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美 '반도체 표적 관세' 예고...삼성·SK, 현지 생산이 관세 방패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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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반도체 표적 관세' 예고...삼성·SK, 현지 생산이 관세 방패 되나

등록 2026.09.03 14:55

수정 2026.09.03 15:02

이윤구

  기자

그래픽=홍연택 기자그래픽=홍연택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반도체 수입에 대한 '표적 관세'를 예고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미국 사업 전략에도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미국 내 생산시설을 갖춘 기업에는 관세를 면제하고, 현지 투자가 없는 기업에는 미국 시장 접근 비용을 부과하는 방식이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은 2일(현지시간) 노스캐롤라이나주 채플힐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혁신장관회의 도중 CNBC와 인터뷰에서 미국 정부가 반도체에 대한 관세 정책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러트닉 장관은 미국에서 반도체를 생산하는 기업에는 관세를 부과하지 않는 대신 미국 밖에서 생산하는 기업에는 관세를 물리는 방식의 '표적화되고 신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현재 관세율과 구체적인 면제 기준은 확정되지 않았다. 따라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실제로 어느 정도의 비용 부담이 발생할지는 아직 판단하기 이르다.

삼성전자, 미국 생산기반이 상대적 강점

삼성전자는 이번 정책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있다. 미국 텍사스주에서 반도체 생산시설을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텍사스주에 370억달러 이상을 투자해 첨단 반도체 생산 및 연구개발 거점을 구축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 상무부는 삼성전자에 최대 47억4500만달러의 반도체법(CHIPS Act) 직접 지원을 확정했다.

따라서 미국 정부가 현지 생산을 관세 면제의 핵심 조건으로 삼을 경우 삼성전자는 이미 구축한 생산기반을 활용할 수 있다. 특히 미국에서 생산한 제품은 관세 부담을 피하면서 현지 고객사에 공급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경쟁력이 높아질 수 있다.

문제는 한국 등 해외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하는 물량이다. 미국 내 공장을 보유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삼성전자의 모든 대미 수출품이 면제되는 것은 아니다. 미국 정부가 향후 미국 내 생산량이나 투자 규모에 따라 면제 범위를 결정한다면 삼성전자는 추가적인 현지 투자를 요구받을 가능성도 있다.

SK하이닉스, '패키징' 인정 범위가 관건

SK하이닉스도 미국 인디애나주에 약 40억달러를 투자해 첨단 패키징 및 연구개발 시설을 구축하고 있다. 이 시설에서는 HBM 등 AI용 메모리의 첨단 패키징이 이뤄질 예정이다. 최근 회사는 2029년 3분기부터 인디애나에서 HBM4E 양산을 시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삼성전자와의 차이는 미국 투자시설의 역할이다. SK하이닉스의 인디애나 시설은 현재 계획상 웨이퍼를 만드는 전공정 생산시설이 아니라 한국에서 생산한 웨이퍼를 미국에서 패키징하는 후공정 중심의 시설이다.

따라서 미국 정부가 관세 면제 기준을 단순히 '미국 내 반도체 생산'으로 규정할 경우 SK하이닉스의 인디애나 투자가 어느 정도 인정될지가 핵심 변수다. 반대로 첨단 패키징까지 미국 내 생산으로 폭넓게 인정하면 SK하이닉스도 상당 부분 관세 부담을 낮출 수 있다.

관세보다 더 큰 문제는 '미국 투자 경쟁'

시장에서는 이번 조치가 단순한 수입 관세라기보다 글로벌 반도체 기업의 미국 투자를 유도하기 위한 압박 수단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은 이미 반도체법을 통해 현지 생산시설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공급망을 미국 안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여기에 관세까지 연계하면 기업 입장에서는 미국 시장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현지 생산을 확대할 유인이 더욱 커진다. 대만 TSMC가 미국 애리조나 투자를 대폭 확대하는 것도 이런 흐름과 맞물려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는 양면성이 있다. 미국 내 생산시설을 확대하면 관세 위험을 줄이고 미국의 AI·반도체 공급망에 대한 접근성을 높일 수 있다. 그러나 반도체 공장을 미국에 추가로 짓는 데는 막대한 자본이 필요하고, 국내 생산라인과 중복되는 투자가 발생할 경우 비용 부담이 커질 수 있다.

특히 메모리 반도체는 대규모 생산시설과 안정적인 전력·용수 공급이 필요한 산업인 만큼 미국에서의 생산비용이 한국보다 높을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

HBM 호황...'관세 충격' 일부 상쇄할 가능성

다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일반적인 범용 반도체 업체와 같은 수준의 가격 압박을 받을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AI 데이터센터 확대에 따라 HBM 수요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SK하이닉스는 HBM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고, 삼성전자 역시 HBM 생산능력 확대와 고객 인증에 주력하고 있다. 수요가 강한 첨단 메모리의 경우 관세가 부과되더라도 일부 비용을 고객사에 전가할 여지가 상대적으로 크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결국 관세의 실제 충격은 관세율보다 미국이 정하는 면제 조건과 적용 범위에 달려 있다. 삼성전자는 텍사스의 전공정 생산시설이 관세 방어막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지만 해외 생산물량에 대한 추가 부담이 변수다. SK하이닉스는 인디애나 첨단 패키징 시설이 면제 요건에 포함될지가 중요하다.

이번 정책의 본질은 반도체에 관세를 매기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 미국에서 생산하면 관세를 피할 수 있도록 설계함으로써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같은 글로벌 기업의 생산거점을 미국으로 더 끌어들이려는 정책에 가깝다.

따라서 한국 반도체 업계가 주목할 부분도 관세율 자체보다 미국 현지 생산 인정 범위, 면제 물량 산정 방식, HBM 등 첨단 반도체의 예외 여부, 추가 미국 투자 요구 수준이다. 미국의 최종안에 따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미국 투자 확대 속도는 물론 국내 생산·투자 전략까지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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