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성 확인하는 DLT부터 환자가 견디는 MTD까지 단계적 탐색RP2D, '최대 투여량' 아닌 2상서 약효 검증할 '최적 용량'표적항암제 시대 맞은 FDA, 효능·안전성 균형 요구
국내외 바이오 기업의 임상 1상 공시를 들여다보면 '용량제한독성(DLT) 미관찰', '최대내약용량(MTD) 미도달', '임상 2상 권장용량(RP2D) 확정' 같은 용어가 반복해서 등장한다. 세 용어 모두 신약의 투약 용량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쓰이지만, 각각이 가리키는 임상적 목표와 규제기관의 평가 기준은 판이하다.
DLT는 환자에게 약을 더 올려도 안전한지 판단하는 '독성의 한계 기준'이고, MTD는 그 기준을 바탕으로 환자의 신체가 버텨낼 수 있다고 확인한 '투약 상한선'이다. 마지막으로 RP2D는 후속 임상 2상에서 실제 치료 효과와 안전성을 본격 검증하기 위해 최종 낙점한 '실전 투여 용량'을 뜻한다.
과거 화학물질 기반의 세포독성 항암제를 개발하던 시절에는 세 개념이 하나로 직결됐다. 투약량을 서서히 올리며 치명적 독성인 DLT가 발생하는 지점을 탐색하고, 환자가 견딜 수 있는 최고점인 MTD를 도출한 뒤, 이 MTD나 그 직전 용량을 그대로 2상 권장 용량(RP2D)으로 낙점하는 방식이 통용됐다.
그러나 암세포의 특정 유전자나 단백질만 골라 공격하는 표적항암제와 면역세포를 활성화하는 면역항암제가 대세로 자리 잡으면서 이 오랜 공식은 흔들리고 있다. 투약량을 무작정 늘린다고 치료 효과가 비례해서 커지지 않는 치료제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을 비롯한 글로벌 규제기관 역시 '견딜 수 있는 최대 용량'을 찾던 관행을 버리고 '약효와 안전성이 가장 뛰어난 균형 용량'을 입증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DLT, 투약량을 더 올려도 될지 판단하는 안전 기준선
신약 후보물질을 사람에게 처음 투여하는 임상 1상의 최우선 과제는 안전성 검증이다. 따라서 극소량에서 출발해 단계별로 투약량을 늘려가는 '용량 증량(Dose Escalation)' 시험을 반드시 거친다.
이때 다음 단계로 용량을 올려도 괜찮은지 결정하는 기준이 DLT(Dose-Limiting Toxicity·용량제한독성)다.
DLT는 임상 과정에서 흔히 겪는 가벼운 메스꺼움이나 피로감을 뜻하지 않는다. 사전에 임상시험계획서(프로토콜)에 구체적으로 명시해 둔 '중증 이상반응'만을 집계한다. 일정 수준 이상의 백혈구·혈소판 감소증 같은 혈액학적 수치 이상이나, 간·신장 손상 등 치료를 중단해야 할 만큼 위험한 비혈액학적 장기 독성이 DLT의 범주에 들어간다.
독성을 평가하는 기간도 한정돼 있다. 통상 항암제 임상에서는 첫 번째 치료 주기인 투여 후 21일 또는 28일 동안 나타난 독성 반응을 기준으로 DLT 발생 여부를 가린다. 해당 관찰 기간 동안 특정 투약군에서 규정된 DLT가 발생하지 않으면 다음 환자군에는 더 높은 용량을 투여한다. 반대로 정해진 비율 이상의 환자에게서 DLT가 포착되면 즉시 증량을 중단하고 이전 단계 용량으로 물러선다. DLT는 치료 용량을 알려주는 지표가 아니라, 약물 증량을 멈추게 만드는 안전 경고등인 셈이다.
MTD, 환자의 몸이 버텨낼 수 있는 '독성의 물리적 상한선'
용량 증량 과정에서 축적된 DLT 데이터를 바탕으로 도출하는 지표가 바로 MTD(Maximum Tolerated Dose·최대내약용량)다. 미국 국립암연구소(NCI)는 MTD를 '환자가 감내하기 힘든 부작용을 일으키지 않는 최고 수준의 용량'으로 규정한다.
전통적인 항암제 1상에서는 환자 3명을 한 조로 묶어 시험하는 '3+3 디자인'이 오랫동안 쓰였다. 3명에게 특정 용량을 투여했을 때 아무도 DLT를 겪지 않으면 다음 단계 용량으로 올라간다. 만약 1명에게서 DLT가 나타나면 동일한 용량으로 3명을 추가해 총 6명을 평가한다. 이 6명 중 2명 이상에게서 DLT가 발생하면 해당 용량은 신체가 견디기 힘든 위험 용량으로 판정되어 증량이 멈추고, 그 직전 단계의 용량이 MTD 후보로 선택된다.
예컨대 10㎎, 20㎎, 40㎎, 80㎎ 순서로 투여량을 증량했을 때 40㎎까지는 안전하다가 80㎎에서 복수의 DLT가 관찰됐다면, 40㎎이 해당 후보물질의 MTD가 된다.
