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이터 자동 신청 도입에 손보사 금리인하 요구 15배 폭증생보 34.7%·손보 44.0% 수용률 뒷걸음···삼성화재 17.5% 불과당국 "소비자 혜택 확대" vs 업계 "AI 중복 신청에 따른 착시"
올해 상반기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의 금리인하요구권 신청 건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특히 손해보험사의 경우 신청 건수가 지난해 하반기 대비 15배 이상 폭증했다. 올해 2월 도입된 마이데이터 기반 AI 자동 신청 서비스로 소비자의 신청 문턱이 획기적으로 낮아진 영향이다. 그러나 신청 건수를 심사해 대출금리를 낮춰준 비중인 '수용률'은 생보사와 손보사 모두 10%포인트 안팎 급락했다. 금융소비자의 권리 행사 접근성을 높이겠다는 금융당국의 제도 도입 취지에 보험업계의 까다로운 심사 장벽이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생명보험업계와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생보사 12곳과 손보사 7곳의 금리인하요구권 신청건수는 각각 12만9457건, 3만5398건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과 비교하면 생보사는 109.6% 늘어 2배 넘게 증가했고, 손보사는 무려 1481.7% 급증해 15배 이상으로 불어났다. 금리인하요구권은 취업·승진이나 소득 증가 등으로 신용상태가 개선된 차주가 금융회사에 대출금리를 낮춰달라고 요청할 수 있는 권리다.
신청 건수가 크게 늘어난 배경에는 올해 2월 금융당국이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한 '마이데이터 기반 금리인하요구권 대행 서비스'가 있다. 소비자가 최초 한 차례만 동의하면 마이데이터 사업자가 AI 에이전트를 통해 금융회사에 금리인하를 대신 요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수용건수와 이자감면액도 보험업권 전반에서 증가했다. 수용건수는 생보사가 4만8998건으로 43.5% 늘었고, 손보사는 6656건으로 549% 급증했다. 이자감면액은 생보사가 39억6500만원으로 22% 증가했으며, 손보사는 11억3400만원으로 10.5% 늘었다. 이자감면액은 대출 규모와 금리인하폭 등에 따라 달라지나 수용건수 폭증이 감면액 증가에도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개별사별로는 생보사에서 삼성생명이 23억7000만원, 손보사에서는 삼성화재가 9억100만원으로 이자감면액 규모가 가장 컸다. 전년 말과 비교하면 각각 7.4%, 1817% 증가했다. 양사 모두 주택담보대출 등 대출 이용자가 많은 데 따른 영향이다. 반면 삼성생명의 금리인하요구권 수용건수는 1만962건으로 전년 말보다 0.2% 소폭 감소했다. 대형사 가운데 이자감면액이 감소한 곳은 한화생명으로, 전년 말보다 55.3% 줄어든 1억4200만원으로 집계됐다. 한화생명은 2024년부터 금리인하요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 고객에게 관련 내용을 적극적으로 안내하는 등 선제적으로 제도 이용을 독려해왔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금리인하요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 고객 상당수가 이미 권리를 행사하면서 올해 이자감면액이 감소했다는 입장이다.
수용률은 오히려 뒷걸음질쳤다. 신청건수 증가폭을 수용건수가 따라가지 못하면서다. 생보사는 34.7%, 손보사는 44%로 각각 14.7%포인트, 9.2%포인트 떨어졌다.
개별사 중에서는 흥국생명의 낙폭이 가장 컸다. 수용률은 21.1%로 56%포인트 하락했다. 신청건수가 1만5487건으로 436.3% 늘어난 반면 수용건수는 3260건으로 20.1% 증가하는 데 그쳤다. 손보사에서는 삼성화재의 수용률이 17.5%로 79.2%포인트 떨어져 낙폭이 가장 컸다. 신청건수는 3만1394건으로 11527% 급증했지만 수용건수는 5506건으로 2009.6% 증가하며 신청건수 증가폭 대비 상대적으로 작았기 때문이다.
이와 달리 ABL생명, KDB생명, DB손해보험, NH농협손해보험은 수용률이 상승했다. 이 중 DB손해보험은 신청과 수용건수가 모두 늘며 의미있는 개선세를 보였다. DB손보의 수용률은 94%로 2%포인트 올랐다. 신청건수(362건)가 101% 증가한 가운데, 수용건수(341건)가 105% 늘어 신청 증가세를 앞질렀다.
일각에서는 이처럼 수용률이 급감한 현상이 금융당국이 마이데이터 기반 금리인하요구권 대행 서비스를 도입한 취지와 반대 행보라는 지적이 나온다. 당국이 해당 서비스를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한 것은 소비자들이 금리인하요구권의 존재나 신청 방법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현실을 고려해 접근성을 높이고, 이를 통해 실질적인 금리 부담 경감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다.
다만 보험업계에서는 금리인하요구권 수용 기준 자체에는 크게 달라진 점이 없으며 신청건수가 급증하면서 수용률이 낮아진 것이라고 설명한다. 일부 보험사는 AI를 활용한 자동 신청으로 신청 주기가 짧아지면서 신청 횟수가 중복되는데다 신용등급 변화 등 실질적인 신청 요건이 충분히 충족되지 않은 경우에도 신청이 이뤄지는 사례가 있다고 말한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AI 자동 신청 도입으로 신청 주기가 단축됐고, 개인이나 사업자의 중복 신청까지 그대로 집계되고 있다"며 "이러한 추세가 이어지면 수용률은 앞으로 더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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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이은서 기자
eun96@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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