다. 금융당국은 지난달 19일부터 모든 ETF와 ETN의 괴리율 관리 기준을 국내 기초자산 상품은 3%에서 2%로, 해외 기초자산 상품은 6%에서 5%로 강화했다. 정규장 이후 가격 관리가 더 어려워질 수 있는 상황에서 거래시간을 서둘러 넓히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판단에는 충분한 근거가 있다.
다만 거래 준비가 어렵다는 것과 ETF 전체를 제도적으로 거래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은 구분해서 봐야 한다.
ETF는 하나의 상품처럼 불리지만 투자 대상과 구조, 가격 형성 방식이 모두 다르다. 최근 문제가 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과 일반적인 지수 추종 상품의 위험을 같은 수준으로 보기 어렵다. 그런데 현행 개정안은 개별 상품의 위험도를 따지기보다 ETF와 ETN이라는 상품군 전체를 애프터마켓에서 제외한다.
당장 거래를 허용해야 한다는 얘기는 아니다. 정규장 이후 가격 산출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거나 LP가 안정적으로 호가를 공급할 수 없다면 거래를 미루는 것이 맞다. 투자자의 거래시간을 늘리는 것보다 가격이 정상적으로 형성되는 시장을 만드는 것이 우선이다.
그렇다면 정책의 기준도 '정규장 이후에도 정상적인 가격 형성이 가능한가'에 맞춰질 필요가 있다.
LP의 헤지 수단과 호가 공급 능력, 기초자산 가격 산출 여부, 괴리율 관리 가능성 등을 기준으로 거래 가능한 상품을 선별하는 방법을 검토할 수 있다. 조건을 충족하는 상품부터 제한적으로 거래한 뒤 실제 유동성과 괴리율을 확인하면서 범위를 넓히는 방식이다. 문제가 확인되는 상품에는 별도로 거래를 제한하면 된다.
거래소도 개정안에서 시장 관리상 필요할 경우 시간외접속매매 대상을 달리 정할 수 있는 여지는 남겨뒀다. 애프터마켓 출범과 동시에 ETF 거래까지 무리하게 시작할 필요는 없지만 앞으로 어떤 조건을 충족해야 다시 거래 대상에 들어갈 수 있는지는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
시장 안정이 필요할 때 모든 상품의 거래를 막는 것은 가장 간단한 선택이다. 그러나 위험이 서로 다른 상품을 하나의 기준으로 묶는 것만으로는 정교한 투자자 보호라고 보기 어렵다.
투자자 보호의 출발점은 상품의 이름이 아니라 실제 위험이어야 한다. 애프터마켓에서도 어떤 ETF가 위험한지를 먼저 가려내고 그 위험에 맞는 규제를 적용해야 한다. 거래시간을 넓히는 새로운 시장이라면 거래를 막는 기준 역시 그만큼 세밀해져야 한다.
뉴스웨이 김호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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