주의할 점은 MTD가 암세포를 가장 잘 없애는 용량이라는 뜻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MTD는 단지 환자의 신체 장기들이 감당해낼 수 있는 '독성의 한계치'를 의미할 뿐이다. '독성이 강할수록 암세포 사멸 효과도 비례해서 커진다'는 세포독성 항암제의 가설 아래에서 유효했던 개념이다.
RP2D, 실제 임상 2상의 성패를 가를 '전략적 선택 용량'
바이오 산업 투자자가 임상 1상 결과에서 실질적인 가치를 판단할 때 가장 주목해야 하는 지표는 RP2D(Recommended Phase 2 Dose·임상 2상 권장용량)다. 1상에서 수집한 안전성과 초기 유효성 데이터를 총동원해 후속 임상 2상에 본격 투입할 단일 혹은 복수의 용량을 확정한 결과물이다.
과거에는 확인된 MTD를 그대로 RP2D로 삼거나, 안전 여유를 두기 위해 MTD보다 한 단계 낮은 용량을 RP2D로 채택하는 경우가 흔했다. 그러나 MTD와 RP2D는 본질적으로 동일선상에 있지 않다.
만약 환자가 100㎎까지 견뎌내어 MTD가 100㎎으로 측정되었더라도, 50㎎에서 이미 체내 암 유발 표적 단백질이 100% 억제되는 상태에 도달했다면 100㎎을 투약할 이유가 없다. 100㎎으로 올려봤자 치료 효과는 그대로인데 불필요한 부작용만 늘어나기 때문이다. 이때 개발사는 100㎎이 아닌 50㎎을 최종 RP2D로 낙점한다.
임상 1상 공시에서 "MTD에 도달하지 못했다"는 발표가 나왔다면, 최고 투여 구간까지 심각한 독성이 발생하지 않았다는 뜻일 뿐 임상 실패가 아니다. 독성 상한선을 명확히 긋지 못했더라도, 체내 약물 농도 변화를 나타내는 약동학(PK) 데이터와 표적 결합률을 보여주는 약력학(PD) 지표, 그리고 종양 감소율을 종합하면 최적의 RP2D를 얼마든지 산출해낼 수 있다.
FDA '프로젝트 옵티머스'가 촉발한 용량 최적화 패러다임
최근 글로벌 항암 신약 개발 업계에서 나타난 가장 큰 구조적 변화는 RP2D를 도출하는 패러다임 자체가 완전히 뒤바뀌었다는 점이다.
표적항암제나 항체약물접합체(ADC), 면역세포 치료제는 일정 수준 이상의 용량에 이르면 효과가 평평한 고원을 이루는 이른바 '평탄한 용량-반응 곡선'을 보인다. 더 많이 투여한다고 암이 더 줄어들지 않는데, 환자는 독성에 노출되는 셈이다. 특히 최신 항암제는 몇 주 투약으로 끝나지 않고 수개월에서 수년간 장기 복용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첫 3~4주 동안 심각한 급성 DLT가 없었다는 이유만으로 정한 MTD를 믿고 수년간 장기 복용을 시도했다가는 치명적인 만성 부작용으로 임상 3상에서 탈락하기 십상이다.
이에 대응해 미국 FDA 종양학센터(OCE)는 2021년 '프로젝트 옵티머스'를 출범시켰고, 2024년 8월 항암제 용량 최적화 최종 가이드라인을 정식 발표했다.
FDA는 과거처럼 단순히 MTD 하나를 찾는 데 머무르지 말고, 초기 1상 단계부터 여러 용량군을 직접 비교해 '최적생물학적용량(OBD·Optimal Biological Dose)'을 찾을 것을 의무화했다. 신약 개발사는 이제 항암 활성도뿐만 아니라 장기적인 환자 내약성, 투약 중단 및 감량 비율, 약동학 및 약력학적 특성을 복합적으로 대조해야 한다. 임상 1상 후반부(확장 코호트)에서 환자군을 무작위 배정해 두 가지 이상의 용량을 직접 비교 시험하는 번거로운 과정을 거치도록 요구받는 이유다.
결론적으로 세 지표의 맥락을 정리하면, 임상팀은 DLT라는 안전 경고등을 주시하며 투약량을 올려 신체가 버티는 최대선인 MTD를 파악하고, 여기에 약물의 체내 흡수율과 표적 억제력, 초기 약효 데이터를 결합해 실제 치료에 사용할 최종 RP2D를 결정한다.
이제 높은 용량을 투여할 수 있다고 해서 뛰어난 신약이 되는 시대는 지났다. 환자가 큰 고통 없이 장기간 복용을 지속하면서도 암을 가장 확실하게 억제할 수 있는 정밀한 균형점, 즉 용량 최적화를 얼마나 과학적으로 완수해냈는지가 신약 파이프라인의 실질 가치를 판가름하는 기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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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이병현 기자
bottlee@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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